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시즌 프로축구 K리그1이 개막부터 반전을 거듭하는 명승부로 축구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시즌 K리그1 3연패를 차지했던 울산 HD가 처음 1부리그로 올라온 승격팀 FC안양에게 0-1로 충격적인 일격을 당했다. 또한 준우승팀 강원FC는 승강플레이오프에서 기사회생한 11위 대구FC에 1-2로 패했다.

역시 우승후보로 꼽히던 지난해 4위 서울은 원정에서 7위 제주에게 0-2로 패배했다. 지난해 코리아컵 우승팀 포항(전년 6위)은 홈에서 8위 대전에게 0-3로 완패하며 개막 라운드 최다 실점-최다점수차를 당하는 굴욕을 겪었다.

2024 시즌 파이널A 라운드에 진출했던 상위 6개팀 중, 아무도 개막전에서 승리를 가져가지 못했다. 6팀이 2025시즌 1라운드에서 거둔 성적 합산은 1무 5패다. 지난 시즌 5위팀 수원FC가 9위였던 광주FC를 상대로 원정에서 0-0으로 비기며 무승부(승점1점)을 거둔 것이 유일한 승점이었다. 프로축구 역대 개막 라운드 사상 최대 이변이라고 할 만한 결과다.

지난해 디펜딩 챔피언 꺾은 안양

 6일 오후 4시 30분 대구 iM뱅크PARK에서 열린 2025 K리그1 강원FC와 대구FC과의 경기에서 대구 세징야가 경기 중인 모습
6일 오후 4시 30분 대구 iM뱅크PARK에서 열린 2025 K리그1 강원FC와 대구FC과의 경기에서 대구 세징야가 경기 중인 모습한국프로축구연맹

올시즌 우승후보로 꼽히던 팀 중 개막전에서 승리한 팀은 전북 현대가 유일했다. 지난 시즌 10위에 그치며 창단 첫 파이널B 추락-승강 플레이오프행이라는 수모를 겪은 끝에 간신히 1부리그에 잔류했던 전북은, 2025시즌 개막전에서 3위 김천 상무를 2-1로 제압하며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비록 지난 시즌 순위에서는 돌풍을 일으킨 김천에 뒤졌지만, 객관적인 전력 면에서 전북의 우위가 예상된 경기였다. 하지만 김천 유강현에게 선제골을 내주는 등 과정은 쉽지 않았다. 전북은 전반 추가시간 박진섭의 동점골과 후반 전전우의 역전 헤더골로 승부를 뒤집었다. 무기력했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한층 젊어진 라인업과 확연히 늘어난 활동량이 돋보였다.

올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전북의 지휘봉을 잡은 우루과이 출신 거스 포옛 감독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2(ACL2)에서 데뷔승을 신고한 데 이어 K리그에서도 개막전부터 첫 승을 올리며 순항을 예고했다. 지난해 1무 2패로 열세를 기록하며 한번도 이기지 못했던 김천을 상대로 개막전부터 승전고를 울렸다는 것도 의미가 컸다. 또한 전북은 홈 개막전 연속 무패 행진 기록을 14년 연속(11승 3무)으로 이어갔다.

개막전 '언더독' 돌풍의 최대 주역은 역시 안양과 대전이었다. 2013년 창단한 시민구단 안양은 지난 시즌 K리그2를 제패하고 처음으로 1부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개막전에서는 지난 시즌 K리그를 3연패했던 최강 울산을 상대로 구단의 역사적인 1부리그 첫 승리까지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안양은 공 점유율 34%-64%, 슈팅 수 7-15 등 각종 경기 지표에서 예상대로 울산에 크게 뒤졌다. 그러나 경기 종료 직전 추가시간에 터진 외국인 선수 모따의 귀중한 결승골에 힘입어 4연패를 노리는 디펜딩챔피언 울산을 격침시켰다.

