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 현장의 이야기를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12일 여자 컬링 대표팀의 경기가 끝난 직후 여자 대표팀 설예은 선수가 남자 대표팀 이재범 스킵을 격려하고 있다.
12일 여자 컬링 대표팀의 경기가 끝난 직후 여자 대표팀 설예은 선수가 남자 대표팀 이재범 스킵을 격려하고 있다.박장식

남녀 컬링 대표팀이 18년 만의 동반 아시아 정상 등극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다. 여자 컬링은 다시금 맞붙는 한중전에서 승리를, 남자 컬링은 필리핀과 다시 치르는 맞대결에서 필승해야 한다.

13일 밤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남녀 4인조 컬링 준결승전에서 남녀 컬링 대표팀이 모두 승리를 차지하며 결승전에 진출했다. 두 팀 모두 여섯 엔드 만에 경기를 끝내고 체력을 아낀 상태에서 가뿐하게 결승전에 출전할 수 있게 됐다.

뜻밖의 이변도 벌어졌다. 남자 컬링 준결승에서 필리핀 대표팀이 '홈' 중국을 마지막 엔드에서 크게 꺾고 결승에서 대한민국과 맞대결하는 것. 필리핀은 이번 결승 진출로 필리핀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동계 아시안 게임 메달을 확보했다.

가볍게 이긴 대한민국

남녀 컬링 대표팀은 이날 준결승에서 비교적 편한 상대를 만났다. 이재범·김효준·김은빈·표정민·김진훈으로 구성된 남자 컬링 대표팀 의성군청은 홍콩을 만나 일전을 치렀다.

초반부터 무게추가 크게 기울어졌다. 첫 엔드 후공권을 쥔 뒤 넉 점을 따낸 대한민국은 두 번째 엔드에 이르러 무려 다섯 점의 빅 엔드를 스틸로 따내며 그야말로 승기를 잡았다. 남자 대표팀은 4엔드와 6엔드에도 두 점씩을 올리며 여섯 엔드 만에 악수를 받아냈다. 최종 스코어는 13대 2.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5G'(김은지·김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는 카자흐스탄을 하루 만에 다시 만났다. 예선에서 만나 8대 2로 승리한 카자흐스탄을 준결승에서 다시 만난 대한민국은 이번엔 더 큰 점수 차이로 눌렀다.

여자 대표팀도 첫 엔드 무려 다섯 점을 얻어내며 일찌감치 승기를 잡았다. 3엔드에는 석 점을 더 따내며 쐐기를 박아넣었다. 카자흐스탄 역시 6엔드 만에 악수를 건네며 스코어 10대 2로 경기가 종료, 대한민국의 결승 진출이 확정됐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컬링 준결승에서 중국이 승리하면서, 중국 컬링 대표팀과의 재대결이 성사됐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컬링 준결승에서 중국이 승리하면서, 중국 컬링 대표팀과의 재대결이 성사됐다.박장식

반면 남녀 대표팀의 맞상대는 어렵게 경기를 치렀다.

남자 준결승전인 중국과 필리핀의 경기는 중국의 베테랑 컬링 선수 쉬샤오밍과 스위스 국가대표를 지낸 도전자 마르코 피스터의 지략 대결로 펼쳐졌다. 전반이었던 2엔드와 4엔드 중국이 두 점씩을 올리며 승리에 가까워지나 싶었지만, 5엔드 필리핀이 무려 넉 점을 따내는 빅 엔드를 가져가며 경기가 묘하게 흘러갔다.

8엔드 마지막 스톤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했던 필리핀과 중국의 경기는 마르코 피스터의 환상적인 테이크 아웃으로 마무리됐다. 마르코 피스터가 투구한 스톤이 중국의 스톤을 모두 쳐내고 자신의 스톤은 하우스에 스테이하는 데 성공한 것. 최종 스코어는 7대 6, 필리핀이 대이변을 만들어냈다.

여자 준결승 중일전은 왕루이-한유 듀오의 한 수 위 경기력을 볼 수 있는 장면이 이어졌다. 일본이 2엔드와 3엔드를 블랭크 엔드로 보내며 다량 득점을 노렸지만, 4엔드 중국이 한 점을 도리어 스틸하는 등 일본에 불리하게 경기가 흘러갔다.

일본이 5엔드 두 점을 가져가며 앞섰지만, 7엔드 중국이 두 점을 스틸하면서 승부의 무게추가 기울었다. 결국 일본은 8엔드 마지막 스톤을 던지지 못한 채 상대에 악수를 청하면서 중국이 최종 스코어 5대 2로 결승에 진출했다.

18년 만의 동반 우승 도전

 12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컬링 여자 대표팀의 경기가 승리로 끝난 후 남자 대표팀 선수들이 여자 대표팀 선수들을 축하하고 있다.
12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컬링 여자 대표팀의 경기가 승리로 끝난 후 남자 대표팀 선수들이 여자 대표팀 선수들을 축하하고 있다.박장식

남자 대표팀은 지난 남자 4인조 예선 첫 경기에서 필리핀을 6대 1로 완전히 꺾었던 적이 있다. 여자 대표팀 역시 예선에서 중국을 만나 4대 3의 스코어로 역전승을 거뒀던 바 있다. 이미 맞붙어 승리를 경험해 본 바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방심은 금물이다. 유럽에서 숱하게 많은 투어를, 그리고 그랜드슬램을 경험했던 필리핀의 앤리코-마르코 형제가 언제, 어떤 샷을 만들어 남자 대표팀 선수들을 어렵게 할지 모른다. 필리핀의 서드로 나서는 크리스티안 할러도 스위스 주니어 국가대표 경력이 있다.

여자 대표팀과 맞붙는 중국의 왕루이·한유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서 강릉시청 '팀 킴'을 상대로 예상 밖 승리를 거둔 바 있다. 그럼에도 클러치 상황에 강한 대한민국의 김은지 스킵, 그리고 완벽한 샷을 구사하는 김민지 서드가 두 선수에 맞서 적진에서 금빛 스위핑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자 대표팀의 결승전은 한국 시간으로 14일 오전 10시, 여자 대표팀의 결승전 역시 같은 날 오후 3시 열린다. 남녀 대표팀이 치르는 결승전은 KBS와 MBC, SPOTV를 통해 생중계된다. 인터넷에선 치지직, 네이버 등으로 스트리밍 중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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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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