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콘서트
지난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콘서트SM엔터테인먼트

케이팝이 클래식과 만난다면 어떤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그 해답을 담은 공연이 성황리에 개최됐다. 지난 14-15일 양일간 서울 예술의전당과 롯데콘서트홀에서 각각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위드 서울 시립교향악단'(이하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은 올해로 창립 30주년을 맞이한 케이팝 명가 SM엔터테인먼트와 대한민국 클래식 음악의 자존심 서울시립교향악단(이하 서울시향)이 손잡고 이뤄낸 마법 같은 2시간짜리 콘서트였다.

​14일 예술의전당 공연에는 1020세대부터 머리 희끗한 중장년층에 이르는 관객 약 2500여 명 이상이 운집해 성황을 이뤘다. 그동안 다양한 공연장에서 만날 수 있었던 SM표 콘서트와는 살짝 다른 풍경을 연출했다. 별다른 접점이 없어 보이는 SM표 케이팝과 클래식 음악은 지난 수년에 걸쳐 다채로운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 지난달에는 그동안 오케스트라의 선율로 재해석된 정규 음반 < Across The New World > 발매로 연결됐다.

이번에 개최된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는 이 작품에 담긴 명곡들과 함께 추가된 레퍼토리로 채워졌고 현장을 가득메운 음악팬들의 귀를 즐겁해 만들었다. 타격감 넘치는 일렉트릭 비트나 신시사이저 선율 대신 웅장한 사운드의 교향곡으로 재해석된 총 18곡에 달하는 곡들이 색다른 감흥을 불러일으켰다. 엑소, 레드벨벳, NCT 등의 대표작이 새롭게 태어난 순간이었다.

파격적인 재해석... 클래식 명곡 샘플링

 지난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콘서트
지난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콘서트SM엔터테인먼트

​이번 공연의 기획 의도를 소개하는 샤이니 민호의 진행에 뒤이어 김유원이 지휘하는 서울시향이 들려준 첫 곡은 지난 몇년 사이 SM 음악의 세계관으로 자리잡은 '광야' 콘셉트에 기반을 둔 ' Welcome To SMCU Palace' 였다. 서곡(Overture) 역할을 담당한 이 곡을 시작으로 톡톡 튀는 과일의 향기 '빨간 맛'(레드벨벳), 서정성의 극대화를 추구했던 '나무'(보아) 등이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며 스튜디오 버전 이상의 진한 여운을 남겨줬다.

​공개 당시 파격적인 재해석으로 충격을 안겨줬던 '으르렁'(엑소 원곡), 'Black Mamba'(에스파 원곡) 등은 다인원 오케스트라의 장점을 십분발휘해 블록버스터 영화 속 한 장면을 연상케하는 장엄안 분위기를 연출했다. 드뷔시의 고전 'Claire De Lune'을 샘플링으로 차용한 편곡이 인상 깊었던 '하루의 끝'(샤이니 종현 원곡)은 몇몇 팬들의 눈시울을 자극할 정도로 진한 울림을 선사했다.

차별화된 편곡의 힘은 현란한 전자 사운드가 휘감았던 원작의 분위기와 클래식의 결합이 결코 이질적이지 않았고 기대 이상의 화학 작용을 일으켰다. 그 결과 원곡과는 별개의 완성도 높은 악곡 탄생으로 연결됐다. 특히 원곡 자체가 클래식(바흐 'G선상의 아리아')에 기반을 뒀던 'Feel My Rhythm'은 오케스트라와의 만남을 통해 그 효과를 200% 이상 발휘할 수 있었다.

아름다웠던 2시간짜리 공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콘서트 포스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콘서트 포스터SM엔터테인먼트

약 15분가량의 인터미션 후 재개된 후반부 공연에선 'Rising Sun'(동방신기 원곡), 'Psycho'(레드벨벳 원곡) 등의 명곡들이 더욱 생동감 있게 울려 퍼지면서 분위기를 압도했다. 비발디의 '사계'를 덧붙인 'Rising Sun'은 이른바 'SMP' 음악이 오케스트라와 만났을 때 얼마나 강력한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를 제대로 증명해낸다.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2번 2악장과 3악장을 적절히 안배한 'Psycho'는 레드벨벳 특유의 진한 멜로디를 잘 표현하면서 보컬 없는 연주만으로도 귀 속 깊은 곳까지 빨간 색깔을 채워 넣었다. 후반부 공연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일렉트릭 베이스와의 협연으로 완성된 'Boom Boom Bass'(라이즈 원곡)였다. 통통 튀는 슬랩 베이스 연주가 재미를 키웠던 원작의 맛을 살리기 위해 공연에서도 베이시스트가 함께 무대에 올라 색다른 연주를 선보였다.

그리고 공연의 말미는 그동안 발표된 SM 클래식스 작품 중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준 곡으로 평가되는 '다시 만난 세계'(소녀시대 원곡)였다. 최근 각종 집회 현장의 중요 곡으로도 사용되면서 재평가를 얻고 있는 이 곡을 위해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이 활용됐다. 마음 속 깊은 울림을 안겨주는 장엄한 분위기의 연주는 케이팝과 오케스트라의 결합 사례의 '모범 답안' 을 제시하는 듯 했다. 그리고 앙코르 곡으로 채택된 '빛'(H.O.T 원곡)과 더불어 아름다웠던 2시간여 공연은 막을 내렸다.

클래식을 만난 케이팝... SM이기에 가능했던 시도

 지난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콘서트 진행을 맡은 샤이니 민호
지난 14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 콘서트 진행을 맡은 샤이니 민호SM엔터테인먼트

그동안 SM은 케이팝 대표 업체로 인식되고 있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다채로운 음악적 실험을 펼친 바 있다. 지난 2016년부터 진행된 < SM 스테이션 > 시리즈 싱글에선 재즈, EDM부터 헤비메탈, 트로트 등 기존 SM표 음악과는 접점이 없어 보이는 장르까지 대거 포용하는 과감한 시도가 펼쳤다.

​그리고 2020년 설립된 'SM 클래식스' 레이블 출범과 더불어 순차적으로 기존 발표된 자사의 명곡들을 클래식 편곡의 디지털 싱글로 속속 공개하면서 팬들의 환영을 이끌어 낸 바 있다. 앨범 < Across The New World >와 이번 'SM 클래식스 라이브 2025'는 그동안의 노력이 알찬 결실을 맺고 있음을 제대로 보여준 결과물이면서 동시에 스스로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만한 30년 역사의 집대성이기도 했다.

​클래식이라는 이질적인 옷을 입어도 결코 정체성을 잃지 않고 더 큰 생명력을 얻을 수 있었다는 점은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SM만의 독자성에 기인한다. 쌓여진 전통은 고스란히 흔들리지 않는 자신들만의 음악적 뿌리로 자리잡았다. 이른바 4개 기획사 중에선 처음으로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의 기회를 마련했다는 점 또한 이와 무관하지 않았다. '클래식을 만난 케이팝'이라는 색다른 만남은 SM이기에 가능했던 시도라는 점에서 더 큰 의미를 부여할 만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립니다.
SM SM클래식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