안양은 K리그에서 드라마틱한 스토리를 가진 팀이다. 본래 안양을 연고로 하던 프로팀은 FC서울의 전신인 안양 LG 치타스였다. 하지만 2004년 안양 LG가 서울로 연고를 이전하면서 지금의 FC서울이 됐고, 안양 팬들은 졸지에 응원하던 팀을 잃었다. 그래서 안양 팬들은 FC서울이라면 지금도 이를 간다.

FC안양이 새롭게 창단한 이후에도 두 팀은 그동안 리그가 달라 만날 일이 없었다. 하지만 올시즌부터 안양이 1부리그에 승격하며 두 팀의 라이벌 구도가 성사됐다. 공교롭게도 안양과 서울 두 팀은 오는 2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2라운드에서 역사적인 K리그1 첫 맞대결을 펼치게 됐다.

'이적생 효과' 누린 대전... K리그1 선두로 출발

 대전하나시티즌이 15일 오후 1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2025 K리그1 공식 개막전에서 울산 HD에서 데려온 국가대표 골잡이 주민규의 멀티 골 맹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완승을 거뒀다.
대전하나시티즌이 15일 오후 1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열린 포항 스틸러스와의 2025 K리그1 공식 개막전에서 울산 HD에서 데려온 국가대표 골잡이 주민규의 멀티 골 맹활약에 힘입어 3-0으로 완승을 거뒀다.한국프로축구연맹

이적생 주민규와 황선홍 감독을 앞세운 대전 하나시티즌의 돌풍도 주목할만하다. 대전은 지난 시즌 하위권으로 추락하며 한때 강등 위기까지 몰렸으나, 황선홍 감독이 시즌 중 부임한 뒤로 반등해 1부리그 잔류에 성공했다.

지난해 올림픽대표팀과 A대표팀 임시 감독을 병행하다가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진출 실패'라는 대참사를 겪으며 지도자 인생 최대의 위기에 몰렸던 황 감독으로서는, 대전에서 극적인 부활의 전환점을 마련한 장면이었다.

대전은 올시즌을 앞두고 본격적인 황선홍호 체제로 색깔을 가다듬기 위해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단행했다. 울산 3연패의 주역이었던 국가대표 공격수 주민규 영입이 대표적이었다. 주민규는 지난해 황선홍 임시감독 체제에서 뒤늦은 성인 국가대표 데뷔 기회를 얻었던 인연도 있다.

올해도 35세의 노장이 된 주민규는 황선홍 감독의 러브콜을 받아 대전으로 이적하며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주민규가 지난 시즌에도 10골을 기록했지만, 일각에선 그의 줄어든 득점력과 기복으로 인해 노쇠화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그러나 주민규는 포항과의 개막전부터 멀티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건재를 증명했다. 주민규는 1-0으로 앞서던 후반 41분 헤더 추가골에 이어 불과 3분 뒤에는 쐐기골까지 터뜨리며 팀의 대승을 견인했다. 개막 라운드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선수는 주민규가 유일했다.

지난해까지 포항에서 뛰었던 정재희도 주민규의 두번째 득점을 어시스트하면서 대전은 첫 경기부터 성공적인 '이적생 효과'를 증명했다. 대전은 첫 경기에서 제주를 다득점에서 1골차로 앞서 K리그1 선두로 뛰어올랐다.

반면 강력한 우승후보인 울산은 국가대표 수문장 조현우의 코뼈 골절 부상 악재와 최전방에 확실한 외국인 스트라이커 부재라는 약점을 확인하며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부리람 유나이티드전에 이어 2연패에 빠졌다. 폭풍영입을 단행했던 또다른 우승후보 서울도 아직 선수들 간의 조직력에서 손발이 맞지않는 모습을 드러내며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화려한 선수층과 이름값을 앞세워 우승후보로 꼽히던 팀들도 누구 하나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사실은, 올시즌 K리그1 우승 경쟁이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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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1 주민규 FC안양 개막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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