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히어> 관련 이미지.
영화 <히어> 관련 이미지.스튜디오 오르카

인간의 삶에서 필수인 집 자체가 주인공이 된 영화는 어떨까. 사는 공간은 개인의 개성과 가치관이 드러나게 마련이며 역사의 단면이기도 하다. 영화 <히어>는 인간에게 가장 기본적인 안식처가 되는 집이라는 공간을 생동감 있게 그려낸다.

'Here'라는 영어 원제목이 말해주듯 이 영화는 특정 공간에서 벌어지는 서로 가족들의 연대기를 다룬다. 집이라는 개념 자체가 없었던 선사시대, 그리고 인류의 등장 직후, 그리고 문명의 발전에 따라 변화해 온 특정한 공간을 분할 화면 효과를 통해 관객에게 제시하는 식이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남편 리처드(톰 행크스)와 아내 마가렛(로빈 라이트)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리처드의 부모, 그리고 그 자녀들까지 3대가 한 공간에서 복닥거리는 모습이 영화 내내 교차된다.

흥미로운 건 이들이 집을 구매하기 위해 대출을 고민할 때, 자녀 문제로 서로 싸울 때, 자녀들의 돌발행동에 당황할 때 환기하듯 등장하는 과거 시대의 모습들이다. 그러니까 태초에 인류가 막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남북전쟁이 한창일 때 그 공간은 어떤 형태였는지 나타내는 것이다. 이는 리처드 집안의 갈등이 크게 보면 대세엔 문제 없는, 그저 먼지와도 같을 수 있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이는 연출을 맡은 로버트 저메키스 감독의 초기작에서 찾아볼 수 있는 메시지다. <빽 투 더 퓨쳐> 시리즈, <캐스트 어웨이>, <포레스트 검프> 등 극한 혹은 과학적 상상력 안에 녹인 특유의 가족주의, 화합의 메시지가 이번 작품에도 어김없이 녹아 있는 것이다. 이색적인 점이 있다면 집이라는 공간 자체가 주요한 캐릭터로 전면에 나섰다는 사실. 메타피직(Metaphysic)이라는 업체에서 개발한 생성형 AI 툴로 배우들의 나이 변화를 표현했는데, 극장 스크린을 통해 보더라도 이질감이 거의 없어 보였다.

물론 미국에서 배우 조합, 작가 조합 등이 생성형 AI 기술 문제를 두고 파업을 벌이는 등 논란이 점화되긴 했지만, 이 영화에선 철저히 캐릭터 표현을 위한 보조 수단으로 사용됐기에 해당 논란은 피해갈 수 있었다.

알려진 대로 <히어>는 동명의 그래픽 노블을 원작으로 했다. 한 페이지 안에 여러 조각으로 다양한 삶의 모습을 표현한 원작 만화를 나름 영화로 녹여내며 시각적으로 잘 구현해냈다. 현대 영화 기술과 고전적인 가족주의 영화의 메시지가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다만, 영화 자체가 취하고 있는 정서가 현재 젊은 관객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올지는 미지수다. 인생의 유한성, 대가족 제도에서 자신들의 사랑을 발견한다는 메시지는 자칫 유물처럼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AI 기술을 이용하긴 했지만, 이런 결과물을 꼭 극장 스크린으로 봐야만 하는 당위성은 없다. 이미 여러 영상 광고물이나 숏폼 등에서 활용돼왔기에 기술만으로도 이 영화의 신선함을 담보할 순 없다. 여러 모로 안전한 선택이었다. 참신한 영화와 내용을 기대한다면 아쉬울 수 있다.

 영화 <히어> 관련 이미지.
영화 <히어> 관련 이미지.스튜디오 오르카

한줄평 : 잊기 쉬운 가족애, 그 전통적 가치를 지지하다
평점 : ★★★(3/5)

영화 <히어> 관련 정보

원제 : HERE
감독 : 로버트 저메키스
주연 : 톰 행크스, 로빈 라이트
수입 : ㈜스튜디오 오르카
배급 : 메가박스 중앙㈜
공동 배급 : ㈜이놀미디어
러닝 타임 : 104분
관람 등급 : 12세이상관람가
개봉 : 2025년 2월 19일






히어 톰행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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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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