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 현장의 이야기를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1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박지우·정유나·김윤지 선수가 활주하고 있다.
1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스피드 스케이팅 여자 팀추월 경기에서 박지우·정유나·김윤지 선수가 활주하고 있다.박장식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의 스피드 스케이팅 국가대표 선수단이 남녀 팀추월에서 메달을 수성, 유종의 미를 거뒀다.

1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의 스피드 스케이팅 마지막 날 경기. 대한민국은 1000m 남자에서 차민규가 은메달을, 1000m 여자에서 이나현이 동메달을 따내며 개인전 마지막 경기에서도 메달 수확을 이어갔다.

남녀 팀추월에서도 메달 소식이 이어졌다. '살아있는 전설' 이승훈을 포함해 정재원·박상언으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이 은메달을 따냈고, 박지우와 정유나·김윤지 역시 동메달을 따냈다. 특히 이승훈은 아홉 번째 아시안 게임 메달을 품에 안으며 역대 동계 아시안 게임 사상 최다 메달리스트로 등극했다.

마지막 날에도... 모든 종목에서 시상대 올랐다

단거리 종목을 중심으로 3개의 금메달을 수확하는 등 좋은 경기력을 펼쳤던 바 있는 대표팀은 이날도 모든 종목에서 시상대 위에 올랐다.

남자 1000m에서 차민규가 은메달을 따내며 기분 좋은 시작을 알렸다. 차민규는 중국의 리안지웬과 페어로 달려 1분 9초 63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리안지웬을 0.05초 차이로 따돌린 차민규는 중국의 닝종얀이 1분 8초 81로 아시아 신기록을 갈아치우면서 닝종얀에 이은 2위로 시상대에 올랐다.

여자 1000m에서는 이나현이 동메달을 얻었다. 이나현은 일본의 코사카 린과 페어로 달린 1000m에서 1분 16초 39의 기록으로 중국의 한메이·인치에 이어 3위에 올랐다. 금메달 2개, 은메달 1개를 이미 갖고 있던 이나현은 개인 네 번째 메달을 따내며 이번 아시안 게임을 마쳤다.

 1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관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동계 아시안 게임의 9번째 메달을 기록한 이승훈이 아홉 번째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1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관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동계 아시안 게임의 9번째 메달을 기록한 이승훈이 아홉 번째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박장식

이어진 팀추월에서도 낭보가 이어졌다. 남자 팀추월에서는 이승훈·정재원·박상언이 일본과 페어로 달렸다. 3분 47초 99로 일본을 4초 94 앞서며 메달을 확정지은 대한민국은 중국에는 2초 05 뒤서며 은메달을 얻어냈다. 특히 이날 은메달은 이승훈의 아시안 게임 통산 아홉 번째 메달.

김동성의 기존 8개 기록을 넘어선 이승훈은 한국 동계 아시안 게임 사상 가장 많은 메달을 보유한 선수가 됐다. 경기 후 이승훈은 "영광스러운 일"이라며 "오랫동안 스케이트를 타 온 보람을 이렇게 느끼게 돼 감사하다. 나는 운이 좋은 선수다. 오랫동안 부상 없이 이렇게 탈 수 있었다는 것이 그저 행복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지막 경기는 여자 팀추월. 대한민국의 박지우·정유나·김윤지가 출전했다. 카자흐스탄과 한 조로 달리나 싶었던 대한민국은 경기 초반 카자흐스탄 선수들이 넘어지는 뜻밖의 상황과 마주치며 경쟁자 없이 홀로 뛰어야 했다. 하지만 선수들은 페이스를 그대로 가져가며 분전했다.

선수들의 기록은 3분 10초 47. 한국보다 4초 95가 빨랐던 일본이 은메달을, 3분 02초 75의 기록을 보유한 중국이 금메달을 가져갔. 한국은 동메달을 따내 시상대 위에서 모든 대회를 마무리했다.

"다가오는 올림픽, 장거리 선수들도 좋은 성적 낼게요"

 1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관 앞에서 이번 아시안 게임의 모든 경기를 마친 박지우 선수가 메달리스트를 위한 부상으로 제공되는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의 마스코트 인형을 들어보이고 있다.
1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관 앞에서 이번 아시안 게임의 모든 경기를 마친 박지우 선수가 메달리스트를 위한 부상으로 제공되는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의 마스코트 인형을 들어보이고 있다.박장식

8년 전 삿포로 동계 아시안 게임 때 막내였던 박지우는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후배 선수들과 함께 팀추월 주행에 나서는 '맏언니'가 됐다. 대회를 마친 후 만난 박지우는 "팀추월에 나선 후배들이 아시안 게임뿐만 아니라 국제대회 자체가 처음이라 걱정이 많았는데, 경기 결과가 월드컵 때의 기록보다도 좋았다"며 만족했다.

단 하나 아쉬운 점이라면 페어로 달렸던 카자흐스탄 선수가 넘어지면서 경쟁자 없이 팀추월 경기를 치러야 했다는 것. 박지우는 "상대편 기록을 체크하면서 뛰지 못했다는 점도 아쉬웠다"며 "정정당당하게 우리가 기록에서 이겨 동메달을 땄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했다.

박지우는 "이번 아시안 게임은 개인 종목 성적이 많이 좋았지만, 월드컵이나 국제대회에서 부족한 면이 많았으니 장거리 종목에서의 순위가 중국이나 일본 선수에 비해 아쉬웠다"며 "내년 올림픽을 위해 계획을 더 잘 잡아서 밀라노에서는 좋은 성적을 거두고 싶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내년 올림픽에서는 단체전 종목에서 메달을 따면 정말 좋을 것 같다. 올림픽 룰은 토너먼트라 우리에게 더 유리하기도 하다"라며 "(김)보름 언니가 부상으로 아시안 게임에는 함께 출전하지 못했지만, 내년에 함께 올림픽에 나가면 정말 좋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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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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