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콘서트 포스터
SM엔터테인먼트
약 15분가량의 인터미션 후 재개된 후반부 공연에선 'Rising Sun'(동방신기 원곡), 'Psycho'(레드벨벳 원곡) 등의 명곡들이 더욱 생동감 있게 울려 퍼지면서 분위기를 압도했다. 비발디의 '사계'를 덧붙인 'Rising Sun'은 이른바 'SMP' 음악이 오케스트라와 만났을 때 얼마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제대로 증명해낸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2악장과 3악장을 적절히 안배한 'Psycho'는 레드벨벳 특유의 진한 멜로디를 잘 표현하면서 보컬 없는 연주만으로도 귀 속 깊은 곳까지 빨간 색깔을 채워 넣었다. 후반부 공연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일렉트릭 베이스와의 협연으로 완성된 'Boom Boom Bass'(라이즈 원곡)였다. 통통 튀는 슬랩 베이스 연주가 재미를 키웠던 원작의 맛을 살리기 위해 공연에서도 베이시스트가 함께 무대에 올라 색다른 연주를 선보였다.
그리고 공연의 말미는 그동안 발표된 SM 클래식스 작품 중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준 곡으로 평가되는 '다시 만난 세계'(소녀시대 원곡)였다. 최근 각종 집회 현장의 중요 곡으로도 사용되면서 재평가를 얻고 있는 이 곡을 위해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활용됐다. 마음 속 깊은 울림을 안겨주는 장엄한 분위기의 연주는 케이팝과 오케스트라의 결합 사례의 '모범 답안' 을 제시하는 듯 했다.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채택된 '빛'(H.O.T 원곡)과 더불어 아름다웠던 2시간여 공연은 막을 내렸다.
클래식을 만난 케이팝... SM이기에 가능했던 시도
▲지난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콘서트 진행을 맡은 샤이니 민호SM엔터테인먼트
그동안 SM은 케이팝 대표 업체로 인식되고 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다채로운 음악적 실험을 펼친 바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진행된 < SM 스테이션 > 시리즈 싱글에선 재즈, EDM부터 헤비메탈, 트로트 등 기존 SM표 음악과는 접점이 없어 보이는 장르까지 대거 포용하는 과감한 시도가 펼쳤다.
그리고 2020년 설립된 'SM 클래식스' 레이블 출범과 더불어 순차적으로 기존 발표된 자사의 명곡들을 클래식 편곡의 디지털 싱글로 속속 공개하면서 팬들의 환영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앨범 < Across The New World >와 이번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는 그동안의 노력이 알찬 결실을 맺고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한 30년 역사의 집대성이기도 했다.
클래식이라는 이질적인 옷을 입어도 결코 정체성을 잃지 않고 더 큰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SM만의 독자성에 기인한다. 쌓여진 전통은 고스란히 흔들리지 않는 자신들만의 음악적 뿌리로 자리잡았다. 이른바 4개 기획사 중에선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클래식을 만난 케이팝'이라는 색다른 만남은 SM이기에 가능했던 시도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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