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 현장의 이야기를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12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라운드 로빈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12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라운드 로빈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승리를 거둔 여자 컬링 대표팀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박장식

18년 만의 아시안 게임 우승까지 앞으로 단 두 발짝만 남았다. 앞서 예선 경기를 모두 승리하고 단 한 번의 준결승과 결승만을 남겨둔 컬링 여자 대표팀은 '하나씩 차근차근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각오를 넌지시 드러냈다.

12일부터 13일까지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라운드 로빈 마지막 세 경기. 12일 열린 두 경기에서 카자흐스탄을 8대 2로, 필리핀을 11대 3으로 누른 대표팀은 마지막 예선전인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2엔드 만에 상대의 기권으로 승리를 확정지었다.

이제 한국 시간 기준 13일 오후 8시에 열리는 카자흐스탄과의 준결승으로 메달 확보 여부가, 14일 오후 3시 열릴 메달 결정전에서 메달의 색이 결정될 예정이다. 2007 창춘 동계 아시안 게임 이후 세 대회 만에 우승을 노리는 여자 대표팀의 여정에 관심이 쏠린다.

완벽한 '전승'... 체력도 아꼈다

11일 밤 열린 한중전에서, 상대에게 스틸을 내주는 고비를 딛고 후반 대역전극으로 승리를 차지한 여자 컬링 대표팀은 잔여 경기에서 손쉽게 경기에 승리하며 남은 세 번의 승리도 여유롭게 가져갔다.

12일 오전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경기는 8대 2로 승리했다. 카자흐스탄 역시 컬링 국제대회를 치렀던 경험이 있는 국가이지만, 대한민국은 첫 엔드부터 스틸로 두 점을 따내는 등 활약했다. 3엔드 석 점의 빅 엔드를 만든 데 이어 후반에는 아예 점수를 내주지 않은 대표팀은 빠르게 상대의 악수를 받아냈다.

같은 날 오후 열린 필리핀과의 경기에서는 초반 대등하게 경기가 흘러갔다. 필리핀의 주축 선수들은 미국 등에서 컬링 선수로 활동했던 바 있다. 첫 엔드 두 점을 먼저 가져간 대한민국은 두 번째 엔드 두 점을 다시 내주며 묘한 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3엔드 넉 점을 가져가는 빅 엔드를 만들며 승기를 잡았다. 특히 4엔드에서는 하우스 안의 드로우 공간을 없애는 전략을 구사하며 스틸로 상대에게 석 점의 빅 엔드를 뺏어내는 등 한 수 위 경기력을 선보였다.

대표팀은 결국 필리핀에게 여섯 엔드 만에 기권을 받아내면서 라운드 로빈 막판인 12일 치른 두 경기를 모두 정규 엔드보다 빠르게 경기를 마쳤다.

특히 예선 라운드 로빈 마지막 경기에서는 체력을 아낄 수 있게 됐다. 13일 오전 카타르와의 예선 최종전에서 상대의 기권으로 인해 2엔드 만에 경기를 마친 것. 이미 첫 엔드 넉 점의 빅 엔드를 가져가며 상대를 초반부터 압도했던 대표팀은 빠르게 '퇴근'하고 저녁 준결승을 준비할 수 있게 됐따.

대한민국의 기록은 8전 전승. 특히 4강권으로 꼽히는 국가들을 상대로 한 수 위 경기력을 펼친 대표팀은 카자흐스탄과의 경기에서 메달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우리가 해 왔던 대로"

 12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라운드 로빈 경기에서 (왼쪽부터) 김민지, 김은지 선수가 필리핀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
12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펼쳐진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라운드 로빈 경기에서 (왼쪽부터) 김민지, 김은지 선수가 필리핀 선수들의 경기 장면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박장식

12일 필리핀과의 경기를 마무리짓고 만난 김은지 스킵은 "라운드 로빈 막판 경기들은 준결승전을 위한 준비를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하나씩 차근차근 하면서, 다양한 샷을 구사하면서 우리의 감각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핑팡구컬링관은 아시안 게임 선수단 호텔이 있는 곳에서 40분이 걸리는 비교적 먼 거리. 휴식에 어려움이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김수지는 "환경은 어쩔 수 없고, 모두가 똑같은 조건"이라며 "우리 모두 멀미가 없는 편이라 차에서 쉬고 노래도 들으면서 잘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초점을 맞췄던 경기는 준결승과 결승"이라며 "두 경기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싶다"라고 덧붙였다.

김민지 역시 "다른 부가적인 생각 없이 라운드 로빈 내내 플레이오프에만 초점을 맞췄다"며 "라운드 로빈을 잘 치른 만큼 결선에만 집중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김은지 스킵은 결승전에서 상대에 맞서 전략을 바꿀 여지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우리가 하던 플레이만 하려고 한다"며 "만났던 팀이라고 해서 작전을 변경하기 보다는, 우리가 했던 대로 하면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고 확신한다.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다짐했다.

18년 만의 남녀 동반 아시안 게임 우승을 향해 나아가는 여자 컬링 대표팀의 준결승 경기는 한국 시간으로 13일 오후 8시 펼쳐진다. 같은 시각에는 남자 대표팀의 준결승 경기 역시 함께 열린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컬링 여자컬링 2025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경기도청컬링팀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