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맨 송필근씨
개그맨 송필근씨송필근 제공

최근 KBS 2TV <개그콘서트>(아래 <개콘>)의 코너인 '아는 노래'가 화제다. '아는 노래'는 이미 널리 알려진 노래를 재해석해 한 편의 뮤지컬처럼 연기하는 코너인데, 웃음과 감동 그리고 메시지까지 담아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아는 노래'는 어떻게 기획됐는지 궁금해 지난 2월 19일 서울 여의도 KBS에 신관에서 '아는 노래'에 출연 중인 개그맨 송필근씨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그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3주 이상 가면 장을 지진다 하셨는데... 10주 넘었어요"

- '아는 노래'라는 코너가 사랑을 많이 받는 것 같은데 출연자로서 어떻게 느끼세요?
"일단 '아는 노래'가 지금 <개콘>에서 조회수나 시청률이 1위를 하고 있어서 일단 감사합니다. 사실 처음부터 수명이 긴 코너라고 생각하지 않았어요. 왜냐면 일단 짜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코너예요. 노래를 재해석해야 하는데 재해석하는 내용도 감동적인 포인트가 있어야 하고 반전도 있어야 하죠. 연말에 따뜻한 분위기로 잠깐 하자고 했는데 생각보다 분위기가 많이 좋아서 걸레 짜듯이 뇌를 짜서 다음 회차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 매주 한 편씩 하려면 어렵지 않나요? 물론 다른 코너도 매주 하지만요.
"많이 어려워요. 그래서 기억에 남는 댓글 중에, 1화가 딱 나가고 '이 코너가 3주 이상 가면 내 손에 장을 지진다'라는 게 있었어요. 3주는 조금 오버지만 저도 길게 생각은 안 했어요. 지금 벌써 10주 넘었어요. 열심히 이어 나가 봐야죠."

- 차라리 한 달에 한 번 혹은 시즌제 등 하는 식으로 길게 가는 게 좋지 않을까요?
"그러게요. 근데 지금까지 <개콘>에서 그런 방식이 한 번도 없긴 했는데 저번에 김상미 감독님도 '개콘 최초로, 시즌제로 잠깐 쉬었다가 충전하고 날 선선해지면 또 하면 어떠냐'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저는 너무 좋다고 했죠. 확정된 건 없고요."

- 유튜브 댓글 보면 보며 운다는 글이 많던데.
"맞아요. 주변에서 '오늘도 엉엉 울었습니다', '울다 웃다가 엉덩이에 털이 났습니다'란 말을 많이 해요. 그래서 요즘은 저희가 <개콘> 녹화할 때도 관객들이 우는지 보는 일이 많아진 '웃픈' 상황입니다."

- 이유가 뭘까요?
"일단 저희가 최대한 감동적인 것들을 많이 넣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사실 저는 뜻이 숨어 있는 코미디를 좋아하는 편이어서 만들 때도 '이 노래를 이런 식으로 들어보면 좀 다르게 들립니다'라는 걸로 시작된 코너였어요. 울리려고 만든 건 아니었어요. 1화가 '사랑의 바보'였죠. '이 노래를, 딸을 가진 아빠 입장에서 부르면 슬픕니다' 정도의 해석이었거든요. 근데 감동적이었나 봐요. 사람들이 울면서 '다음 주도 기대할게요'라니까 울려야 되나라는 느낌이었던 것 같아요."

 KBS 2TV <개그콘서트> '아는 노래' 방송화면 갈무리
KBS 2TV <개그콘서트> '아는 노래' 방송화면 갈무리KBS

- '아는 노래'는 기존 가요를 재해석하는 코너잖아요. 웃음과 메시지, 감동까지 다잡는 거 같은데 기획 계기가 궁금해요.
"2023년 연예대상 때 제가 33기 신인 친구들 하고 같이 축하 무대에서 '나를 외치다'라는 곡을 가지고 무대를 꾸몄어요. '개그맨들 나가면 분장하고 춤추고 이런 거 하는데 그런 거 말고 필근이가 노래를 잘하니 후배들 데리고 한번 그런 식으로 꾸며볼래'라는 말을 범균 선배가 처음에 했어요. 그래서 제가 그렇게 꾸며서 했는데 반응이 생각보다 괜찮았어요. 그러니까 범균 선배가 감독님에게 코너로 해보면 어떨까 하고 물어봤더니 좋다고 저한테 얘기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냥 노래로 뮤지컬 하긴 싫고 노래 재해석을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씀드렸어요."

