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플리트 언노운> 스틸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가능한 넓고 높게 자신의 음악이 전해지고 공감을 얻기를 바랐던 딜런에게 좌우 대결이 격화되며 케네디 대통령과 킹 목사, 말콤 X의 죽음이 이어지던 당대 상황은 당연히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었다. 집회에 함께 하고, 거리 공연에서 입장표명에 동참했지만, 정형화된 형식에 갇히거나 특정 진영에 고정되는 건 원치 않았다.
현대의 방랑시인은 시대의 거울이자 반영이란 임무는 거부하지 않을지언정, 자유로운 영혼을 포기할 생각은 털끝도 없었다. 음악적 실험 역시 가수로서 당연한 도전이라 여겼다. 어느새 고정된 형식에 갇혀가던 포크에만 만족할 수 없었다. 영화를 초월해 평생 그가 지향하며 달려온 경로다. 본 작품은 그 이정표를 제시함에 충실할 뿐이다.
당대 포크는 정갈한 어쿠스틱 기타에 의지한 반주, 지적인 가사에 힘입은 메시지 위주로 국한되어 있었다. 하지만 딜런의 내면에선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향한 갈망이 화산처럼 용솟음치던 참이다. 그는 존경하는 선배 우디 거스리가 영향받은 흑인 노예의 영가, 미시시피 델타 블루스와 '골빈' 청춘들의 파티 음악으로 치부되던 로큰롤을 포크와 결합하고자 부단히 시도한다. 정치 구호를 복사해 붙인 것 같은 선동적인 가사는 작위적이라 머지않아 휘발할 것이란 확고한 판단에서다. 포크 스타일의 원형이 된 컨트리 장르에서 과감한 실험을 모색하던 자니 캐시와의 교류 또한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 된다.
그렇게 중단 없는 혁신을 꿈꾸던 이 '구르는 돌'과 기존 포크 진영이 정면충돌하던 1965년 뉴포트 페스티벌 현장이 영화의 카타르시스를 용암이 분출하듯 뿜어내며 다가온다. 포크의 정신을 버렸다며 분노한 선배 음악인들,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좌절하는 조안 바에즈의 낙담한 표정, 야유와 탄식이 교차하는 관객의 반응이 교차한다. 하지만 딜런은 확신에 차 있다. 이것이 포크의 미래이자 피할 수 없는 길이라는 냉철한 판단과 구속을 거부하는 영혼의 완벽한 화학적 융합이다. 그렇게 물에서 포도주가 탄생한다. 흥분과 전율에 몸이 부르르 떨렸다. 멈출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찰나다.
과연 밥 딜런은 대중에 영합해 평화운동의 기운이 쇠퇴하던 시대 징후를 재빨리 포착하고 처신한 것에 불과했을까? 감독은 굳이 설명을 덧붙이거나 저울추를 움직이려 하지 않는다. 다만 뉴포트의 아수라장을 뒤로 한 채 도입부에서 그가 했던 바대로, 다시 우디 거스리가 투병하던 병원으로 돌아가 작별 인사를 건넨다. 그때 존경하던 스승이 편치 않은 몸을 움직여 딜런에게 전한 제스처가 제작진의 시각일 테다. 눈을 크게 뜨고 그 역사의 분기점을 확인하길 기원하는 바다. 한국 민중가요가 몇 차례 부침을 겪으며 '다시 만난 세계'에 도달한 현실을 대입해도 무척 흥미로울 대목이다.
다 보고 나면, 누군가는 밥 딜런 평전을 주문할 테고, 누군가는 영화의 OST나 밥 딜런의 음원을 저장할 것이다. 역사의 현장을 배경으로 들려오는 명곡들, 전설적 공연의 찰나가 화면을 채울 때마다 침 꿀꺽 삼키며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음악의 거장으로 '빙의'하다시피 한 티모시 살라메와 모니카 바바로, 에드워드 노튼의 노래 솜씨에 탄복하며, 위대한 예술이 어떤 배경과 변화를 통하며 탄생하는지 목도할 드문 기회다. 다시 밥 딜런을 들어야 할 시간이 왔다. 바로 그 임무를 위해 만든 영화다.
<작품정보>
컴플리트 언노운
A Complete Unknown
2024|미국|전기, 드라마, 음악
2025.02.26. 개봉|141분|12세 관람가
감독 제임스 맨골드
출연 티모시 샬라메, 엘 패닝, 모니카 바바로. 에드워드 노튼 외
수입·배급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컴플리트 언노운> 포스터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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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사회복지영화제 프로그래머. 돈은 안되지만 즐거울 것 같거나 어쩌면 해야할 것 같은 일들을 이것저것 궁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