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 현장의 이야기를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세 번째 금메달 소식이 단체 종목, 팀 스프린트에서 나왔다.

9일 오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빙상훈련센터 스피드 스케이팅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여자 팀 스프린트에서 팀 스프린트 대표팀(김민선·이나현·김민지)은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세 선수는 "대한민국이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완벽한 팀워크가 만든 완벽한 금메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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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100m에서 이나현이 금메달을, 이날 낮 열린 500m에서 김민선이 금메달을 따내며 금메달 하나씩을 나눠 가진 두 선수. 세 명이 출발해 400m마다 한 명씩이 빠져, 마지막 800m~1200m에서는 홀로 스퍼트를 펼쳐야 하는 팀 스프린트 종목에서 대표팀은 완벽한 팀워크를 선보였다.

대한민국은 김민지가 첫 번째 주자로, 이나현·김민선이 각각 두 번째와 세 번째 주자로 나섰다. 금메달 유력 후보인 중국과 페어로 펼치는 레이스에서, 초반 김민지가 치고 나가면서 리드에 나선 대표팀은 완벽한 호흡을 자랑하며 초반 분위기를 잡았다.

김민지의 리드 덕분에, 대한민국은 호흡을 맞추는 데 난조를 겪은 중국을 상대로 초반 0.48초의 우세를 잡았다. 김민지는 한 바퀴를 다 돈 시점에서 옆으로 빠져나와 김민선과 이나현에게 바통을 넘겼다.

이나현이 선두를 이어받을 차례. 이나현과 김민선은 '찰떡 호흡'으로 질주에 나섰다. 800m 지점을 지날 때까지 우세했던 이나현은 김민선을 손으로 잡아 끌어주면서, 김민선에게 마지막 힘을 실어 주었다.

이제 김민선과 중국 한메이의 1대 1 싸움. 중거리 주자인 한메이가 역전에 나서려 시도했지만, 김민선은 1분 28초 62의 기록으로 결승선을 통과, 중국을 0.23초 앞서며 안정적으로 레이스를 마쳤다.

이제 일본과 카자흐스탄의 성적을 볼 차례. 일본과 카자흐스탄은 한국의 기록에 2초 이상 못 미치는 기록이 나오면서 대한민국의 금메달이 확정됐다. 선수들은 시상식에서 한 팔을 불끈 쥐어 보이는 세리머니로 대한민국 선수단의 열한 번째 금메달 획득을 자축했다.

"함께 시상식 올라가니까 너무 기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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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을 마친 뒤 선수들은 "팀으로 함께 했기에 더욱 열심히 준비했다"고 말했다. 김민선은 "팀 스프린트 준비하면서 이렇게 열성적으로 준비한 것은 처음"이라며 "고생한 만큼 함께 기쁜 마음으로 메달을 꼭 목에 걸고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금메달을 따서 너무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이나현도 "팀으로 함께 포디움에 올라가서 기분이 너무 좋았다. 셋이 함께 오르니까 다른 개인 종목보다 더욱 기쁘더라"며 "금메달이 두 개라 기분 좋은데 특히 한 종목은 팀 종목에서 따낸 것이라 행복하다. 함께 즐겁게 한국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 같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김민지 역시 "내가 초반에 잘 버텨야 했기 때문에 개인 종목보다 부담이 컸지만, 모두가 잘 해준 덕분에 편안하게 골인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모든 것이 잘 맞은 덕분"이라며 우승 소감을 전했다.

선수들이 보여준 세리머니는 한 팔 근육을 과시하듯 들어 올린 '뽀빠이 세리머니'. 김민선은 "한국에서부터 '함께 세리머니를 하면 어떤 것을 할까'를 많이 고민했다"며 "막내 나현이에게 막중한 임무를 줬다"며 뒷이야기를 들려줬다. 이나현 역시 "열심히 고민하다가, 강하다는 표시를 보여주고 싶어서 이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100m, 500m 등 단거리 종목이 유독 많았다. 김민선은 "이번 아시안 게임이 단거리 선수들에게 너무 좋은 기회인데, 이 기회를 우리가 잡아서 많은 금메달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며 뿌듯함을 드러냈다.

이어 "우리가 한국 스피드 스케이팅이 많이 발전했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 다행스럽다"라면서 "앞으로도 우리가 잘해야 어린 선수들도, 후배들도 더 희망을 품고 꿈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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