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츠투하츠 (사진 맨 위), 키키
하츠투하츠 (사진 맨 위), 키키SM엔터테인먼트, 스타쉽엔터테인먼트

2025년 2월 대형 신인들의 등장이 케이팝 업계를 들썩이게 만들고 있다. 지난 24일 데뷔 싱글 음반 < The Chase >를 발매한 8인조 걸그룹 하츠투하츠(Hearts2Hearts / 지우, 카르멘, 유하, 스텔라, 주은, 에이나, 이안, 예온), 프리 데뷔곡 'I Do Me'를 공개한 5인조 키키 (KiiiKiii / 지유, 이솔, 수이, 하음, 키야)가 그 주인공이다. 각각 SM엔터테인먼트와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등 현재 케이팝 시장에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한 기획사의 신예들이라는 점에서 등장 이전부터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이른바 '5세대 아이돌'로 불리우는 이들의 데뷔는 최근 정체 기미를 보이고 있는 케이팝 시장의 활력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선의의 경쟁을 통한 관심 급등 및 이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른바 '괴물 신인'들의 연이은 출현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인원 구성, 콘셉트, 장르 등 차별화된 개성을 일찌감치 뽐내면서 기존 활약중인 선배들의 아성에 과감히 도전장을 내민 하츠투하츠와 키키만의 특징과 향후 전망 등을 정리해봤다.

하츠투하츠, 5년 만에 선보이는 SM 신인 걸그룹

 하츠투하츠 'The Chase' 뮤직비디오 주요 장면
하츠투하츠 'The Chase' 뮤직비디오 주요 장면SM엔터테인먼트

지난 30년에 걸쳐 SM은 그 자체가 케이팝이었다. 현재 활동 중인 걸그룹의 기본 틀을 완성했던 S.E.S를 비롯해 소녀시대, f(x), 레드벨벳, 에스파 등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계보는 후발 주자들에겐 벤치마킹의 대상이 돼 왔다. 2020년 에스파 이후 약 5년 만에 선보이는 신인 하츠투하츠의 등장은 그래서 더욱 그들을 주목하게 만든다.

​그런데 하츠투하츠는 기존과는 약간 다른 결을 취하고 있어 데뷔 이전부터 호기심을 자극하고 있다. 9인조로 등장했던 소녀시대 이후 모처럼 다인원(8인) 대규모 편성을 앞세웠다. 또 SM 걸그룹 중에선 처음으로 동남아 출신 멤버(인도네시아 국적 카르멘)를 영입하고, 이른바 '센 콘셉트' 대신 말랑말랑한 이미지와 사운드를 앞세운다는 점은 소위 SM 3.0 시대의 달라진 변화를 감지하게 만든다.

아니나 다를까. SM표 그룹이라면 꼭 거쳐야 하는 프로듀서 켄지(Kenzie, 공동 작사-작곡-편곡 담당)의 손을 거쳐 완성된 'The Chase' 또한 선배들과는 전혀 다른 구성의 음악을 들고 나와 의아함과 놀라움을 동시에 선사했다. 웅장하거나 (소녀시대 '다시 만난 세계') 파격적인 구성 (에프엑스 '라차타', 레드벨벳 'Happiness', 에스파 'Black Mamba')을 예상했던 사람들의 허를 찌르듯 간결한 구성의 평이한 멜로디를 전면에 내세웠기 때문이다. 뮤직비디오뿐만 아니라 의상 및 멤버들의 이미지 역시 마찬가지다.

이렇다 보니 일부에선 다소 실망감을 드러내는 이들도 존재했지만 첫 작품을 자세히 뜯어보면 "역시 SM이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오게 된다. 인트로뿐만 아니라 곡 전체의 중심을 잡고 있는 로우파이(Lo-Fi) 적인 베이스라인은 일찌감치 레드벨벳 '짐살라빔' 같은 트랙에서 흔히 사용된 SM 사운드 중 하나의 요소다. 중반 이후 후렴구의 힘있는 보컬 역시 마찬가지다. 섬세하게 층을 쌓아 올린 코러스 부분은 탄탄한 음악적 기본기를 쌓고 데뷔했음을 짐작하게 만든다. 그저 '이지리스닝'이라는 단어로 퉁치기엔 하츠투하츠의 패기와 SM의 내공이 만만찮게 담겨져 있다.

