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 현장의 이야기를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지난 9일 오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팀 스프린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왼쪽부터)김민지·김민선·이나현 선수.
지난 9일 오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팀 스프린트에서 우승을 차지한 (왼쪽부터)김민지·김민선·이나현 선수.박장식

여자 단거리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들에게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은 '증명'의 자리였다. 올림픽을 1년 앞두고 대중 앞에서 자신의 실력을 아낌없이 드러낼 기회를 얻었고, 그 기회를 잡아 누구보다도 밝게 빛났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대한민국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이 따낸 금메달 3개는 모두 여자 단거리 종목에서 나왔다. 김민선이 500m에서, 이나현이 100m에서, 그리고 김민선과 이나현·김민지가 힘을 합친 팀 스프린트에서 나왔다.

특히 단거리 종목 메달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최고의 활약이라는 칭송이 누구보다도 잘 어울리는 활약을 펼친 여자 단거리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 그런 대표팀은 1년 뒤 펼쳐질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에서의 전망 역시 '맑음'으로 만들었다.

증명, 그리고 발견의 무대

이번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은 '스피드 스케이팅 쌍두마차'로 김민선(의정부시청)과 이나현(한국체대)이 부상한 계기였다. 특히 세계선수권과 월드컵, 사대륙선수권에서 좋은 모습을 보였지만 종합대회 메달이 없었던 김민선에게는 증명의 무대가, 이나현에게는 발견의 무대가 이번 아시안 게임이었다.

지난해 세계선수권 500m에서 은메달을 따낼 정도로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현재진행형'의 선수인 김민선은 이번 아시안 게임을 통해 대중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각인시켰다.

주종목인 500m에서 금메달을 따내는 모습뿐만 아니라, 쇼트트랙 남녀 계주에서 아쉬운 '노메달'이 벌어진 직후 펼쳐진 팀 스프린트 경기에 마지막 주자로 나서 금메달을 합작한 장면은 국민들의 뇌리에 깊이 남을 명장면이었다.

2005년생 젊은 선수인 이나현은 이번 아시안 게임을 스포츠 팬들이 자신의 이름을 발견하는 계기로 삼았다. 특히 대회 첫날이었던 8일, 100m에서 김민선과의 경쟁 끝에 0.004초 차이로 금메달을 얻어냈던 모습은 강렬했다. 새로운 시니어 빙속 선수로, 1년 뒤 올림픽이 기대되는 선수로 이나현을 발견하는 계기가 됐다.

김민선과 이나현, 그리고 김민지가 만든 메달만 하더라도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그리고 동메달 1개 등 총 6개. 8년 전 동계 아시안 게임 때 여자 단거리 메달은 이상화가 500m에서 따낸 1개에 그쳤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크나큰 성장인 셈이다.

잘 하는 후배의 등장이 경계될 수도 있을 텐데, 김민선은 더 담대했다. 그는 팀 스프린트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이 그만큼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고 했다.

이어 "쇼트트랙 같은 종목은 한국 선수끼리 금메달을 경쟁하는데, 스피드 스케이팅은 아직까지 그런 일이 잘 없었다"며 "스피드 스케이팅이 이번 아시안 게임뿐만 아니라 다른 대회에서도 선수들끼리 함께 메달을 경쟁하는 종목이 됐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선수들은 이제 1년 뒤 밀라노를 기약하고 있다. 김민선 선수의 희망처럼 대한민국 선수들이 함께 포디움 경쟁을 벌이는 모습을 올림픽에서 드디어 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이나현의 새 각오 "스피드 스케이팅 하면 생각나는 선수로"

 이번 아시안 게임 기간 금메달 2개, 은메달과 동메달 한 개씩을 따내며 선전한 이나현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팅 포즈를 지어보이다 웃음짓고 있다.
이번 아시안 게임 기간 금메달 2개, 은메달과 동메달 한 개씩을 따내며 선전한 이나현 선수가 스피드 스케이팅 스타팅 포즈를 지어보이다 웃음짓고 있다.박장식

이번 대회를 통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알린 선수라면 단연 이나현을 꼽을 수 있을 터. 대회가 모두 끝난 뒤 만난 그는 모든 것을 쏟아붓자고 생각했고, 실제로 그것이 잘 이루어져서 뿌듯한 아시안 게임이었다. 홀가분하고 기분 좋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으로 나선 아시안 게임이라는 큰 대회에서 금메달을 얻은 것이 좋다. 언니들과 함께 나선 팀 스프린트에서 금메달을 딴 뒤 태극기를 들고 함께 경기장을 돌았던 것 역시 기억에 남는다"며 "큰 대회에서 어떤 마음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배우고 경험했다"고 덧붙였다.

이나현의 목표는 '스피드 스케이팅 하면 생각나는 선수'가 되는 것. 그는 "미래가 밝은 선수로서 나를 알리고 싶다"며 "남은 시즌은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고 생각하고 임하고 싶다. 더욱 스케이트를 잘 타겠다"고 각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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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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