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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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콘과 윈터 솔져>는 샘 윌슨이 2대 캡틴 아메리카에 가까워지는 인상적인 시리즈다. 1대 캡틴 아메리카와 끊임없이 비교된다. 자존감이 바닥날 듯하지만 자신만의 직감, 공감력, 판단력 등을 향상해 시대의 상징으로 거듭난다. 어떠한 힘도 빌리지 않고 오직 끊임없는 훈련과 노력, 선한 영향력으로 방패의 주인이 된다. 굳이 따지자면 '개천에서 용 난 케이스'다.
그 과정에서 참전 용사의 지위 복권,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로 힘겨워하는 요원의 진로, 전쟁에서 큰 공을 세워 세 번의 명예 훈장까지 받은 우수 군인의 안타까운 실책 등이 오버랩된다. 현 미국과 전쟁이라는 큰 주제를 아우르는 정치적 서사로 다층적인 캐릭터와 현실적인 사회문제를 조화롭게 구현했다.
그러나 영화 속에서는 각자의 전사가 충분히 소개되지 않아 아쉽다. 1950년대 슈퍼 솔져 혈청 실험 대상 중 유일한 생존자 '이사야 브래들리'는 한국전쟁에서 활약해 전설적인 영웅이 된다. 고국으로 돌아온 후에는 영문도 모른 채 30년간 감옥에 수감되어 생체 실험을 당했다. 개인의 과거가 국가에 의해 은폐되어 늘 감시당한다는 트라우마와 싸우고 있었다. 비뚤어진 신념으로 똘똘 뭉쳐 은둔했던 그를 샘 윌슨은 세상 밖으로 불러내 영웅으로 추대하는 데 힘쓴다.
2대 팔콘으로 거듭난 '호아킨 토레스'가 샘의 오른팔이 되어가는 과정도 심도 있게 다뤄진다. 마치 샘이 스티브 로저스의 지원군이었던 것처럼, 샘의 팔콘 슈트를 물려받아 눈빛만 봐도 통하는 사이로 거듭난다. 때로는 동료이자, 장난꾸러기 동생, 신뢰할 수 있는 멘티로서 자리매김한다. 영화 속에서도 뛰어난 호흡을 맞추며 사건 해결에 일조하는 공을 세우며 신뢰를 쌓아간다.
시리즈 연관성과 진입장벽
▲영화 <캡틴 아메리카: 브레이브 뉴 월드> 스틸컷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영화는 새로운 캡틴 아메리카의 등장뿐만 아닌, 잊힌 캐릭터와 교체 배우까지 가세한 진정한 데뷔 무대가 됐다. '해리슨 포드'가 연기한 대통령 새디우스 로스는 '윌리엄 허트'의 사망으로 교체 투입됐다. <인크레더블 헐크>(2008) 이후 17년 만에 메인 빌런으로 등극한 새뮤얼 스턴스(팀 블레이크 넬슨)는 미스터 블루라는 이름으로 등장해 MCU 역사까지 되짚어 보게 했다.
아쉬운 건 세대교체가 일어났지만 아직까지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한 부분이다.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기회는 사라져 버리는 걸까. 전성기를 탈환할 화려한 부활에 부침이 있어 보인다. 여전히 방황 중인 MCU의 미래가 아득하기만 하다. 특히 견고하게 쌓고 있는 진입장벽은 여전히 넘기 힘든 산이다. 마블이 디즈니에 인수되며 피할 수 없게 된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도 여전하다. 치우침 없이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의도는 알겠는데, 한데 뭉치지 못하고 겉돈다. 한 영화에 다 넣어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만, 초인적인 힘 대신 지략과 언변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위기관리 능력은 박수받을 만하다. 나라 간의 외교 분쟁 및 전쟁, 내부 분열과 대립은 현실 속 이야기 같다. 리더가 부재중인 한국 현실과 미국 대통령을 출범이 떠오르기도 한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리더의 자질을 시험하는 해석으로 보인다면 괜한 기우일까. 영화를 뚫고 나온 현실은 종종 상상을 앞질러 묘한 감정을 피어오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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