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아버지 앞에서는 침묵하다가 만만한 할머니 앞에서는 돌변하는 두 얼굴의 아들, 그런 아들을 불신하는 아버지와, 손자를 무조건 감싸는 할머니 간의 모자 갈등까지. 3대의 사연이 복잡하게 얽힌 애증의 가족사가 시청자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지난 3일 방송된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에서는 가족 특집의 마지막 이야기로 '사슬 가족' 2편이 방송됐다.

사연자인 목민석-목진우 부자는 40대 아버지와 20대 아들이었다. 이 가족은 현재 조부모와 아버지, 네 자녀까지 3대가 충남 보령에서 함께 거주중이었다. 아버지는 두 번의 이혼을 겪고 현재 혼자 자녀들을 키우고 있었으며, 아들은 첫 번째 아내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장남이었다.

아들은 어릴 때부터 따돌림을 받으며 불행한 성장기를 보내야 했다. 1년 전에는 심부전증으로 고생하다가 심장이식 수술을 받고 중대한 생사의 고비를 넘겼다.

아들은 항상 자신의 속마음에 대한 이해나 공감 없이 질타만 늘어놓는 아버지 때문에 '집이 지옥같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들이 항상 먼저 문제를 일으킨다고 반박했다. 여기에 할머니는 손자를 무조건적으로 감싸는 탓에 아버지와 훈육 방식을 둘러싸고 사사건건 충돌했다. 이로 인해 한 집안에서 3대가 서로 입장 차이를 두고 갈등이 끊이지 않는 복잡한 양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오은영은 아버지에게 "아들이 마음에 안드는 면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아들에게 지적이나 비난 섞인 표현을 많이 쓴다"라고 분석했다.

아들도 아버지도 '나는 피해자'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MBC

2편에서는 아들의 숨겨진 어두운 진면목이 드러났다. 무서운 아버지 앞에서는 늘 눈치보고 주눅든 듯한 모습으로 침묵을 지키던 아들은, 아버지가 자리를 비우자마자 눈빛이 돌변했다.

아들은 상대적으로 편안하고 만만한 조부모 앞에서는 목소리를 높여가며 하대하는 듯한 말투를 썼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와 요구를 마음껏 쏟아내며 왕처럼 군림하는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지킬과 하이드'를 연상시키는 아들의 전혀 다른 두 얼굴에, 오은영과 패널들은 모두 놀라움을 금하지 못했다.

정작 할머니는 손자가 안타깝다는 이유로, 선을 넘는 무례하고 철없는 언행에도 마냥 비위를 맞추기만 급급했고, 심지어 막대한 금전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아들은 할머니의 카드를 이용하여 한 달에 몇백 만 원씩 자신의 생활비와 유흥비로 충당하는가 하면, 할머니에게 자신이 몰고 다닐 수 있는 억대의 고급 자가용 구매를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했다.

아버지가 할머니와 아들의 소원을 들어주는 문제를 두고 다시 언쟁을 벌였다.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왜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느냐"며 손자를 옹호했고, 아버지는 할머니에게 "무조건 된다고만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아버지와 할머니가 말다툼을 벌이는 동안, 아들은 한마디도 꺼내지 못하고 중간에서 그저 눈치만 봤다.

아버지가 아들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 결정적 이유가 밝혀졌다. 과거에 아들이 차량을 몰고 나갔다가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친 사건이 있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아들은 잘못을 숨겼고, 사고를 먼저 눈치 챈 아버지가 아들을 추궁한 끝에 경찰서까지 가서 상황을 수습해야 했다. 이외에도 그동안 아들이 저지르거나 휘말린 각종 사건사고들을 아버지가 나서서 해결해준 경우가 이미 여러 차례였다고.

아버지는 "아들을 무조건 감싸기만 하는 할머니의 교육방식 때문에 오히려 아들이 더 엇나가고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반면 할머니는 손자의 무례한 행동들이 "아버지가 할머니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보고 배운 것"이라고 주장하며 극명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아버지가 잠시 자리를 비우자, 아들은 또다시 돌변해 조부모 앞에서 분노와 불만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아들은 고등학교 졸업 이후 아버지를 따라 "가스배달 일을 하느라 제대로 놀지 못한 게 한이 됐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할머니의 면전에서 "죽고 싶은 마음에 차를 그렇게 밟고(속도를 내고) 다닌 것"이라며 차마 해서는 안될 막말까지 내뱉었다. 하지만 어느새 아버지가 다시 나타나자 아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또다시 입을 닫아버렸다.

