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 현장의 이야기를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14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중국을 7대 2의 스코어로 꺾고 우승한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서로 포옹하고 있다.
14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중국을 7대 2의 스코어로 꺾고 우승한 대한민국 여자 컬링 대표팀이 서로 포옹하고 있다.박장식

18년 만에 대한민국이 아시아 여자 컬링의 정상에 섰다. 믹스더블, 남자 컬링에서의 '은메달' 아쉬움을 털어낸 여자 컬링 대표팀은 대한민국의 이번 동계 아시안 게임의 열여섯 번째 주인공이 됐다.

김은지·김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로 구성된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5G' 선수들은 14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중국을 7대 2의 스코어로 꺾고 우승했다.

대한민국 컬링 대표팀의 마지막 아시안 게임 우승은 2007년 창춘 대회에서 남녀 대표팀이 동반으로 거둔 우승이 마지막이다. 18년 만의 우승을 거둔 여자 컬링 대표팀은 이제 3월 '안방' 의정부에서 열리는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으로 향한다.

압도적인 전력 차

이른바 '전승 우승'을 다짐하며 대회에 나섰던 여자 컬링 대표팀. 전승 우승으로 가는 길에 가장 어려웠던 상대는 단연 중국이었다. 11일 중국과의 예선을 치렀던 대한민국은 초반 불리했던 스코어를 중국에 내주는 등 고전했던 대한민국은 4대 3으로 중국을 한 점 차로 꺾고 승리했다.

당시 김은지 스킵은 "상대가 아이스 리딩에 우리보다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며 "우리가 아이스 변화에 강하다는 장점이 있으니 이를 잘 이용하겠다"라며 말했다.

그렇게 14일 오후 다시 만난 결승전에서 중국과 맞대결을 펼친 대한민국. 첫 엔드는 한국에 묘하게 흘러갔다. 후공권을 쥐고 시작한 대한민국은 하우스를 모두 비우는 블랭크 엔드를 만들어 다음 엔드와 빅 엔드를 노렸으나, 블랭크 엔드 대신 한 점을 가져가는 아쉬운 득점을 얻어냈다.

하지만 두 번째 엔드는 대한민국이 상대의 실수를 활용해 중국의 득점 경로를 묶어뒀다. 대표팀은 그렇게 중국으로부터 두 점의 스틸을 얻어내는 데 성공, 초반에만 석 점을 얻어내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3엔드에는 중국이 반대로 두 점을 얻으며 따라잡았다.

4엔드에는 대한민국이 한 점을 더 달아나는 데 성공했다. 대한민국은 전반전을 4대 2의 스코어로 기분 좋게 마쳤다.

중국, 강수뒀지만...

 14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중국과 만난 여자 컬링 대표팀 김수지·설예은 선수가 스톤을 스위핑하고 있다.
14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중국과 만난 여자 컬링 대표팀 김수지·설예은 선수가 스톤을 스위핑하고 있다.박장식

5엔드에는 중국이 엔드 플랜을 가져가기 위한 강수를 뒀다. 1엔드 대한민국이 시도했던 것처럼 블랭크 엔드를 만들어 내며 다량 득점을 노렸다.

6엔드에서 대표팀의 실수가 나왔다. 하우스 위에 붙여 중국이 들어올 길목을 저지해야 하는 스톤이 웨이트 감각에서의 문제로 하우스 아랫쪽, 티 라인 뒤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은 마지막 하우스 중앙을 노리고 던진 스톤의 웨이트가 약해 1번 스톤을 차지하지 못했다.

결국 대표팀이 한 점을 스틸하며 5대 2로 스코어가 벌어졌다. 이어 7엔드 쐐기를 박았다. 아이스를 완전히 읽어내는 데 성공한 대한민국은 상대가 하우스 안쪽에 스톤을 넣을 수 없도록 막았다. 중국은 왕루이의 마지막 투구에서 자신들이 던진 스톤이 한국의 스톤에 맞고 힘을 잃는 실책을 범하며 두 점의 스틸을 보탰다.

7대 2 상황 들어선 마지막 엔드. 엘리트 컬링에서 석 점 이상의 빅 엔드 달성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다섯 점 차로 밀리고 있는 중국이 현실적으로 승리를 거두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은 마지막 엔드 공격을 강행했다. 하지만 대표팀은 가볍게 상대를 제압하며 승리에 가까워졌다.

대표팀의 승리가 확정되자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서로를 포옹했다. 대한민국 여자 컬링이 18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우리의 목표만 바라보겠다"

 14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여자 컬링 대표팀 김민지·설예은·김수지 선수가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14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컬링 결승전에서 여자 컬링 대표팀 김민지·설예은·김수지 선수가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박장식

여자 대표팀 신동호 감독은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릴 수 있도록 유치한 중국 측에 감사하다"며 "우리 선수들이 사실 많은 대회를 치렀지만 이런 큰 규모의 종합 대회를 처음 출전하는 선수도 있었다. 금메달을 따서 가문의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김은지 스킵 역시 "동생들이 많이 도운 덕분에 '이게 팀이구나'를 느낄 수 있었다"라며 "동생들에게 너무 고맙다. 코치님도 들어가기 전에 잘할 수 있다고 말해서 더 긴장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신동호 감독은 "결승전 때 상대 관중들의 응원이 큰 방해 요소가 되지 않았다. 여기는 오히려 차분하다. 도리어 캐나다에서 세계선수권 등을 치를 때 더욱 방해 요소는 컸던 것 같다"며 "중국이 관중 매너가 좋더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야 당연히 잘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아시안 게임 같은 종합 대회는 처음이라 많이 떨렸지만, 선수들의 경험이 많기에 중국 선수들보다 심리적 우위에 있으리라고 예상했다"며 "중국에게는 오히려 홈이라는 부담감이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18년 만의 우승을 이룬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의 시선은 이제 대한민국으로 향한다. 16일부터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리는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경기에 경기도 대표로 출전하기 때문. 오는 3월 15일부터는 경기도 의정부에서 여자 컬링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려 올림픽 출전권 확보를 두고 열전을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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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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