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으로의 여정을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8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믹스더블 컬링 시상식에서 성지훈, 김경애 선수가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
8일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믹스더블 컬링 시상식에서 성지훈, 김경애 선수가 은메달을 목에 걸고 있다.박장식

지난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의 첫 메달을 수확했던 믹스더블 컬링 대표팀이 하얼빈AG에서 은메달을 따냈다.

8일 오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믹스더블 컬링 결승전에서 대한민국과 일본이 맞붙었다. 성지훈-김경애 듀오가 출전한 대한민국은 일본의 코아나 토리-아오키 고 조와 맞붙어 이번 대회 단체 구기종목 첫 메달의 색깔을 가르는 일전을 펼쳤다.

경기는 시종일관 팽팽하게 이어졌다. 대한민국은 일본의 허를 찌르는 스톤 배치로 상대의 파워 플레이 상황에서 스틸을 따내며 역전하는 등 최선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엔드 상대의 승리를 허용하며 최종 스코어 8대 7로 패배, 금메달의 목전에서 아쉬움을 삼켰다.

잘 싸웠지만... 아쉬웠던 막판 역전

피하고 싶었던 한일전이었지만, 언젠가는 꼭 만나야 할 일전이기도 했다. 일본의 코아나 토리-아오키 고 조와는 지난 캐나다 투어 때 만났지만 영봉패로 마무리되며 아쉬움을 남겼었다. 아시안 게임 결승에서 다시 성사된 한일전은 긴장감 가득한 분위기 속에서 펼쳐졌다.

첫 시작은 좋았다. 1엔드 대한민국이 두 점을 스틸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두 개의 스톤을 하우스 중앙에 넣은 대표팀의 스톤을 쳐내려 시도한 일본의 마지막 투구가 무위로 돌아가면서 대한민국은 첫 엔드부터 두 점을 올렸다. 2엔드에는 일본이 두 점을 올리며 균형을 맞췄다.

대한민국도 3엔드 때 한 점을 추가하며 앞섰다. 하우스 상황을 깨려 시도한 샷에서 한국 스톤이 모두 빠져나간 것이 아쉬웠지만, 김경애가 드로우에 성공하며 점수를 올렸다. 4엔드에는 일본이 두 점을 달아나며 3대 4로 전반전을 마쳤다.

5엔드에는 한국이 일본에 한 점의 스틸을 내줬다. 사이드에 배치된 일본의 스톤을 강하게 친 뒤 하우스 가운데에 있는 일본의 스톤을 빼내는 전략을 구사하려 한 대표팀은 사이드의 스톤을 쳐내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하우스 안으로 롤이 되지 않아 스틸을 내주고 말았다.

 8일 오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믹스더블 컬링 결승전으로 펼쳐진 한일전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스톤을 하우스 안에 밀어넣고 있다.
8일 오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시 핑팡구컬링관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믹스더블 컬링 결승전으로 펼쳐진 한일전에서 대한민국 선수들이 스톤을 하우스 안에 밀어넣고 있다.박장식

이어 대한민국은 6엔드 파워 플레이(믹스더블 컬링에서, 기본적으로 배치되는 두 개의 스톤을 사이드로 빼는 것 - 기자 말)에서 한 점을 획득하는 데 그치며 어려움에 놓였다. 그러던 7엔드 반전의 계기가 찾아왔다. 대한민국이 일본의 파워 플레이 상황 도리어 두 점의 스틸을 따낸 것.

스코어 역시 7대 6으로 한 점을 앞서나가는 유리한 상황에서 마지막 엔드에 진입했다. 일격을 얻어맞아 당황한 일본 역시 마지막 엔드 초반 실수를 범하는 등 흔들렸다.

하지만 한국 역시 중요한 드로우에서 웨이트가 덜 들어가는 아쉬운 샷을 투구하는 등 어렵게 경기를 풀었다. 결국 하우스 안에 들어 있던 두 개의 스톤을 빼내지 못하며 그대로 경기가 종료, 일본에 극적인 역전승을 허용하고 말았다. 최종 스코어는 8대 7이었다.

"아쉽지만... 세계선수권에서 올림픽 티켓 따겠다"

대표팀 임명섭 감독은 "우리가 하얼빈 아시안 게임에 금메달을 목표로 입성했는데, 아쉽게 은메달을 했지만 선수들이 갈수록 좋은 경기를 펼쳤다"며 "잘 털어낸 뒤 돌아오는 4월 믹스더블 컬링 세계선수권에서 대한민국 대표로 올림픽 티켓을 따서 올림픽을 잘 준비할 수 있는 팀이 되도록 하겠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임 감독은 "7엔드 때 너무 잘 쫓아갔는데, 일본이 마지막 엔드에서 좋은 경기력을 가져갔다"며 "믹스더블이 워낙 변수가 많으니 아쉽게 졌지만, 보는 사람에게 재미있는 경기를 했다"고 돌아봤다.

이제 남녀 4인조 컬링 대표팀에게 '바통 터치'를 한 뒤 9일 귀국길에 오르는 믹스더블 컬링 대표팀 선수들은 바로 다음 주부터 열리는 전국동계체육대회에 나선다. 임 감독은 "아쉬움이야 크지만, 며칠 뒤 잘 털어내서 이어지는 경기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한국 컬링에는 아직 두 개의 금메달을 거머쥘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남녀 4인조 컬링 경기가 펼쳐지기 때문. 20대 초반의 젊은 선수들로 구성된 남자 대표팀 의성군청(스킵 이재범)과 세계적인 실력을 가진 베테랑 여자 대표팀 경기도청(스킵 김은지)이 9일부터 본격적인 경기를 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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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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