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은행이 안방에서 삼성생명을 꺾고 시즌 첫 3연승을 내달렸다.

김도완 감독이 이끄는 하나은행은 7일 부천 체육관에서 열린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6라운드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홈경기에서 63-60으로 승리했다. 2월에 열린 3경기에서 모두 승리를 챙기며 이번 시즌 첫 3연승을 기록한 하나은행은 공동 4위 신한은행 에스버드, KB스타즈와의 승차를 1.5경기로 줄이며 봄 농구 진출에 대한 희망을 이어가게 됐다(8승18패).

하나은행은 리그 최고령 선수 김정은이 3점슛 2개를 포함해 20득점8리바운드로 맹활약하며 승리를 이끌었고 베테랑 가드 김시온이 12득점5리바운드2스틸,정예림이 10득점5리바운드5어시스트로 좋은 활약을 선보였다. 반면에 삼성생명은 배혜윤이 17득점11리바운드, 이해란이 13득점12리바운드를 기록하고도 연패를 끊지 못했다. 백코트의 에이스로 활약하던 키아나 스미스의 부상 공백이 치명적이다.

분주했던 비 시즌에 홀로 조용했던 삼성생명

 삼성생명은 키아나 스미스의 부상 이탈 후 3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키아나 스미스의 부상 이탈 후 3경기에서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한국여자농구연맹

우리은행 우리WON의 연속 우승으로 지난 시즌이 마무리된 후 각 구단들은 저마다 적극적인 전력 보강에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시즌이 끝나자마자 'WKBL의 지배자' 박지수(갈라타사라이SK)와 우리은행의 젊은 에이스 박지현(아줄마리노 마요르카 팔마)이 나란히 해외 진출을 선언했기 때문이다. 리그를 양분하던 KB와 우리은행의 에이스가 이탈하면 다른 구단들의 우승 확률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중 지난 시즌 최하위에 머물렀던 BNK 썸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BNK는 FA 시장에서 2022-2023 시즌 득점왕 출신의 포워드 김소니아와 현역 선수 중 가장 많은 우승반지(9개)를 보유한 베테랑 가드 박혜진을 영입했다. 여기에 세 시즌 연속 어시스트 1위에 오른 후 FA자격을 얻었던 포인트가드 안혜지와 재계약했고 센터 진안(하나은행)의 보상선수 신지현(신한은행)을 트레이드 해 유망주들을 데려왔다.

BNK와 함께 지난 시즌 봄 농구 진출에 실패했던 신한은행도 명예 회복을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FA시장에서 궂은 일에 능하고 다재다능한 포워드 최이샘과 지난 시즌 잠재력을 폭발한 포인트가드 신이슬을 영입했고 트레이드를 통해 하나은행의 에이스 신지현까지 데려왔다. 여기에 아시아쿼터와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타니무라 리카와 홍유순을 지명하며 골밑 전력을 보강했다.

이 밖에 박지수가 유럽 무대로 떠난 KB는 FA 나윤정을 영입해 백코트의 아쉬운 부분을 채웠고 하나은행은 국가대표 센터 진안과 계약하며 양인영, 김정은과 강력한 골밑 전력을 구축했다. 김단비를 제외한 주전 4명이 빠져 나간 우리은행도 FA시장에서 박혜미와 심성영을 영입했고 FA 보상선수로 각각 한엄지와 김예진 등을 지명하면서 핵심 선수들이 빠져나간 빈자리를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처럼 각 구단이 전력 보강을 위해 바쁘게 움직이는 동안 유독 삼성생명은 별다른 움직임 없이 조용한 비 시즌을 보냈다. 신한은행으로 이적한 FA 신이슬에 대한 보상선수로 포워드 김아름을 영입하고 계약 기간이 끝난 임근배 감독이 물러나고 하상윤 수석코치가 새 감독으로 부임한 것이 삼성생명 비 시즌 행보의 전부였다. 사실 삼성생명이 이처럼 조용하게 비 시즌을 보낸 것은 이유가 있었다.

백코트 에이스 부상 이탈 후 3연패 수렁

 삼성생명은 7일 하나은행전에서 배혜윤이 17득점11리바운드4어시스트로 맹활약했음에도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
삼성생명은 7일 하나은행전에서 배혜윤이 17득점11리바운드4어시스트로 맹활약했음에도 승리를 가져오지 못했다.한국여자농구연맹

삼성생명은 2020-2021 시즌 15년 만에 통산 6번째 챔프전 우승을 차지한 직후 미래를 위한 대비에 돌입했다. 2021년 챔프전 MVP 김한별을 트레이드 하면서 미래의 신인 드래프트 지명권을 수집한 것이다. 삼성생명은 이를 통해 2021-2022 시즌과 2022-2023 시즌 연속으로 전체 1순위 지명권을 얻었고 팀의 미래를 책임질 핵심 유망주 이해란과 WNBA 출신의 혼혈선수 키아나 스미스를 지명했다.

앞선 두 시즌에서 연속으로 정규리그 3위를 기록한 삼성생명은 성장한 유망주들과 기존 베테랑 선수들의 조화로 이번 시즌 내심 우승을 노렸지만 개막 후 4연패를 당하면서 최하위로 떨어졌다. 게으른(?) 비 시즌을 보낸 당연한 결과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삼성생명은 4연패 후 7연승을 달리면서 단숨에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시즌 초반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것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놀라운 반전이었다.

삼성생명이 이주연의 허리 부상, 윤예빈의 무릎 부상에도 꾸준히 상위권을 지킬 수 있었던 비결은 바로 '백코트 에이스' 키아나 스미스의 맹활약 덕분이었다. 루키 시즌 왼쪽 무릎 슬개건이 파열되는 큰 부상을 당하면서 지난 시즌에도 9경기에 결장했던 키아나는 이번 시즌 23경기에서 13득점3.2리바운드3.1어시스트 3점슛 성공률 37.5%를 기록하며 배혜윤,이해란과 함께 우리은행의 트로이카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키아나는 지난 1월31일 우리은행전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이탈했고 최소 3주 정도의 재활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삼성생명은 키아나가 이탈한 후 최근 3연패의 수렁에 빠지며 공동 1위 우리은행,BNK와의 승차가 3경기로 벌어졌다. 삼성생명은 7일 하나은행전에서도 배혜윤과 이해란이 30득점23리바운드를 합작했음에도 키아나의 공백을 극복하지 못하고 60-63으로 패했다.

정규리그 4경기를 남겨둔 현재 15승11패로 3위에 올라있는 삼성생명은 잔여 4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정규리그 3위 자리를 확보해둔 상태다. 하지만 봄 농구가 시작될 때까지 키아나가 정상적으로 복귀하지 못하거나 복귀 후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삼성생명의 우승 도전은 매우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시즌 후반 삼성생명에게 에이스 가드 키아나의 공백이 더욱 치명적으로 느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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