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50대 나는 구직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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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58세의 김억규씨는 지난 2023년 말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했다. 삼성전자에서 그룹장까지 지내다 HP로 이직 이사까지 32년 직장 생활을 했지만, 현재 그는 구직 중이다.
김씨는 아직 대학원에 다니는 자녀의 학비와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처지 정부 운영 플랫폼 등 이곳저곳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사무보조 일조차도 찾기가 쉽지 않다. 이런 김씨와 같은 처지의 50대들이 늘고 있다. 이른바 2차 베이비 부모 세대 고도 성장기에 사회생활을 시작, 그 수혜를 누렸던 이들이 이른 퇴직으로 '월급 없는 삶'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들 세대의 50.5%가 정리 해고가 명예퇴직 등 '비자발적 퇴직'으로 길거리에 나선다. 법적으로는 60세 정년이지만 그걸 채우는 이는 드물다.
문제는 이들이 아직 '가장'이라는 점이다. 50대의 대부분은 자녀 양육 혹은 부모 돌봄 중인 가장이다. 방송에 언급된 2024년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2차 베이비붐 세대 인구 중 78.8%가 자녀 또는 부모를 부양했다. 응답자의 24.1%는 자녀와 부모 모두를 부양했다. 부모와 자녀 모두에 대한 책임을 지는 이들은 '월급 없는 삶'을 시작했다. 불안한 이들 세대의 경제적 환경은 곧 대한민국 경제의 불안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50세의 신정훈씨는 금형업계의 기술자로 15년을 일했다. 하지만 금형이 사양산업이 되며 회사가 어려워지자 5년 전 희망퇴직을 했다. 남 부럽지 않은 기술직이라 생각했는데 자신이 가진 기술로는 재취업이 되지 않았다. 결국 그는 목수 일을 배웠다. 지금은 안산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일한다. 자부심을 가지던 기술을 제쳐두고 매일 새벽 공사 현장으로 나가는 현실은 버겁지만 아직 고등학교를 다니는 딸이 있는 외벌이인 그는 감 놔라 배 놔라 할 처지가 아니다.
어쩌면 신정훈씨는 다행이라고 할 수도 있다. 법정 퇴직 연령을 채우는 사람들은 줄어들었지만 재취업 시장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하지만 당장 생활비를 위해 일자리를 마련해야 하는 이들은 증가 추세다.
51세의 김성민씨 역시 회사가 어려워지며 총무팀 소속으로 하던 운전직에서 희망퇴직을 했다. 퇴직금 1억 6000만 원으로 집 대출금을 갚고 나니 대학 다니는 딸의 등록금까지 당장 생활비를 벌어야 했다. 퇴직을 대비해서 지게차 등 각종 중장비를 비롯해 배를 몰 수 있는 면허까지 따 놓았지만, 취업이 되지 않고 있다.
퇴직 후를 대비한 이들 때문에 노량진 학원가의 풍경이 변했다. 젊은이들 못지않게 자격증을 따려는 50대가 모이는 것이다.
51세의 신동기씨는 21년 다니던 회사를 퇴직한 이후 대리운전, 배달 등을 했지만, 육체노동을 견디기 힘들었다. 제대로 된 기술만 있다면 정년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타일 기술을 배웠다. 자격증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당장 일할 곳이 나타나는 건 아니다. 타일 기술의 특성상 현장을 따라다니며 6개월에서 1년은 합을 맞춰야 하고, 함께 일할 팀도 만나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가르쳐야 할 대학생 자녀가 둘이나 있는 처지, 현장의 막내로 찬밥 더운밥 가리지 않고 열심히 일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어렵게 취업해도...
▲위기의 50대 나는 구직자입니다.KBS
어렵게 취업을 해도 일은 과거 직업과 상관없거나 임금이 떨어진 경우가 대다수다. 서울 50플러스 재단을 통해 전기 자전거 공유업체에서 일자리를 구한 50대의 두 사람이 그렇다. 한 명은 은행을 다녔었고, 다른 한 명은 공공기관 연구원이었다. 현재 이들이 하는 일은 방치된 자전거를 찾아 지정된 곳으로 옮기고 고장 여부를 확인하는 일을 한다. 예전에 받던 월급에 절반도 못 미치는 일이지만 퇴직을 하고 몇 개월을 쉬며 현실을 겪어 본 이들은 자신의 처지를 받아들이고 있었다.
전문가들은 50대의 풍부한 경험과 숙련된 노동력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60세 정년퇴직 보장, 정년 연장 또는 폐지, 정년 후 재고용 등 다양한 대안이 제시된다.
더구나 급속하게 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이에 대한 고민은 배려가 아니라 필요 요소다. 60세 정년을 늘리거나 재고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있지만, 임금 체계 등 그 해법에 있어서는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다.
방송은 이들에게 '꿈의 기업'도 소개한다. 경기도 안성의 약품 포장지를 만드는 기업 고령화 시대를 맞이해 정년을 없앴다. 69세의 고철형씨는 37년째 일하고 있다. 이 기업은 정년을 없앤 건 물론 임금도 변화를 주지 않았다. 정년 걱정 없이 직장을 다녀 기쁘다는 이들 덕분일까, 약품 포장지 업계 불량률에 비해 낮은 불량률을 보인다.
경기 침체와 구조조정 위기 속에서 어떻게든 가족을 위해 구직 전선에 뛰어든 2차 베이비붐 세대(50대) 가장들. 사회의 일원으로 다시 한번 자리 잡기 위한 그들의 치열한 노력과 이른 퇴직의 문제점을 다시 살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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