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의 한 장면.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의 한 장면.그린나래미디어

오는 3월 2일 열리는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는 뜨거운 감자다. 작품상, 감독상, 여우주연 및 조연상 등 13개 부문 최다 후보에 올라서기도 하지만, 감독 및 출연 배우들의 설왕설래가 가십처럼 재생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잔혹하기 짝이 없는 면모로 단숨에 갱단을 부흥시킨 보스가 가족 몰래 트랜스젠더의 삶을 택하면서 벌어지는 극적 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우선 형식과 소재상 강렬한 에너지로 가득하다. 프랑스 거장 자크 오디아르가 연출 맡은 이 작품은 뮤지컬 드라마의 외형을 취하고 있으며, 악당이 주인공인 피카레스크 구조로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갱단 보스 마티나스(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는 유능하면서도 부패한 기업가나 정치인을 변호하며 전전긍긍하는 변호사 리타(조 샐다나)를 영입해 인생 일대의 변화를 꾀한다. 최고 재력가가 되었지만 끊임없이 내면에서 여성으로 살고 싶어 하는 욕망에 괴로워하던 그는 리타를 대리인으로 내세우고, 모든 걸 버린 채 성전환수술을 택한다.

진짜 사건은 그 이후부터다. 고국인 멕시코로 돌아가 에밀리아(카를라 소피아 가스콘)라는 이름으로 새 인생을 살던 마티나스가 아내 제시(셀레나 고메즈)와 두 아들을 다시 데려오면서 각 인물들의 상황들이 꼬이기 시작한다. 과거를 지운 채 실종자 찾기 재단을 세운 에밀리아가 새로운 남자와 결혼하려는 제시를 막기 위해 또다른 술수를 부리기 때문.

사실 노래와 춤이라는 요소를 제외하고 충분히 드라마틱한 영화를 완성할 수 있었겠지만 감독은 뮤지컬이란 형식을 택했다. 분명 피카레스크와 뮤지컬의 조합이 낯설 수 있다. 정통 누아르물 팬이나 킬링타임용 액션을 좋아하는 관객들에겐 신마다 등장하는 노래들이 일종의 장벽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의 한 장면.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의 한 장면.그린나래미디어

하지만 조금 더 눈과 귀를 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 단순히 주어진 장면 안에서 배우들이 노래와 춤을 수행하는 게 아닌, 조명과 안무가들까지 동원해 주변을 환기시키는 선택을 했다. 이 선택은 주인공들의 고향인 멕시코라는 이국을 보다 정서적으로 강렬하게 제시하는 효과를 낳는다. 배우의 연기와 함께 춤, 노래 등 복합적 감각으로 전달되는 정서로 영화 중반부부턴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성전환 배우로서 열연을 펼친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의 열연과 별개로 조 샐다나에 대한 각종 부정적 발언이나, 차별 및 혐오 발언은 이 영화의 흥행을 가로막는 방해 요소기도 하다. SNS로 사과했다지만 오스카 시상식 전까지 이 배우는 투자사의 반대로 함께 홍보 활동에 나설 수 없었다.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멕시코 묘사에 대해서도 자국민들의 비판이 있기도 했다.

외적 상황이 어지럽지만, 작품만 놓고 본다면 근래 등장한 뮤지컬 영화 중 꽤 기억에 남는 영화로 꼽을 수 있겠다.

한줄평 : 보고나면 타코와 살사 소스 냄새가 입안에서 맴도는 듯 하다
평점 : ★★★★(4/5)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 관련 정보

원제 : 에밀리아 페레즈(Emilia Perez)
연출 및 각본 : 자크 오디아르
출연 : 조 샐다나, 셀레나 고메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수입 및 배급 : 그린나래미디어㈜
제공 및 배급 : ㈜레드아이스엔터테인먼트
공동배급 :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공동제공 : ㈜키노라이츠
관람등급 : 15세 이상 관람가
개봉 : 2025년 3월 12일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의 공식 포스터.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의 공식 포스터.그린나래미디어



에밀리아페레즈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