'데뷔 자축송' 내놓은 키키

 키키 'Debut Song' 뮤직비디오 주요 장면
키키 'Debut Song' 뮤직비디오 주요 장면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앞서 한차례 소개한 바 있는 키키는 23일 두번째 노래 'Debut Song' 뮤직비디오 공개에 이어 역시 선공개 뮤비로 눈길을 모았던 'I Do Me'의 24일 음원 서비스 개시로 또 한번 독특한 행보로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생일 축하곡 'Happy Birthday To You'를 살짝 비틀어 놓은 'Debut Song'는 말 그대로 자신들의 데뷔를 기념하는 '자축'의 노래라는 점에서 웃음을 안겨준다. 그동안 이러한 의미의 곡을 내놓았던 팀, 가수가 전무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키키의 이와 같은 방식은 그래서 더욱 호기심을 자극한다.

뮤직비디오의 내용 역시 마찬가지다. "얘들아!우리 오늘 데뷔해!"라고 외치는 키키 멤버들의 환호성과 더불어 10대 학생들이 장난스럽게 찍은 듯한 분위기를 담으면서 풋풋한 신인의 감성을 물씬 뿜어낸다. 곡의 중반부 들어선 다양한 랩과 개성넘치는 보컬을 적절히 조합시켜 전반부의 장난스러운 표현과 180도 다른 방향성을 드러내기도 한다.

예측불허의 프로모션과 악곡, 뮤비의 연이은 등장을 두고 혹자는 '감다살'(감, 다 살아있네')라는 표현으로 소속사 측의 파격적인 기획을 칭찬하기도 한다. 궁금증과 차별화 등을 적절히 배합한 움직임은 오는 3월 정식 데뷔 이전부터 키키를 꼭 지켜봐야할 이유를 확실하게 마련해 놓았다.

2025년 케이팝 뒤흔들 슈퍼 루키들의 등장

 키키 (사진 맨위), 하츠투하츠
키키 (사진 맨위), 하츠투하츠스타쉽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기존 업계를 바짝 긴장하게 만든 이들의 데뷔는 5세대 아이돌의 다양성 측면에서도 환영할 만한 일이다. 다인원(8인) vs. 소수 정예 (5인 조합), 다국적 vs. 한국인 구성, 30년 관록의 회사 vs. 중견 업체 등 특별한 접점이나 교집합 전혀 없이 차별화된 하츠투하츠와 키키의 등장은 2025년 케이팝 시장을 충분히 뒤흔들 수 있는 슈퍼 신인의 등장이라는 점에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동안 SM표 걸그룹은 창업주 이수만 전 대표 프로듀서, '보컬 장인' 유영진 전 이사의 손길이 크게 가미된 상태에서 데뷔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았지만 하츠투하츠는 이들의 퇴진 이후 등장하는 신인이기에 방향성 측면에서 궁금증을 키울 수 밖에 없었다. 파격 대신 안정성을 택한 듯한 데뷔이긴 하지만 초반 '빌드업' 과정이라는 시선에서 바라보면 'The Chase'는 SM의 새로운 동력으로서 충분한 자질을 갖췄음을 입증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걸그룹 명가로 점차 자리매김하고 있는 스타쉽은 철저히 국내파 멤버들 중심의 그룹 데뷔라는 전통을 이어가면서도 이전에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던 음악+콘셉트 실험을 이번 키키를 통해 구현하고 있다. 10대의 발랄함과 럭비공 마냥 어디로 튈지 모르는 개성 넘치는 멤버들의 조합을 통해 회사의 15년 노하우를 모두 쏟아 넣으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5인조의 정식 데뷔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들어 놓았다.

하츠투하츠와 키키 덕분에 2025년은 제법 들을 거리, 볼 거리 많은 케이팝의 부흥기가 될 전망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립니다.
키키 하츠투하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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