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 현장의 이야기를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피겨 차준환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차준환은 이날 경기에서 쇼트프로그램 94.09점을 합한 최종 총점 281.69점을 받으며 우승했다.
피겨 차준환이 13일 중국 하얼빈 헤이룽장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아시안게임 피겨 남자 싱글 프리 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차준환은 이날 경기에서 쇼트프로그램 94.09점을 합한 최종 총점 281.69점을 받으며 우승했다. 연합뉴스

아시아 최고의 남자 피겨 스케이팅 선수로 올라선 차준환에게 메달의 원동력은 '집중'이었다. 다른 선수들의 아쉬운 상황에도, 순위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모양새의 일에도, 좋은 결과가 나오면 따라오는 혜택도 생각지 않은 차준환은 집중력으로 아시아 정상에 올랐다.

13일 밤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다목적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에서 금메달을 따낸 차준환은 "경기에 대해 만족하고, 어떤 결과여도 상관이 없을 정도로 후회가 없었다"고 돌아봤다.

차준환의 눈은 이제 1년 뒤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올림픽으로 향한다. 느리지만 성장하는 선수로 자신을 평가한 차준환은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하겠다"라는 각오를 다졌다.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경기 치렀다"

경기가 끝난 후 땀이 송골송골하게 맺힌 채로 인터뷰에 응한 차준환은 "솔직하게 말하자면 경기에 대해서 만족했다. 어떤 결과여도 상관이 없었기에 하나도 후회가 없었다"라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퍼스널 베스트라는 목표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프리에서 내가 만족할 수 있는 경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이번 경기에서 차준환은 어려운 수행 동작을 추가하는 등의 방식 대신 원래의 프로그램을 계속 유지하는 방법을 택했다. 그는 "결과론이기는 하지만, 내가 연습하고 있던 방식을 고른 것이 노력의 결과였다"라며 "결과를 바라보고 새로운 도전을 한다는 것은 내가 여태껏 시간을 쓰지 않은 길을 고르는 것이니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물론 계획과는 약간 다른 경기도 펼쳐졌다. 차준환은 초반 트리플 럿츠와 트리플 룹 콤비네이션 점프에서 트리플 룹 점프를 수행하지 않고 단독으로 뛰었다. 트리플 룹 점프는 후반부 단독으로 점프할 예정이었던 트리플 플립에 붙여 수행했다.

차준환은 "플랜 B로 수행한 것이다. 원래 당시 점프를 연결하지 못해서 바꾼 것"이라며 "위험한 순간들을 잘 만회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른 선수들의 경기 결과를 보는 것보다는 나의 경기에 오롯이 집중했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으려 노력했다"며 "경기 내용도 완벽하지 않았고 위험한 순간도 있었지만, 나에게 집중했기에 플랜 B를 고려해 경기를 이어나갈 수 있었다"고 부연했다.

차준환은 이번 시즌에도 발목 부상으로 신음했다. 그는 "부상 부위가 스케이트에 계속 닿을 수밖에 없어서 까다롭다. 지금도 회복했다 보기는 어렵지만 회복과 훈련을 병행하고 있다.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주변 분들이나 코치님들이 주변에서 도와주신 덕분에 포기하지 않았다"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어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과 구성으로 프로그램을 창작하면서 동기 부여도 됐다"며 "이번 시즌을 좋게 시작했고, 중간에 부상도 있었지만 포기하고 싶지 않았기에 잘 싸워서 이겨내 보려고 한다"고 각오했다.

"지난 올림픽 경험, 성장의 계기... 내년 잘 준비하겠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 금메달리스트 차준환이 13일 밤 공식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피겨 스케이팅 남자 싱글 경기 금메달리스트 차준환이 13일 밤 공식 기자회견에 임하고 있다.박장식

부상이라는 이슈에도 불구하고 최고의 연기를 펼친 차준환은 "부상이 심했기 때문에 자신감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많았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부딪혔다"며 "이번 시즌은 후반기 일정이 연속적인 터라 부침도 있었다"고 돌아봤다.

그는 "그럼에도 경기 운영 능력 면에서 보자면 어느 정도 잘 운영해 나가고 있다. 이런 부분은 자신감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 같다"며 "다른 기술에도 당연히 도전하고 싶은 의향이 있다. 좋은 기회가 있으면 향후 조금 더 도전적인 구성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여자 싱글에서 김채연이 금메달을 따낸 것은 차준환에게 좋은 영향을 주기도 했다고. 그는 "나 또한 응원하는 마음으로 경기를 지켜봤다. 함께 좋은 성장을 이뤘기에 기쁘고, 더욱 의미가 깊다. 금메달 기운을 받은 것 같다"며 웃었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과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통해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는 차준환은 "큰 대회에서의 경험이 나에게 성장하고 배우는 계기가 됐다"며 "1월 동메달을 따낸 유니버시아드와 이번 동계 아시안 게임이 나에게 올림픽을 향해 나가는 좋은 경험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베이징 올림픽 이후 목표를 하나씩 이루고 있다. 느리지만, 어느 정도 잘 성장하는 것 같다"며 "다가오는 올림픽을 열심히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 다짐했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차준환 피겨스케이팅 남자피겨 2025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