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 각본집
플레인아카이브
해외 영화팬 사이에서도 플레인아카이브가 유명한 이유는 앞서 말한 이들의 독특한 디자인과 패키지 덕이다. 일례로 <폭스캐처>의 경우 영국 유명 작가 조너선 버튼의 독자적인 일러스트를 담아 넣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는 연필화로 잘 알려진 황미옥 작가가 참여해 희소성을 더했다. 상업영화부터 작가주의 영화까지 아우르는 넓은 스펙트럼의 작품 선정도 인기 요인 중 하나다.
"해외팬들 사이에선 역시 박찬욱 감독 <올드보이> 혹은 나홍진 감독 <추격자> 같은 작품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K-익스트림' 한국영화에 대한 선호도가 높다. 우리가 출시한 <악마를 보았다>, <부산행> 같은 블루레이가 해외 고객들에게 유독 사랑받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동시에 해외에서 평범하게 출시되는 저예산, 작가주의 영화를 상업영화 타이틀 못지 않게 공들여 제작하는 우리 블루레이를 좋아하는 분들도 많다. <웬디와 루시>나 <캐롤> 같은 영화가 그런 경우다. 재발 재발매해달라고 지금도 요청이 온다.
또한 최근 K 콘텐츠 인기와 더불어 동남아 팬덤이 확고하다는 믿음을 갖고 4K UHD 블루레이 제작을 과감하게 투자한 경우도 있는데, 김고은·
정해인 배우 주연의 <유열의 음악앨범>이 그렇다. 태국이나 인도네시아의 판매 비중이 특히 높았다. <작은 아씨들>은 30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해외 팬들이 구매 방법을 꾸준히 문의한다. 넷플릭스가 해외 시장 독점 배급권을 가지고 있어서 해외 판매를 우리가 못한다."
좋은 선례들을 얘기했지만 백준오 대표는 블루레이 타이틀 10개를 만들면 그 중 7개는 손해 보는 장사라고 했다. 이런 사업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 플레인아카이브는 출판, 음반, 영화관 굿즈 등 영화를 테마로 한 관련 사업의 다변화를 꾀하고 있다.
2017년 영화 디자인 전문 업체 프로파간다와 함께 만든 레코드 레이블 PPR의 이름을 걸고 <족구왕>, <셔틀콕>의 OST 음반을 출시한 그는 이후 <독전>, <리틀 포레스트>, <윤희에게>, <더 콜>의 OST 음반을 LP와 CD로 선보여왔다. 최근 출시한 <헤어질 결심> OST LP 앨범은 예판 시작 1분 만에 1천 장이 품절되는 등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무엇보다 8년 전부터 시작한 영화책 출판 사업은 홈비디오와 함께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백준오 대표는 "2019년 봉준호 감독님의 영화 <기생충> 각본집, 스토리보드북 세트를 출간했는데 영화의 성공과 함께 출판 시장에서도 전국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출판 사업 시작 4년 만에 가장 큰 성과를 거뒀다"며 "무엇보다 이 책의 출간 직후 시작된 길고 긴 팬데믹 시절,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회사를 운영해나가는 데 재정적으로 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출간한 <기생충> 각본집이나 을유문화사가 출간한 <헤어질 결심> 각본집, 김영사에서 출간한 <그 해 우리는> 드라마 대본집 등의 책들이 출판 시장에서 크게 성공한 이후 영화 각본집, 드라마 대본집 시장이 부쩍 성장했다. 특히 13만 부가 넘게 팔린 <헤어질 결심> 각본집 사례 이후 흥행한 영화나 팬덤이 높은 스타 배우가 출연한 각본집 판권을 따내기 위한 출판사들 간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지금은 다소 소강 상태이긴 하나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위 팔릴 만한 영화나 드라마의 각본집 출판권은 수천만 원의 높은 선인세를 제시해야 하는 등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 D.P. >, <길복순> 각본집이나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 <약한 영웅> 대본집 등을 통해 OTT 플랫폼과의 출판 협업을 지속하면서 점차 출판 라이브러리를 늘려가고 있다."
( * "OTT로 영화 보는 시대, 지금도 이 사업하는 이유는..." https://omn.kr/2cakd 기사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