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예능 '도라이버 :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넷플릭스 예능 '도라이버 :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넷플릭스

넷플릭스 예능이 달라졌다? 글로벌 OTT 서비스 넷플릭스가 최근 새로운 실험에 돌입했다. 그동안 넷플릭스가 내놓는 시리즈물은 공개 당일 전편 모두 소개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솔로지옥>, <흑백요리사> 등 몇몇 예능 프로그램에 한해 몇 주 간격을 두기도 했지만 이 경우에도 여러 편을 묶어 한꺼번에 공개하는 등 기존 TV 매체와의 차별화를 도모하며 구독자들을 끌어 모았다.

이른바 '몰아보기'라는 시청 방법이 어느 순간부터 보편화된 것 역시 넷플릭스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22일부터 내놓는 신작 예능 프로그램은 이와 같은 형식을 버리고 매주 정해진 요일·시간에 맞춰 공개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주관식당>(토), <도라이버 :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일), <동미새 : 동호회에 미친 새내기>(월), <추라이 추라이>(수), <미친 맛집 : 미식가 친구의 맛집>(목) 등 총 5편을 오후 5시 방영하는 것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일정 편수를 묶어 제작하는 시즌제 방식이 아니라 정해진 '회차' 없이 반응이 좋으면 계속 장기간 편성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사실상 TV 프로그램 형식을 고스란히 OTT 안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특히 지난 23일 공개된 <도라이버>는 이미 시청자들에게 친숙한 예능 프로그램의 부활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넷플릭스에서 부활한 '구개념 버라이어티쇼'

 넷플릭스 예능 '도라이버 :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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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1-2회를 공개한 <도라이버>는 김숙-홍진경-조세호-주우재-장우영 등이 출연하는 '구개념 버리어이티 쇼' 다. 그런데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고정멤버 5인은 다름아닌 지난해 종영한 KBS <홍김동전>에서 호흡을 맞춘 인물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연출·작가·기술 등 제작진 또한 대부분 <홍김동전>을 만들었던 인력으로 구성됐다.

<홍김동전>은 TV 방영 당시 OTT와 온라인 공간 상에서 쏠쏠한 인기를 모았지만 주시청자 연령대가 높은 KBS의 특성상 시청률 측면에선 고전을 면치 못했고, 결국 종영의 비운을 맞이하고 말았다. 열혈 시청자들의 항의가 쏟아졌지만 끝내 사라진 비운의 예능이 넷플릭스를 통해 부활한 것이다.

제목에 대한 권리가 방송국에 있다 보니 마치 홍길동처럼 이름이 있어도 그 이름을 부를 수 없었다. <홍김동전> 대신 새로운 이름 <도라이버>를 내세웠지만 내용과 성격은 이전 프로그램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달라진 점은 OTT 전용 프로그램이라는 점뿐이다. 더욱 독해진 멤버들의 입담은 1년여 기다림을 가졌던 팬들의 기대치를 200% 이상 충족시켰다.

변함없는 상호 비방(?)

 넷플릭스 예능 '도라이버 :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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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자 넷플릭스 시리즈 속 인기 캐릭터로 분장한 <도라이버> 멤버들은 등장과 동시에 각자에 대한 온갖 비방을 일삼으면서 웃음을 자아냈다. <오징어게임> 시즌2 이정재 캐릭터를 채용한 장우영, <흑백요리사> 이모카세로 분장한 김숙, <살인자0난감> 손석구를 따라했다가 맹비난을 받은 조세호, <종이의 집> 유지태를 고스란히 옮겨 놓은 주우재 등은 그간의 근황 소개와 더불어 여전한 예능감을 뽐냈다.

주우재와 친분이 있는 변우석에 대한 사심을 드러낸 홍진경을 향한 맹비난을 비롯해 웃참 챌린지 형식으로 진행된 게임을 통해 멤버들은 서로를 향한 물총 쏘기로 킬러 본능(?)을 되살렸다. 여전히 화제의 대상이 되고 있는 조세호의 결혼을 두고 뜨겁게 달아오른 멤버들의 이간질 역시 <홍김동전> 시절 이상의 독한 개그로 승화됐다.

각 회차 30분이 채 되지 않는 시간 분량 속에 총 2회분이 공개된 <도라이버>는 '돌+아이', '드라이버'를 결합시킨 제목처럼 뭔가 나사 빠진 멤버들의 허술한 행동과 이에 반비례하는 예능감이 극에 달하면서 매주 일요일 오후 예능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등장했다.

TV+웹예능 방영 형식 택한 실험 성공할까

 넷플릭스 예능 '도라이버 :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넷플릭스 예능 '도라이버 :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넷플릭스

그동안 넷플릭스는 TV와 영화로 대표되던 대중문화 미디어 수용 방식을 완전히 탈바꿈시킨 혁명적인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이 과정에서 드라마 분야는 확실한 대세가 됐다. 반면 예능의 경우, <솔로지옥>과 <흑백요리사>, < 피지컬 100 > 같은 인기작이 배출되긴 했지만 제작 편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파급력 측면에서 아쉬움을 드러냈다.

'몰아보기 방식'이 드라마 시리즈에선 최적화된 시청 관습으로 자리 잡았지만 예능에선 그다지 유효한 방식이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았고, 결국 넷플릭스는 매주 방영이라는 익숙한 형식을 채택하기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각 화차당 방영 시간을 대폭 줄인 점은 유튜브 예능의 장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먼저 소개된 <주관식당> 각각 45분·37분 구성으로 1-2회를 꾸몄고, <도라이버>는 이보다 훨씬 더 짧은 26분·27분 길이로 제작됐다. 사실상 유튜브 웹예능 1회차 분량과 다름없는 길이는 광고 포함 1시간 30분 이상을 할애하는 TV 예능과 큰 차이를 드러낸다.

매주 기다림 속에 새 에피소드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기대 심리 (TV 예능)과 되도록이면 군더더기 없는 핵심만 시청하길 바라는 구독자들의 바람(유튜브 예능)을 2월 말부터 소개하는 신작 예능 공개 방식에 녹여내면서 흥미로움을 안겨준다. 지상파 TV가 버린 비운의 예능 프로그램 부활과 더불어 넷플릭스의 실험은 그래서 더욱 우리를 주목하게 만든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넷플릭스 도라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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