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으로의 여정을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4일 오후 중국 하얼빈 핑팡구컬링장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믹스더블 컬링 B조 2차전에서 김경애·성지훈 조가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
4일 오후 중국 하얼빈 핑팡구컬링장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믹스더블 컬링 B조 2차전에서 김경애·성지훈 조가 스톤을 투구하고 있다.박장식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의 첫 한국 선수단 경기에 나선 믹스더블 컬링 김경애-성지훈 조가 경기 첫날 1승 1패를 기록했다.

김경애 - 성지훈 조는 4일 오전 중국 헤이룽장성 하얼빈 핑팡구컬링장에서 열린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믹스더블 컬링 B조 예선 1차전에서 필리핀에 6대 12로 패했다. 미국·스위스 등 컬링 강국에서 뛰었던 선수들로 구성된 필리핀의 캐슬린 더버스타인 - 마르코 피스터 조는 아이스 리딩 난조를 겪은 대한민국을 눌렀다.

하지만 대표팀은 같은 날 오후 열린 2차전에서 카타르를 만나 만회하는 승리를 챙겼다. 카타르의 알압둘라 무바라카 - 알야페리 나세르 압둘라흐만 조를 만난 대표팀은 14대 1의 스코어로 안정적인 승리를 거뒀다.

'외인부대'에 덜미 잡혔지만... 승리 균형 챙겼다

첫 맞상대가 껄끄러웠다. 필리핀의 캐슬린 더버스타인 - 마르코 피스터 조는 필리핀 국적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스위스와 미국 연합 팀'이나 다름없었기 때문. 캐슬린 더버스타인은 미국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경력이 있는데, '팀 맥마킨'의 세컨드와 서드로 오랫동안 뛰었다.

특히 마르코 피스터는 스위스 컬링 국가대표 출신으로, 유럽컬링선수권 동메달을 따냈던 바 있고, 그랜드슬램 출전 경력 역시 많다. 마르코 피스터는 형 앤리코 피스터와 함께 내년 올림픽 출전을 목표로 필리핀 컬링 대표팀을 새로 만들다시피 하기까지 했다.

첫 엔드부터 아이스리딩에 난조를 보였던 대표팀은 무려 다섯 점의 스틸을 내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특히 첫 엔드 LSD(스톤 두 개를 투구해 선공과 후공을 가리는 것) 결과에 따라 후공권을 가져왔음에도 대량 실점을 내주고 말았다.

대표팀은 이에 굴하지 않고 4엔드부터 6엔드까지 다섯 점을 연속으로 얻어내며 추격에 나섰다. 4엔드 파워플레이(믹스더블 컬링에서 엔드 시작 전 스톤의 기본 배치를 한쪽으로 옮기는 것)에서 한 점만을 가져가는 등 아쉬운 상황 역시 이어졌지만, 6엔드 상대의 파워플레이 상황에서 스틸을 얻어낸 점이 위안이었다.

 4일 오전 중국 하얼빈 핑팡구컬링장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믹스더블 컬링 B조 1차전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겼던 필리핀의 캐슬린 더버스타인 - 마르코 피스터 조.
4일 오전 중국 하얼빈 핑팡구컬링장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믹스더블 컬링 B조 1차전에서 한국에 패배를 안겼던 필리핀의 캐슬린 더버스타인 - 마르코 피스터 조.박장식

점수 역시 한 점 차이로 좁혀지면서 역전도 노릴 수 있었던 상황. 하지만 7엔드 필리핀이 다섯 점을 또 가져가는 빅 엔드를 다시금 만들어내면서 스코어는 12대 6으로 벌어졌다. 결국 선수들은 필리핀에게 악수를 청할 수밖에 없었다.

첫 경기의 충격을 뒤로 하고 치른 카타르의 알압둘라 무바라카 - 알야페리 나세르 압둘라흐만 조와의 경기에서는 선수들이 앞선 패배의 아쉬움을 털어냈다. 대표팀은 첫 엔드부터 3엔드까지 연속 득점에 성공, 전반전에만 6대 1로 앞서나갔다.

후반 첫 엔드인 5엔드에서는 하우스에 밀어 넣은 모든 투구가 득점으로 연결되는 데 성공하며 5점 득점을 성공, 6엔드에도 석 점의 스틸에 성공한 대표팀은 여섯 엔드 만에 카타르 선수들에게 악수를 받아내며 오전의 패배를 만회할 수 있었다.

"아이스 컨디션 좋아 다행... 퍼포먼스 잘 올려야죠"

경기가 끝난 후 만난 대표팀 임명섭 감독은 "어느 대회든 첫 경기 첫 엔드가 어려운데, 필리핀 전 때 그 어려움을 제대로 겪어서 어렵게 갈 수밖에 없었다"며 "오늘 경기를 통해 선수들이 점점 적응하고 있어서, 내일 경기부터 계속 잘 치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6일 중국과의 경기를 이기면 조 1위도 가능하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잘 해보자고 이야기하고 있다"며 "만일 1위가 되지 않더라도 플레이오프를 잘 치르면 되니, 아이스에 더욱 잘 적응해서 퍼포먼스를 높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곧 ㅓㅅ붙였다.

해외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아이스 상태도 궁금했다. 여러 경기장을 오간 경험이 있는 임명섭 감독이 보기에 핑팡구컬링장의 상태는 어떨까. 임 감독은 "아이스 컨디션이 좋아서 경기 치르기에 괜찮다. 적응을 더욱 잘 해 나가서 퍼포먼스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경애-성지훈 조는 5일 오전 11시(한국 시간 기준) 카자흐스탄과의 경기를 치른다. 아울러 '조 1위 키 포인트'로 꼽히는 중국과의 경기는 6일 오전 11시에 열릴 예정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컬링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믹스더블컬링 성지훈 김경애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