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2025 현대 양궁 월드컵 3차 대회 리커브 혼성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우진·임시현 선수.
8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2025 현대 양궁 월드컵 3차 대회 리커브 혼성 단체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김우진·임시현 선수.대한양궁협회 제공

'엑스텐'에 한 점을 추가로 부여해도, 양궁 대표팀이 '신궁'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양궁 대표팀이 8일까지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2025 현대 양궁 월드컵 3차 대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과 동메달을 각각 두 개씩 획득하며 종합 1위를 지켰다.

이번 대회는 세계 양궁에서 유례 없는 시도가 이어졌던 대회이기에 더욱 뜻깊었다. 과녁판의 위치에 따라 1점에서 10점을 부여하는 평소의 룰과는 달리, 이번 3차 월드컵에서 시범적으로 '11점 만점제'를 도입했기 때문이다. 10점 안쪽의 더 작은 과녁, '엑스텐' 위치를 맞히면 11점을 인정하기로 한 것.

세트 스코어에서의 중대한 변수라는 상황의 변화 속에서도 대표팀은 의연했다. 리커브는 남자·혼성 단체전, 그리고 여자 개인전에서 우승을 거두며 선전했고, 컴파운드에서는 2022년 광주 월드컵 이후 3년 만에 여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거는 등 대표팀은 호성적을 이어갔다.

더 어려워진 '퍼펙트 세트', 변수 많았던 '11점 만점제'

기존 리커브 양궁은 70m가량 떨어진 과녁에 화살을 쏘아 지름 12.2cm 크기의 원 안에 명중할 경우 10점을 주는 방식이었다. 그 안의 지름 6.1cm짜리 원 안에 화살을 명중한다면 '엑스텐'으로 칭하기는 했지만, 점수는 같은 10점을 부여했다. 과녁 중심과의 거리가 더욱 가까운 화살을 가려야 하는 슛오프 상황이 아니라면 큰 의미가 없었던 셈이었다.

하지만 이번 3차 월드컵에서는 처음으로 '엑스텐'에 11점의 점수를 부여했다. 퀄리피케이션에서 가장 높은 시드를 받으려면 만점에 가까운 성적을 기록해야 하는데, 이 만점의 기준 역시 60발을 쏜다고 가정했을 때 600점에서 660점이 된 만큼, 랭킹을 높이기가 한층 까다로워진 셈.

특히 토너먼트로 치러지는 본선에서도 세트 스코어를 따내는 것이 쉽지 않아졌다. 상대의 스코어와 상관없이 모든 격발에서 만점을 기록해 승리를 확정 짓는, 이른바 '퍼펙트 세트'를 따내는 것 역시 11점 만점제가 도입되면서 한층 까다로워졌다. 메달레이스에서도 세트를 가져갈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다양해졌다.

실제로 선수들은 바뀐 룰 탓에 패배하기도 했다. 남자 컴파운드 개인전에 출전한 '베테랑' 최용희(현대제철)는 32강에서 튀르키예의 바투한 아크차올루에게 157대 158로 한 점 차 패배했다. 최용희는 엑스텐을 일곱 번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바투한 아크차올루는 1세트에서 엑스텐만 세 번을 쏘며 '퍼펙트 세트'로 가져가는 등 열 번의 엑스텐을 기록하며 최용희를 따돌렸다.

남자 리커브 간판 김우진(청주시청)도 개인전에서 32강 탈락을 기록하는, 이변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김우진은 세계 랭킹 10위의 스페인의 안드레스 테미노와 맞붙은 32강 경기에서 기존 방식대로 10점 만점제였다면 승리할 만한 세트를 상대의 '엑스텐' 두 번에 내주면서(김우진이 9-10-10, 안드레스 테미노가 11-11-8) '충격 탈락'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김우진은 의연했다. 김우진은 세계양궁협회와 가진 인터뷰에서 자신의 개인전 탈락에 대해 "스포츠는 예측할 수 없고, 이것이 사람들이 양궁에 관심을 갖는 이유"라며, "다시는 이번 개인전 탈락과 같은 아쉬운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우진·임시현, 함께 2관왕 올랐다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2025 현대 양궁 월드컵 3차 대회에서 3년 만에 여자 컴파운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소채원, 한승연, 심수인 선수.
튀르키예 안탈리아에서 열린 2025 현대 양궁 월드컵 3차 대회에서 3년 만에 여자 컴파운드 단체전 우승을 차지한 소채원, 한승연, 심수인 선수.대한양궁협회 제공

그런 룰의 변화 속에서도 '2024 파리 올림픽 3관왕' 김우진과 임시현(한국체대)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김우진은 앞서 탈락했던 남자 개인전의 아쉬움을 씻고 남자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에서 우승에 기여했다. 임시현 역시 혼성 단체전과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따내며 함께 2관왕에 등극했다.

특히 김우진은 남자·혼성 단체전의 결승에서 공교롭게도 모두 독일을 만나 두 번 모두 승리하는 재밌는 기록을 쓰기도 했다. 남자 단체전에서 이우석(코오롱), 김제덕(예천군청)과 합을 맞춘 김우진은 슛오프까지 가는 승부 끝에 독일을 5대 4로 누르고 우승을 거뒀다. 김우진은 임시현과 함께 나선 혼성 단체전에서도 결승에서 독일과 맞붙어 세트 스코어 6대 2로 승리했다.

임시현은 여자 개인전에서 한국 선수끼리의 내전을 벌이기도 했다. 2020 도쿄 올림픽의 3관왕 안산(광주은행)과 결승에서 만난 것. 임시현은 안산을 상대로 세 번의 세트를 모두 가져가며 개인전 우승을 가져갔다. 개인전에서는 서로 경쟁했던 임시현과 안산은 강채영(현대모비스)와 함께 나선 여자 리커브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합작하기도 했다.

아울러 컴파운드에서도 승전보가 이어졌다. 소채원(현대모비스)과 심수인(창원시청), 한승연(한국체대)이 여자 단체전에 나서 3년 만에 월드컵 금메달을 달성했기 때문. 대표팀은 결승에서 만난 멕시코를 241대 233으로 완파하며 시상대 높은 곳에 섰다. 한승연은 여자 개인전에서도 은메달을 획득하며 '멀티 메달'을 달성했다.

달라진 룰 속에서도 훌륭한 성적을 올린 양궁 대표팀은 오는 7월 8일부터 13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4차 월드컵에 출전해 다시금 메달 사냥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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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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