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거벗은세계사일론머스크tvN
일론 머스크(Elon Reeve Musk)는 미국의 기업인이자 행정가로 세계적인 전기자동차-에너지 기업인 테슬라의 최고 경영자이기도 하다. 2024년 12월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기준 기준 머스크의 재산은 한화 640조 원(약 4470억 달러)으로 추정되며 세계부자 1위에 등극했다. 수많은 사업을 성공시키며 시대의 변화를 주도해온 머스크에게는 현대판 천재, 미래의 설계자, 논란의 아이콘까지, 다양한 수식어가 존재한다.
최근에는 정치로까지 영역을 확장한 머스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선 당선에 기여한 '킹메이커'로 등극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머스크는 과연 세계를 뒤바꾼 혁신가인가, 아니면 논란을 달고 다니는 야심가일까.
어린시절 상처 딛고 억만장자로
25일 tvN <벌거벗은 세계사>에서는 '트럼프의 킹메이커, 640조의 사나이 일론 머스크' 편을 방송했다. 강우창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이날의 강연자로 나섰다.
머스크는 1971년 6월 28일 남아공에서 태어났다. 머스크의 부친은 성공한 엔지니어 부동산 개발업자였고, 모친은 캐나다 출신의 모델이었다.
겉보기에 전형적인 금수저라는 배경과 달리, 머스크의 어린 시절은 불행했다. 그는 어린 시절에는 아스퍼거 증후군(자폐성 발달장애)을 앓고 있었다. 집에서는 권위적인 아버지의 폭언과 가정폭력에 시달렸고, 집밖에서는 친구들에게 따돌림과 학교폭력까지 당했다. 이에 대해 훗날 머스크는 "나를 키운 것은 역경이었다. 그래서 견딜 수 있는 고통의 한계점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고 어린 시절을 회고하기도 했다.
어린 머스크에게 위안이 돼준 것은 독서와 게임이었다. 어릴 때부터 우주에 관심이 많았던 머스크는 SF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유독 좋아했고, 12살에 비디오게임을 직접 제작할 만큼 일찌감치 뛰어난 재능을 보였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기회의 땅인 미국을 동경했던 머스크는 1993년 명문대인 펜실베이니아대학에 진학해 경제학과 물리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스탠퍼드 대학원에 입학했으나 이틀만에 자퇴하고 동생과 함께 실리콘밸리에서 인터넷 사업에 뛰어들기로 결심한다.
1990년대는 인터넷 사업의 초기 황금기로 대중들에게 갓 보급되던 시기였다. 초기의 머스크는 집투(Zip2), 엑스닷컴(X.COM, 페이팔의 전신) 등 여러 스타트업을 창업해 두각을 나타냈고 불과 31세의 나이에 연쇄 창업가이자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게 된다.
자신감을 얻은 머스크는 이후 본격적으로 스케일이 큰 대규모 프로젝트에 도전장을 던졌다. 첫번째는 우주산업이었다. 머스크는 우주개발사업인 '스페이스 X'를 추진하며 최초의 민간인 우주여행과 인류의 행성 이주 시대에 첫 발을 내딛었다. 또한 초고속 인터넷 위성서비스인 '스타링크'를 개발하며 전세계 어디에서든 초고속 통신이 가능한 시대를 열었다.
머스크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테슬라를 통한 전기자동차 사업도 빼놓을 수 없다. 머스크는 2008년 테슬라의 최대 주주이자 이사회 회장에 등극했다. 테슬라는 머스크가 인수한 이후 2012년부터 최신기술을 장착한 다양한 모델의 전기차를 출시해 세계 자동차 제조업계의 판도를 뒤바꿨다는 평가를 받는다. 2020년에는 시가총액 663조 원(6065억 달러)으로 세계 1위를 달성하며 나머지 글로벌 9개 자동차 제조회사의 총액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위엄을 토했다.
이밖에도 머스크는 딥테크(Deep Tech) 사업에 진출해 과학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신기술 개발에 적극적으로 투자했다. 특히 머스크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뉴럴링크' 산업에 큰 관심을 보였다. 또한 머스크는 하나의 앱에서 일상생활에 필요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올인원 플랫폼인 '슈퍼 앱'의 개발에 눈을 돌렸고, 적자에 허덕이던 SNS 기업 트위터를 인수해 현재의 '엑스'라는 이름으로 리브랜딩했다.
머스크가 민주당에 등 돌린 계기
그런데 최근 들어 머스크는 트럼프 정부의 실세로 부상하며 기업가에서 '정치인'으로서의 행보가 더 주목을 받고 있다.
재미있게도 머스크와 트럼프는 본래 '앙숙'이었다. 2016년 12월 트럼프가 45대 대통령으로 처음 당선되었을 당시 머스크는 기술 기업 대표로서 백악관 경제자문회의에 합류했다.
하지만 2017년 트럼프의 파리기후협정 탈퇴 선언을 계기로, 머스크는 이에 반발해 경제자문위원에서 사퇴하며 트럼프와 갈라섰다. 여기에 트럼프가 연이은 보호무역 정책과 외국인 취업비자 발급 중단 등 철저한 미국우선주의 노선을 강행하자, 머스크는 트럼프의 정책을 비판하며 사사건건 대립했다
두 사람의 신경전은 트럼프가 재선에 실패하고 퇴임한 이후로도 한동안 계속됐다. 2022년에는 트럼프가 차기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머스크는 "다음 대통령에 당선되도 임기가 끝날 때 82세다. 회사 CEO로도 많은 나이인데 심지어 미국 대통령으로는 너무 늙었다"고 비꼬았다. 이에 트럼프는 "머스크가 내게 와서 보조금 지원을 도와달라고 통사정하며 내 팬이고 공화당원이라고 하더라. 내가 무릎 꿇라고 해도 그대로 했을 인간"이라고 응수했다.
