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어린 아이처럼 자기가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은 철없는 한량 남편, 그런 남편과 가족을 부양하느라 항상 홀로 '부모의 역할'을 외롭게 감당해야 했던 아내의 사연이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24일 방송된 MBC <오은영리포트 결혼지옥>에서는 '평생을 어린이로 사는 당신, 어른아이 부부'편이 그려졌다.
장창훈-박현열 부부는 재혼 10년차의 50대 부부였다. 아내는 전 남편과 이혼 후 아이 셋을 홀로 키우다가 현 남편의 적극적인 대시로 재혼에 성공했다. 처음에는 남편의 진실하고 다정했던 모습에 반했다는 아내였지만, 정작 현재는 '개미와 베짱이'처럼 게으르고 불성실한 남편 때문에 외롭게 홀로 고생하면서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였다.
아내는 식당일에 몸 갈아넣는데, 남편은 당구 치러
부부의 일상이 영상으로 공개됐다. 부부는 제주에서 한 식당을 함께 운영하고 있었다. 사장인 아내는 40년 넘게 요식업에 종사해온 베테랑이었다. 그런데 부지런한 아내가 하루종일 바쁘게 격무에 시달리는 동안, 남편은 느지막이 출근해 뚜렷한 역할 없이 빈둥거리면서 식당일을 돕는 데는 소극적이었다.
알고보니 남편은 당구에 깊이 빠져 있었다. 아내는 남편이 일주일 내내 시간이 날 때마다 당구장에서 살다시피 한다고 폭로했다. 하루종일 쉴 틈 없이 일하던 아내는 늦은 밤이 돼서야 겨우 자리에 앉아 한숨을 돌렸다. 아내는 몇 번이나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지만 변화가 없었다며, 다툼에 지쳐 이제는 사실상 포기한 상태라고 밝혔다.
아내는 당구장에서 늦게 돌아온 남편과 대화를 나눴다. 아내는 식당일을 도와주지 않는 남편에게 서운함을 토로했다. 하지만 남편은 도리어 부부간의 성향 차이를 언급하며 아내의 성격 탓으로 문제를 돌렸고, 항상 아내의 눈치를 봐야 하는 본인의 상황이 답답하다고 주장했다.
오은영은 아내가 힘들어하는 모습을 바로 눈앞에서 보면서도 도와주지 않는 남편에게 "너무하신 것 아닌가"라고 돌직구를 날렸다. 민망해진 남편은 "생각해보면 아내의 말이 틀린 건 없다. 그래서 내일부터는 일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막상 다음 날이 되면 머릿속에 또다시 당구 생각만 든다"며 변화가 쉽지 않다고 고백했다. 듣고 있던 패널들도 일제히 헛웃음을 터뜨리며 마치 고구마를 100개 먹은 듯한 남편의 태도에 답답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은영은 "남편은 '재미'를 우선으로 두는 사람이다. 그래서 식당 일은 재미가 없는 거다"라고 분석하며 "사람은 싫어도 참고해야 하는 중요하고 필요한 일들이 있다. 남편은 하기 싫은 일은 안 하려고 하는 모습이 '아동기 아이'와 유사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어 "남편이 영상에서 가장 자주 사용하는 단어가 '답답하다'와 '지루하다'였다. 남편은 지루한 것을 견디지 못하고 항상 도파민을 폭발시키는 새로운 자극을 원한다. 무언가에 한번 빠지면 중독되기 쉬운(Addiction-prone) 성향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휴일을 맞아 모처럼 가족 나들이를 나온 부부는 서로 서운했던 점을 털어놓았다. 남편은 매사에 주도적인 성향이 강하고 자신을 믿지 못하는 아내 때문에 본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구속이 싫다는 남편, 오은영의 진단은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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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는 남편을 믿지 못하게 된 게 과거의 상처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아내는 과거 도박에 빠졌던 남편이 임신했던 아내에게 거짓말을 하고 경마장에 갔던 사실을 꺼냈다. 당시 아이는 안타깝게 유산했고, 아내는 남편에 대한 실망감이 두고두고 큰 상처로 남았다.
그럼에도 아내가 남편과 결혼을 선택한 건 시아버지 때문이었다. 아내는 시아버지를 찾아가 남편과 결별을 통보했으나 시아버지의 간곡한 설득으로 마음을 돌렸다. 시아버지는 아들 부부를 위해 결혼 선물로 회사까지 차려줬다.
하지만 남편은 도박 빚을 갚기 위해 아버지가 남겨준 재산마저 아내 몰래 팔아치워 버렸다. 배신감을 느낀 아내는 또다시 시아버지를 찾아가 이혼 의사를 밝혔으나 이번에도 시아버지가 만류했다. 시아버지는 "아들을 고칠 수 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다"며 아내를 설득했다고 한다.
아내는 자식의 치부를 감싸주는 시아버지의 모습을 보고 믿음이 생겨서 남편과 결혼을 결심했다고 밝혔다. 시아버지도 아들이 빌린 돈을 대신 갚아달라고 요구하는 당돌한 며느리의 모습에 오히려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한다. 실제로 결혼을 계기로 남편은 도박중독 치료를 받기 시작했고 현재는 도박의 늪에서 빠져나온 상태였다.