저마다의 상처... 오은영 "서로가 자기 합리화만 한다"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MBC

오은영은 부자간의 소통이 안되는 원인에 대해 "아들이 교통사고를 일으켰을 때 얼마나 큰 잘못인지 정확히 깨닫고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인데, 이 부자간의 대화에서는 핵심은 빠져 있다. 서로의 옳고 그름만 따지며 자신의 억울함만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들은 성인이니까 아버지가 나서서 처리해주기보다는, 아들 스스로 사고를 처리하는 능력을 키우게 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성인인 아들은 왜 이토록 철부지 같은 행동을 거듭할까. 굳이 운전을 고집하고 고가의 외제차를 사달라고 요구하는 이유에 대해, 아들은 그저 "놀러 다니고 싶어서"라고 밝혀 모두를 당황하게 했다. 이에 오은영은 "아들이 어린 시절부터 상처로 힘들었던 마음은 알겠다. 다만 '그러니까 내가 원하는거 사줘'라는 식으로 내 욕구를 '상처에 대한 보상'처럼 이야기하면 안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또한 오은영은 할머니의 양육 방식에 대해 "아들(손자)에게 지나치게 허용적이다.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어른들의 지도 교육이 필요한데, 아버지와 할머니는 아들의 요구를 들어주느냐 마냐를 놓고 언쟁을 벌이고 있으니, 이는 오히려 아들을 헷갈리게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오은영은 "아버지와 할머니 간에도 서로에 대한 불만과 서운함이 있어 보인다"고 분석하며 "아버지가 아들에게 훈육을 하고 있는데도, 할머니는 본인이 불편하면 심각한 문제를 축소하거나 덮고 넘어가려는 태도를 보인다. 할머니와 아버지의 갈등도 문제지만, 이렇게 하면 아들이 어른들 사이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받을 수 없다"고 우려했다.

한편 마냥 낙천적으로 보이던 할머니에게도 남 모를 사연과 상처가 있었다. 할머니는 불과 8세의 어린 시절부터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를 해가며 스스로 "감옥살이"라고 표현했을만큼 힘든 시절을 보내야 했다. 정작 할머니가 그토록 고생하면서 애지중지 키운 아들과 손자의 삶이 하나같이 평탄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또다른 상처가 됐다. 할머니는 "나는 그렇게 살았는데 아들도 손자도 자기들이 불행하대"라며 눈물을 쏟고 말았다.

오은영은 "할머니의 상처와 아픔이 건드려지면 너무 아파서 감당이 안되니까. 심각한 이야기가 나오면 농담하듯 넘어가려고 했던 것이 할머니의 '방어기제'가 됐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아버지의 입장은 또 달랐다. 아버지는 정작 어린 시절 할머니(엄마)의 무관심으로 인해 본인이 받은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당시의 사정을 이야기하는 할머니와 아버지의 기억은 이번에도 계속 엇갈렸다. 아버지는 "그저 '미안하다'는 한마디면 되는데, 어머니(할머니)는 한번도 제게 그런 말을 해준 적이 없다"며 끝내 눈물을 쏟고 말았다.

여기서 오은영은 "할머니가 아빠의 상처를 대하는 방식과, 아버지가 아들의 상처를 대하는 방식이 똑같다. 자식의 상처를 이해해보려고 하지 않는다"고 꼬집으며 "사실(전후사정)과 마음(상대에 대한 공감)은 다른 영역이다. 상대의 마음을 부정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할머니와 아버지는 당시 상황에 대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한다고 '자기 합리화'만 한다. 그러다보니 결과적으로 본인이 겪은 아픔이 자식에게 '대물림'되고 있는 것"이라고 문제의 핵심을 짚었다.

"심판자 아닌 조력자 돼라"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
MBC <오은영 리포트 - 결혼 지옥> 방송 화면 갈무리MBC

가족을 위한 최종 솔루션이 내려졌다. 아버지에게는 "앞으로는 옳고 그름만을 따지는 '심판자'의 입장은 그만하고, 의논할 수 있는 '조력자'가 돼라"는 조언을 전했다.

충동적인 방황을 거듭하는 아들에게는 "마음 한구석에 '내가 얼마나 오래살 수 있을까?'라는 생각(건강문제에 대한 불안감)이 있는 듯하다. 그래서 원하는게 생기면 '내 목숨 살린다고 생각하고 이 돈 아까워 말고 써주세요'라고 요구하는 식이다"라고 분석하며 "하지만 막연하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걱정보다는, 부디 하루하루를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살아보시라"고 당부했다.

마지막으로 할머니에게는 "이제는 손주들의 엄마가 아닌, 할머니로서의 인생을 사시라"면서 "교육의 중심은 아버지가 돼야 하는데, 할머니가 엄마 역할을 하려다보니 문제가 발생한다. 이미 성인이 된 손자에 대한 육아를 할머니가 계속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당부했다.

세 가족은 마지막으로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진심을 고백했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할머니는 아버지에게 각각 예전에 못했던 진솔한 사과를 전하며 변화를 약속했다.

모든 녹화를 마친 후 아버지는 제작진에게 감사의 문자를 보내며 '좀더 나은 대화와 소통을 통해, 아들의 조력자로, 저희 어머니의 아들로서 더 힘내서 살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가족들은 녹화 후 지역상담센터에서 가족 상담을 시작했다는 후일담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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