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남자 컬링 결승전에서 필리핀에 5대 3으로 패배를 내준 대표팀이 기뻐하는 필리핀 대표팀 선수들의 뒤로 탄식하고 있다.
박장식
남자 컬링 대표팀이 '외인부대'로 꾸려진 필리핀에게 통한의 패배를 내줬다. 아시안 게임에서 은메달을 따냈지만, 전승 우승의 문턱에서 아쉽게 넘어진 선수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14일 오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남자 컬링 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은 필리핀에 5대 3으로 패배를 내줬다. 필리핀은 역사상 처음 이루는 동계 아시안 게임 메달을 금메달로 얻어냈고, 대한민국은 18년 만의 아시안 게임 우승의 문턱에서 좌절했다.
예선에서는 대한민국에게 큰 점수차로 밀리나 싶었던 필리핀이었지만, 스위스에서 여러 경력을 거쳤던 선수들은 대표팀 선수들에게 약한 부분들을 짚어내며 승리를 따내려 시도했다. 특히 8엔드에는 한국 선수들이 약점을 보였다.
다량 득점 기회 놓쳤던 초반, 두고두고 아쉬웠다
이재범·김효준·김은빈·표정민·김진훈으로 구성된 남자 컬링 대표팀 의성군청. 상대는 스위스 국가대표 출신의 마르코 피스터와 앤리코 피스터 등 '외인부대'가 등판한 필리핀. 필리핀은 전날 준결승에서 중국을 꺾으며 대한민국과 맞닥뜨렸다.
대표팀은 후공권을 쥔 채로 경기에 나섰다. 1엔드 하우스를 비워 후공권을 다음 엔드에서도 이어가는 블랭크 엔드로 넘기며 2엔드 후공권을 가져왔지만, 2엔드에서는 대량 득점의 발판에서 뜻밖의 스틸을 내줬다.
상대의 1번 스톤을 탭하면 대한민국이 1번에서 4번 스톤까지를 모두 가져가기에 최대 4점까지 가져갈 수 있는 기회. 하지만 대표팀은 중요한 순간 전략 구사에 실패해 상대의 1번 스톤을 살짝 밀어내는 데 그쳤다. 대표팀은 2엔드 한 점의 스틸을 상대에 내줬다.
3엔드에 한 점을 가져가며 만회한 대표팀은 4엔드 상대가 테이크 아웃을 중심으로 엔드를 운영하는 전략에 말려들다시피 했다. 두 점을 내주며 3대 1, 묘한 점수 차이로 전반전이 끝났다.
기회도 이어졌다. 5엔드 한 점을 가져간 대표팀은 상대 리드의 실수를 활용해 6엔드 철통 같은 가드 스톤을 세우는 전략으로 한 점의 스틸을 또 가져가면서 점수 차이를 없앴다. 스코어는 3대 3. 원점으로 돌아간 상태에서 7엔드가 펼쳐졌다.
7엔드 상대에게 한 점만을 내주며 비교적 유리하게 8엔드에 돌입한 선수들. 그런데 경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필리핀이 자신의 스톤을 1번으로 만든 상태에서 하우스 앞에 많은 스톤을 드로우하며 한국 선수들이 들어올 길을 막아버린 것.
이재범이 자신의 장기인 런백 샷을 시도해 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점수를 만들려 시도했지만, 첫 번째 스톤을 맞고 힘을 잃었다. 마지막 엔드 필리핀에 스틸을 내준 대한민국은 5대 3으로 패배했다. 누구보다도 자신감을 가졌던 선수들이 통한의 패배를 내주며 고개 숙인 모습은 스포츠 팬들에게 안타까움을 안겼다.
"가지고 있는 기량 모두 발휘했지만... 아쉬워"
▲14일 오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남자 컬링 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은의 김은빈·김효준 선수가 스위핑하고 있다.
박장식
대회를 마치고 난 뒤 만난 대표팀 이동건 감독은 "선수들이 예선 네 경기, 그리고 준결승까지 오면서 가지고 있는 기량을 모두 발휘했다"며 "준결승까지 너무 분위기 좋게 왔는데 2엔드 결정적인 넉 점 찬스를 못 잡아냈고, 그것이 패배에 가장 큰 원인이 됐다"라고 돌아봤다.
이어 "그 넉 점을 잡았다면 예선처럼 경기 초반을 쉽게 갈 수 있었는데, 그 샷을 못 잡아 아쉽다"라며 "샷 미스가 아닌 스위핑 미스라는 점이 특히나 뼈아팠다. 선수들이 초반 긴장을 많이 했기도 했고, 세계선수권처럼 10엔드 룰이었다면 역습의 기회가 있었을 텐데 8엔드 경기라 역습이 쉽지 않았다"라고 분석했다.
아울러 이 감독은 "선수들이 아직 어리다.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났는데, 그조차 넘어서야 최고의 선수가 되지 않을까 싶다"며 "샷은 분명히 세계적인 수준이 우리 선수들이다. 하지만 경기 운영에서의 부족함이 있었다. 우리 선수들은 좋은 선수들로 거듭날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팀과 맞선 필리핀에 대해 이동건 감독은 "다음 올림픽 시즌까지 저 팀이 그대로 필리핀 대표가 된다면 만날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최근 대회 경험에 따르면 세계 컬링 판도가 5년 내에 젊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나이 든 선수들이 모인 필리핀에 비해 우리 팀은 20년 이상을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동건 감독은 "선수들, 특히 김은빈 선수가 대회를 연달아 준비하다 보니 스위핑으로 인한 근육통이 있다"며 "잘 팀 정비해서 세계 남자 컬링 세계선수권 잘 치르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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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