그런데 남편은 과거 이야기가 나오자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에게 지적받는게 싫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남편은 결혼생활이 답답하다며 '혼자 독립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또다시 상처를 받은 아내는 "차라리 이혼을 하자고 하지, 따로 살자는 게 무슨 이야기냐"며 남편의 이기적인 행동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오은영은 남편이 말한 독립의 의미에 대해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니다. '난 간섭받기 싫어'라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남편은 상대에게 지적을 받으면 무시당하는 기분이 들어서 더 반감이 생긴다고 밝혔다.
오은영은 "남편이 과거에는 도박, 현재는 당구에 빠진 건 종류는 다르지만 본질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남편은 어린 시절부터 (충동과 욕구를 조절하는) 한계와 제한설정에 대한 경험을 잘 못한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남편은 유년 시절부터 외동아들로 귀하게 컸고, 맞벌이를 하는 부모님 밑에서 충분한 관심과 훈육을 받지 못하고 외롭게 성장했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자기 절제라는 경험을 배우지 못했고, 타인의 간섭이나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도저히 견디지 못하는 이기적인 성격으로 자라났다.
'부모 같은 아이'로 자라온 아내, 얼마나 지쳤으면...
▲오은영리포트결혼지옥 어른아이부부MBC
한편 아내가 돌봐야 하는 짐은 남편만이 아니었다. 아내는 엄마와 동생 등 친정 가족들에게도 사실상 '엄마의 역할'을 평생 대신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아내의 친정엄마는 식당일을 해야 한다는 이유로 딸의 대학 진학을 막기도 했다고. 지금도 아내는 친정 식구들의 고민과 하소연을 들어주는 입장이었고, 정작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고 의지할 만한 상대는 없었다.
설상가상 아내는 지난해 큰 수술을 받고 몸이 크게 쇠약해졌다. 오랫동안 우울증과 불면증에 시달린 아내는 기억력이 크게 감퇴해 평생 해왔던 요리 레시피나 자신의 개인정보도 제대로 기억을 하지 못하면서 메모에 의존해야 했다.
매일 감당하기 힘든 격무와 삶의 무게에 지친 아내는, 결국 가족들 모르게 화장실에 들어가 홀로 눈물을 훔쳤다. 세상을 떠난 시아버지의 납골당을 남편과 찾은 아내는, 유일하게 자신의 고민을 들어주던 시아버지의 빈자리를 그리워하며 또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남편은 "아내가 어느 순간부터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계속 언급하더라"며 아내의 마음에 뭔가 큰 응어리가 생겼다는 것을 깨닫고 걱정했다.
그런데 아내는 왜 이런 애물단지 남편과 끝내 이혼은 하지 않았을까. 아내는 "전 남편에 비하면 지금 남편은 100점짜리"라며 의외의 반전 면모를 고백했다. 아내의 전 남편은 음주 문제와 가정폭력이 심각했다고 한다. 현 남편은 적어도 그런 문제는 없는데다, 아내의 머리를 직접 말려주고 약까지 챙겨줄 만큼 자상한 면모도 있었다. 한번의 실패를 경험해 봤던 아내 입장에서는 더 잘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아직 남아 있었다.
남편은 아내가 최근 부부싸움 이후 수면제를 과다 복용하거나 죽고 싶다고 호소하는 등, 이전에 하지 않던 위험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여러 차례 벌였다고 했다. 남편은 자신은 변한게 없는데, 갑자기 과거와 달라진 아내의 이상 행동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오은영은 "아내는 어릴 때부터 '부모 같은 아이(Parental child)'로 자라왔다. 아이지만 모든 면에서 부모의 역할을 하면서 살아온 사람인 것"이라고 진단하며 "그런데 그게 몇 년 전부터 불가능해졌다. 건강이 나빠지고 버틸 수 없을 만큼 몸이 망가지면서 지금까지 지켜온 것들이 무너진 거다. 나의 존재가치가 사라지면서 '살아갈 만한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아내의 기억력 저하가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실제 지능저하와 뇌손상이 없음에도 치매와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것)일 수 있다고 진단했다. 오은영은 "아내의 건강은 약만으로 치료되지 않는다. 아내에게는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헤쳐갈 수 있는 '사랑하고 의지할 대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부부를 위한 힐링리포트가 내려졌다. 오은영은 남편에게 "진짜 어른이 되시라"는 솔루션을 전하며 "부부는 함께하는 운명공동체다. 부부가 함께 상의해서 남편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을 나누시라"고 조언했다. 아내에게는 만성 우울증에 대한 전문적인 치료를 제안하면서 "아내의 몸 건강, 마음 건강을 먼저 지키라"고 당부했다.
모든 솔루션을 마친 후 남편은 다정하게 아내의 팔짱을 놓지 않고 부축했다. 아내의 건강 상태와 깊은 속마음을 이해하게 된 남편은 앞으로는 책임감 있게 변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아내는 남편의 다짐에 반색하며 고마워했다. 부부는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을 때까지 적극적인 치료를 받기로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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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안 돕고 당구 치는 남편... 오은영은 이걸 의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