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 현장의 이야기를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
바이애슬론에서 대한민국 아시안 게임 사상 첫 메달을 땄다. 2016년 러시아에서 귀화한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다.
11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상즈시 야부리 스키 리조트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바이애슬론 7.5km 스프린트 종목에서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전남체육회)가 금메달을 따냈다.
2016년 러시아에서 대한민국에 귀화한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는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 출전해 15km 개인전에서 16위를 달성했다. 평창 올림픽 경기력 향상을 목표로 대한민국에 귀화한 선수 중 유일하게 이번 아시안 게임에 나섰던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는 9년 만에 아시아 정상에 섰다.
막판 초인적인 스퍼트... 한국 바이애슬론 역사로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마에게 첫 아시안 게임이었던 이번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는 이제 '마지막 남은 현역 평창 올림픽 출전 귀화 선수'로 생애 첫 아시안 게임 무대를 밟았다.
바이애슬론은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타던 도중에 총으로 표적지를 맞추는 종목이다. 북유럽 선수들이 큰 힘을 쓰는 종목이기에 올림픽에서도 대한민국이 10위 안에 든 적이 없지만, 대한민국은 아시안 게임에서 단 한 번도 바이애슬론 종목으로는 정상에 선 적이 없었다.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는 비교적 초반이었던 2.5km 지점에서 4위까지 내려앉기도 했다. 다시 2위까지 오르다 6km 지점을 앞두고 다시 4위로 내려앉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막판 스퍼트를 올려 빠르게 결승선을 향해 질주했다.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가 결승선을 통과하는 데 걸린 시간은 22분 45초 4. 그가 마지막 1.5km 구간을 질주하는 데 걸린 시간은 6분 22초 8에 불과했다. 은메달을 딴 중국의 멍팡치가 6분 28초 4를, 탕지아린이 6분 54초 9를 기록한 것과 큰 차이다. 마지막 초인적인 힘을 만든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는 한국 바이애슬론 역사에 길이 남을 애국가의 주인공이 되었다.
"한국 바이애슬론 발전에 힘 되고 싶다"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는 아시안 게임 이전 대한체육회에 "내가 한국 바이애슬론 발전에 큰 힘이 되었던 선수로 기억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번 우승으로 그는 대한민국 바이애슬론의 역사로 기록됐다.
그는 경기 직후 아시안 게임 조직위원회와 한 인터뷰에서 "훈련 때는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느껴졌지만, 레이스전에는 긴장됐다"라며 "코스가 매우 힘들었다. 레이스를 마치고 나니 다른 감정보다는 매우 피곤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의 도전은 계속된다. 오는 12일 여자 4×6km 계주에 대표팀 선수들과 함께 나서 대표팀의 바이애슬론 두 번째 메달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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