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 현장의 이야기를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9일 저녁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남자 컬링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왼쪽부터) 표정민·김진훈 선수가 스톤을 열심히 스위핑하고 있다.
9일 저녁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남자 컬링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왼쪽부터) 표정민·김진훈 선수가 스톤을 열심히 스위핑하고 있다.박장식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5G'가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남녀 4인조 컬링에서 초반 3연승을 차지한 가운데, 이에 질세라 남자 컬링 대표팀 의성군청도 3연승으로 대회를 시작, 금메달 획득의 꿈에 가까이 다가갔다.

9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시작된 남자 컬링 A조 라운드로빈에서 의성군청(이재범·김효준·표정민·김은빈·김진훈)은 한국 시간 낮 2시에 열린 첫 경기에서 필리핀을 만나 6대 1로 승리했다. 팀의 내력 탓에 가장 경계되는 팀으로 꼽히던 필리핀을 첫 경기 상대로 만나 대승을 거둔 대표팀은 자신감을 크게 높였다.

이어 한국 시간으로 밤 10시 열린 경기에서 키르기스스탄을 만나 15대 1로 대승했고, 역시 한국 시간으로 10일 오후 3시 열린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10대 1의 스코어로 승리하며 3연승에 올랐다. 대표팀 선수들은 "첫 경기 집중해서 치렀는데 승리해서 다행"이라며 "결승만 생각하고 있다"고 의지를 불태웠다.

'사실상' 스위스 대표팀 필리핀, 손쉽게 꺾고 3연승

필리핀이 가장 경계되는 팀으로 꼽힌다는 말에 많은 스포츠 팬들이 고개를 갸웃거릴 만 하다. 하지만 필리핀 남자 컬링 대표팀의 주축 선수인 앤리코 피스터와 마르코 피스터는 스위스 국가대표를 역임하면서 세계 대회 메달도 땄던 바 있고, 그랜드슬램도 출전했던 세계적인 컬링 선수다.

두 선수는 '어머니의 나라' 필리핀 대표로 올림픽 출전을 이루기 위해, 필리핀 남자 국가대표로 이번 아시안 게임에도 나섰다. 한국 남자 컬링의 사상 첫 올림픽 자력 진출에 가장 큰 경계 대상이 될 필리핀과의 첫 맞대결은 선수들에게도 꼭 잡아야 할 경기 중 한 명이었다.
 9일 저녁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남자 컬링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왼쪽부터) 표정민·이재범·김진훈 선수가 스톤 투구 준비에 나서고 있다.
9일 저녁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남자 컬링 키르기스스탄전에서 (왼쪽부터) 표정민·이재범·김진훈 선수가 스톤 투구 준비에 나서고 있다.박장식

뚜껑을 열어보니 대한민국이 크게 앞서나갔다. 9일 낮 열린 필리핀과의 경기에서 첫 엔드 후공권을 쥔 대한민국은 첫 엔드 하우스를 비우며 후공권을 그대로 다음 엔드에 넘기는 '블랭크 엔드'를 만든 뒤 2엔드에 두 점을 따내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필리핀 역시 다량 득점을 노리는 듯 3엔드를 블랭크 엔드로 보냈지만, 4엔드 한국에 도리어 스틸을 내주며 스텝이 크게 꼬였다. 대한민국은 전반에 필리핀의 득점을 모두 막아내며 3대 0으로 크게 앞섰다. 5엔드에도 두 점을 더 올리는 등 순항한 대표팀은 필리핀에게 악수를 받아내며 최종 스코어 6대 1로 경기를 마쳤다.

이어 한국 시간으로 밤 10시에 열린 키르기즈스탄과의 두 번째 경기. 키르기즈스탄이 이른바 '호그라인 반칙 감지 장치'가 활성화되지 않은 스톤을 던지는 '부정 투구'를 범하면서 첫 엔드 분위기가 묘하기는 했지만, 대한민국은 첫 엔드부터 넉 점을 뽑아내면서 기세를 잡았다.

전반에만 무려 아홉 점을 뽑은 대표팀은 여섯 엔드 만에 상대의 악수를 받아내며 15대 1로 완승을 거두며 첫 날을 기분 좋게 마무리했다.

이어 10일 낮 열린 대만과의 경기에서도 대표팀은 남다른 기량을 보여주었다. 첫 엔드부터 다섯 점을 올리는 등 초반부터 상대를 압도한 대표팀은 10대 1로 6엔드 만에 경기를 끝내며 연승 가도에 본격적으로 올라섰다.

남자 컬링 대표팀은 사실상 플레이오프 진출을 확정 지은 가운데, 11일 열리는 카자흐스탄과의 A조 라운드로빈 최종전에서 승리하면 조 1위로 준결승에 직행한다.

"결승만 보고 열심히 하겠습니다"

"목표는 1등!" 9일 키르기즈스탄전이 끝난 뒤 만난 남자 컬링 대표팀 표정민·이재범 두 선수가 포즈를 지어보이고 있다.
"목표는 1등!"9일 키르기즈스탄전이 끝난 뒤 만난 남자 컬링 대표팀 표정민·이재범 두 선수가 포즈를 지어보이고 있다.박장식

9일 키르기즈스탄과의 경기가 끝난 후 만난 남자 컬링 대표팀은 특유의 자신감을 가득 채운 모습으로 소감을 전했다.

2003 아오모리 대회 당시 선수로 나서 한국 컬링의 국제대회 첫 금메달을 따냈던 대표팀 이동건 감독은 "우리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는 아이스 같다고 생각했는데, 필리핀과의 첫 경기에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니까 이대로 가면 희망이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며 선수들을 칭찬했다.

이어 이 감독은 "가장 간절히 바라는 것은 지도자로서 아이들과 함께 한 번 더 아시안 게임에서 최고의 자리에 서는 것"이라며, "특히 선수들이 샷에서의 미스가 없어서 좋다. 우리 선수들이 잘 하는 스위핑 역시 잘 된다. 승산이 더욱 높아졌다고 본다"며 단평했다.

표정민은 "필리핀을 꼭 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서, 첫 경기 집중해서 했었다"며 첫 경기 필리핀을 잡았던 소감을 전했다. 김은빈도 "우리의 투구 스타일과 지금 아이스 감각의 조합이 좋다"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재범 스킵은 "지난 범대륙선수권이나, 유니버시아드에 비해 샷 컨디션이 잘 올라왔다. 몸 컨디션이야 아직 피로도가 남아 있지만, 퍼포먼스는 괜찮다"며 자평했다. 이재범은 이어 "우리의 포커스는 준결승전과 결승전에 있다"며, "두 경기에 대비해서 아이스 리딩 등에 중점적으로 잘 대비하겠다"며 말했다.

이어 표정민은 "우리가 컨디션 관리를 잘 하면서, 이 아이스에 더욱 잘 적응해서 실수를 줄이고 싶다"며, "우리는 결승만 생각하고 있다. 차근차근 잘 준비해 남은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계속해서 보여주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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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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