- '아는 노래'에 대한 유튜브 댓글 중 왜 <개콘>은 노래를 포기 못 하냐는 말도 있던데.
"노래 코미디는 <개콘>뿐만 아니라 어디에든 있었어요. 잘 된 게 KBS밖에 없는 거예요. 특히나 <개콘> 역사상에 이런 류의 코너로 2008년도 쯤에 '뮤지컬'이 있었고, 제가 11년 전에 했던 '렛잇비'가 있었어요. 그것도 음악 코너였고 애환을 다뤘어요. 그리고 지금 '아는 노래'로 이렇게 명맥이 이어지는데, 김상미 감독님이 말하기를 이 감성은 <개콘>밖에 못한다는 거예요. 저도 그 부분에 동의했어요."

"'코미디 참 좋아하는 친구'로 기억되고 싶다"

- 1화가 '사랑의 바보'였죠. 그 노래를 딸 가진 아버지 입장에서 재해석할 생각은 어떻게 한 거예요?
"펜션 같은 데서 소속사 회식을 했는데 거기 노래방 기기가 있었어요. 저희 대표님이 '사랑의 바보' 부르시면서 저에게 '이거 딸 생각하면서 부르면 진짜 슬프다'라고 얘기한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래요. 별 관심도 없었어요'라고 처음에는 했어요. 근데 눈 감고 듣는데 '원하는 좋은 사람 나타날 때까지 난 잠시 그녀를 지켜줄 뿐이야. 아무것도 바라는 건 없기에 그걸로도 감사해'라는 부분이 너무 슬픈 거예요. 그래서 제가 그 자리에서 다시 가사를 곱씹어 봤는데 다 맞는 거예요. 대박이라고 생각했죠. 이게 상당히 오래전 일이에요. 이건 제가 언젠가 한 번 쓸 일이 있으면 써봐야겠다고 적어 놨던 거였어요."

- '아는 노래'에서 애착하는 편이 '숙녀에게' 편으로 알거든요. 청각 장애인과의 사랑을 담은 거죠. 어떻게 생각하게 된 거예요?
"2화가 '숙녀에게'였잖아요. 3화로 나갔던 '유기견' 편이 원래 2화였어요. 2화로 녹화를 다 떠 놓았어요. 그리고 일요일 밤에 와이프랑 산책을 했어요. 와이프가 저한테 '숙녀에게가 오빠랑 잘 어울려'라고 하는 거예요. 그래서 인터넷으로 검색했어요. 가사를 보는데 '작은 일까지 알고 싶지만 어쩐지 그대 내게 말을 안 해요'라는 내용이 있었어요. 청각장애나 말을 잘 못하시는 분들한테 그걸 모르고 왜 말을 안 하냐고 칭얼대다가 장애가 있으시다는 걸 알게 되고 후회하는 내용이라면 엄청 슬프겠다는 생각이 든 거예요.

사실 부끄럽지만 그전에는 몰랐어요. 장애인의 날이 있는지 검색하니 세계 장애인의 날이 12월 3일이래요. 근데 달력을 봤더니 2회 나가는 주인 거예요. 이미 유기견을 찍어놨는데 너무 하고 싶은 거죠. 그래서 감독님에게 전화로 상황을 설명해했더니 뭔가 느낌이 오셨나 봐요. 그래서 집에 가서 대본을 막 쓴 거예요."