그런데 불과 2년 후, 그토록 앙숙이던 두 사람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손을 맞잡는 반전이 일어난다. 본래 머스크는 오바마 정부 시절만 해도 재정 위기를 겪던 테슬라가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기사회생했을 만큼 민주당과 우호적인 관계였으나, 바이든 행정부 시대에 들어 양측의 관계는 급격히 악화된다. 바이든 정부는 노조 세력의 지지를 받고 있었기에 비노조 기업을 운영하던 머스크를 박대했다. 머스크는 바이든 임기 내내 각종 규정 위반과 부당이익으로 인해 고소·고발을 당하며 수난을 겪어야했다.
특히 머스크가 민주당에 등을 돌리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자녀의 성전환 수술이었다. 테슬라 본사와 머스크의 자택이 있던 캘리포니아는 전통적으로 민주당의 텃밭이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본래 자녀가 본인의 성정체성을 변경하려 할 경우, 학교가 부모에게 알리도록 돼 있던 규정을 전격 폐지하는 청소년 성전환 지원 정책이 시행됐다. 이를 두고 미국 내에서는 '청소년의 안전한 성정체성 표현권'과 '부모가 자녀에 대해 알 권리'라는 상반된 시각이 충돌했다.
머스크의 자녀였던 비비안 제나 윌슨은, 2022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을 단행했고 아버지와의 관계를 단절하며 성도 어머니의 이름으로 개명했다. 이에 머스크는 '정치적 올바름(PC)이 내 아들을 죽였다'고 분노하며 아들과의 관계가 멀어진 게 잘못된 법안 때문이라고 성토했다.
머스크는 테슬라 본사와 자택을 모두 공화당 강세 지역인 텍사스로 이전했다. 이러한 머스크의 행보를 가장 환영한 사람이 트럼프였다. 이에 화답한 머스크는 트위터 시절에 영구정지된 트럼프의 계정을 설문조사 끝에 2022년 복구하면서 '민중의 목소리가 신의 목소리'라는 의미심장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2024년 7월 펜실베니아에서 트럼프의 총격 암살미수 사건이 터지자, 머스크는 "트럼프를 전적으로 지지하며(I fully endorse) 그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는 글을 올리며 마침내 공식적으로 트럼프 지지를 선언한다. 이어 8월 엑스에서 진행된 두 사람간의 라이브대담에서 머스크는 저격 사건 당시 트럼프가 보여준 쇼맨십을 극찬하며 "그 모습이 강인함을 보여주는 미국 그 자체 였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대통령으로 지지하게 된 이유였고, 정말 감동적이었다"고 칭송하기도 했다.
이후 머스크는 2024 미국 대선에서 적극적으로 트럼프를 막후에서 지원하며 킹메이커 역할에 앞장섰다. 바이든 대통령이 사퇴하고 민주당 대선 후보가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으로 교체되며 트럼프의 지지율이 주춤했을 때, 머스크는 자신이 운영 중인 엑스를 활용해 딥페이크 영상와 가짜뉴스까지 적극 활용한 네거티브 선거전을 펼쳤다. 심지어 머스크는 자신의 계정에서 트럼프의 암살시도를 빗대어 '왜 아무도 바이든이나 해리스를 암살하려고 하지 않을까'라는 망언을 올려 비판을 듣기도 했다.
또한 머스크는 트럼프의 유세 현장마다 동행하며 지지 연설과 과장된 퍼포먼스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머스크는 트럼프의 강력한 후원자로 막대한 규모의 정치 후원금 지원은 물론 100만 달러 복권 이벤트와 각종 캠페인 등을 주도하며 선거 판도를 뒤흔들었다.
트럼프도 대선에서 이긴 직후 대통령에 당선 연설에서도 특별히 머스크를 언급할 만큼 대선 승리 '공신'으로 확실한 예우했다. 미국 언론과 정치학자들 역시 머스크가 없었다면 트럼프의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그의 광범위한 영향력에 주목했다.
언제까지 협력 계속될까
한편 머스크는 대선 이후 큰 투자에 걸맞은 큰 보상을 챙겼다. 트럼프 당선 효과로 테슬라의 주가는 폭등했고, 머스크는 트럼프 2기에 신설된 정부 자문기구인 '정부 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지명되며 더욱 거대한 부와 권력까지 거머쥐게 됐다. 머스크의 현 자산중 1/3에 이르는 244조 이상이 지난 대선 이후 증가한 액수로 꼽히고 있다. 머스크의 대선 후원금이 3300억 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일년도 안 돼 무려 733배나 되는 수익을 되돌려받은 셈이다.
이에 워싱턴포스트는 "머스크는 목을 내밀고 큰 도박을 했고, 그는 옳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CNN에서는 "트럼프가 아닌 머스크가 권력의 중심에 있다는 암시를 준다"고 트럼프 정부에서 머스크의 위상에 주목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에서 머스크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커지며 정부 구조조정, 예산안 합의 무산, 미국의 외교 정책에 이르기까지 개입하자 '머스크가 트럼프와 공동 대통령 해세를 한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성공한 사업가에서 이제는 정치까지 개입하며 미국과 세계정세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머스크에 대한 평가는 지금도 극명하게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와 머스크의 협력이 언제까지 유지될지, 머스크의 정치참여가 기업에 미칠 부정적 영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연 머스크의 성공신화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