- 팀원들은 뭐라고 했어요?
"팀원들은 멘붕이 왔죠. 왜냐하면 다음 날 리허설인데 갑자기 새 대본을 보내놓으니까요. 그래서 제가 '여러분 미안합니다. 핸들을 좀 틀겠습니다. 외우세요'라고 하고 다음 날 일찍 만나서 또 막 맞춘 거예요. 급하게 돌리고 다음 날 오자마자 감독님께 리허설을 보여드렸죠. 감독님도 우시더라고요. 그래서 이거 먹힌다고 생각했죠.

근데 제가 수어를 하는 장면이었어요. 제가 수어를 어떻게 해요? 모르죠. 일단 보여드리긴 해야 하니까 리허설 때는 그럴 것 같은 걸로 제가 만들어서 한 거예요. 알아 보니 KBS와 연결된 수어 선생님이 계시더라고요. 그분께 연락해서 제가 수어로 할 부분을 동영상으로 찍어 달라고 부탁드렸고, 동영상을 받아 화요일에 외우고 수요일에 바로 녹화를 떴죠."

- 현영씨에게 고백을 수어로 할 때 울먹였잖아요. 연기인가요?
"수어를 하면서 노래 부르는 타이밍이 그 회차에서 가장 중요하고 슬픈 장면이었죠. 대본을 쓰면서 '무대 위에 있는 필근이가 이 장면에서 울어주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무대에 올라가 수어하는 장면을 하는데 생각보다 깊게 슬픔이 와서 울컥하더라고요. 저도 모르게 꺽꺽 하면서 노래를 불렀어요."

 KBS 2TV <개그콘서트> '아는 노래' 방송화면 갈무리
KBS 2TV <개그콘서트> '아는 노래' 방송화면 갈무리KBS

- '형' 편도 인상적이었어요.
"'형' 같은 경우 저희가 생각을 많이 했던 노래였어요. 저희가 한번 선생님으로 짜볼까도 했어요. 그러나 아쉽더라고요. 근데 문득 그 생각이 드는 거예요.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에게 말하는 거면 어떨까 했죠. 왜냐하면 과거의 저보다 지금의 제가 형이잖아요. 그럼, 내가 형으로서 2년 전에 나에게 만약 만나면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해보다가 약간은 판타지적이긴 하지만 한번 해볼 만할 것 같다고 했죠.

대신 꽁꽁 비밀로 진짜 형처럼 가져가다가, 막판에 나 자신이었다는 것을 내밀고, 마지막 메시지로 '미래의 당신이 지금의 당신을 응원합니다'라는 말을 한번 해보자고 한 거예요. 사실 지나가는 사람이 나한테 '힘내세요'라고 하는 게 뭐 그렇게 큰 힘이 되겠어요? 근데 미래에 내가 나를 응원하고 있다고 하는 말이 제가 쓰고서도 좀 감명 깊었어요. 왜냐하면 2년 후 내가 '너 지금 힘들지? 근데 너 지금 너무 잘하고 있거든. 그거 힘들어도 해야 한다'라고 저에게 얘기하고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그 생각을 하니까 힘이 나는 거예요. 그래서 이걸 메시지로 전해보자고 생각했죠."

- 앞으로 하고 싶은 곡이 있나요?
"하고 싶은 노래, 좋아하는 노래 너무너무 많은데 이걸 어떻게 풀 수 있을까가 문제예요. 이게 항상 풀릴 듯 말 듯 안 풀리는 것도 있고 풀리다가 마지막에 한 방이 없어서 없어지는 노래도 있어요. 요즘은 저는 옛날 노래이긴 한데 이상우씨의 '그녀를 만나는 곳 100m 전'이라는 노래를 너무너무 풀어보고 싶어요."

- 어떤 개그맨으로 기억되고 싶나요?
"저는 개그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고 호불호도 나뉜다고 생각해요. 그렇지만 결국 나중에 사람들이 봤을 때 '쟤는 그래도 했던 코너들이 다 뭔가 뜻이 있었어. 그리고 코미디를 참 좋아하는 친구인 것 같아' 하는 개그맨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송필근 개그콘서트 아는노래 숙녀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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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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