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노스페라투>의 한 장면.
영화 <노스페라투>의 한 장면.UPI 코리아

(*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1838년 독일의 비스마르, 엘렌은 수년 동안 알 수 없는 강력한 힘에 이끌려 매일 악몽을 꾸며 괴로움에 치를 떨고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사랑해 마지않는 토마스와 결혼하고 고양이 그레타와 힐링의 시간을 가져도 달라지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부동산 사무소에서 일하는 토마스가 거액의 계약을 따낼 기회를 잡으려 6주나 걸리는 알프스 산맥의 올록성으로 떠난다.

엘렌은 토마스를 극구 말린다. 큰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토마스는 떠나고 험난한 여정 끝에 올록성에 다다른다. 음산하기 짝이 없는 올록 백작은 쿨하게 계약서에 도장을 찍는다. 문제는 그 모든 게 다 계획되어 있었다는 건데 뱀파이어 올록에 조종당한 토마스는 큰 위험에 처한다.

한편, 토마스를 올록에게 보낸 사장 크녹은 사실 올로구백작의 추종자이자 하수인이었다. 엘렌은 올록과 계약해 남편을 재물로 바쳐야 할 운명이었다. 그리고 곧 올록이 엘렌과 한 몸이 되고자 위즈버그에 출몰할 예정인데, 쥐 떼와 함께하는 그가 가는 곳에는 끔찍한 전염병이 들이닥치게 된다. 엘렌의 주치의 지퍼스 박사는 현대 의학과 맞지 않는 언행으로 오래전 파문당한 프란츠 교수를 찾아간다.

최고의 공포 영화

영화 역사상 최초의 뱀파이어 영화이자 최고 걸작 중 하나로 길이 남은 프리드리히 빌헬름 무르나우 감독의 독일 영화 <노스페라투>는 1979년 독일에서 리메이크됐다. 2024년 미국에서 두 번째로 리메이크한 후 2025년 1월 우리나라에 상륙했다. 미국이 낳은 공포 영화 거장으로 떠오른 로버트 에거스가 연출과 각본을 맡았고, 그를 발굴해 키운 크리스 콜럼버스가 이번에도 제작에 참여했다.

여느 때처럼 출연진도 화려하고 여느 때와 다르게 스토리가 상당히 대중적이다. '2024년 최고의 공포 영화'라는 호평을 받았다. 크리스틱 초이스 4개 부문 노미네이트, 영국 아카데미 5개 부문 노미네이트, 미국 아카데미 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이 작품은 로버트 에거스의 오래된 프로젝트라고 하는데, 오랫동안 생각하고 공들여 찍은 티가 곳곳에서 묻어난다. 19세기 초중반의 독일과 독일인의 외향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출중한 연기와 탄탄한 스토리, 동시대적인 메시지까지 모든 구성요소가 잘 들어맞은 듯하다.

불쾌와 매혹, 그리고 에로틱

 영화 <노스페라투>의 한 장면.
영화 <노스페라투>의 한 장면.UPI 코리아

영화의 시작은 엘렌과 올록의 계약이다. 즉 심신이 힘든 엘렌이 행복해지고자 악마를 받아들인 것이다. 하지만 일개 인간이 악마를 받아들이려면 크나큰 괴로움이 동반된다. 형용할 수 없는 힘듦과 행복이 동시에 그녀를 덮치곤 한다. 진심으로 사랑하면 해결될 줄 알았지만 악마는 그마저도 뺏어가려고 한다.

올록의 모든 건, 즉 형체나 목소리 하다못해 숨소리까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자연스레 그가 드나드는 엘렌도 불쾌하기 이를 데 없는 모습이다. 올록을 제외한 모든 게 매혹적으로 비칠 정도다.

영화는 올록의 불쾌한 형체와 누구나 눈을 돌릴 만한 엘렌의 아름다운 형체가 대비를 이룬다. 이들은 서로의 육체를 탐하고 성적 욕망을 자극한다. 세상을 지배할 만한 힘을 가진 악마에게서 편안함을 느끼는 약하디약한 인간의 모습이다.

팬데믹을 불러온 뱀파이어

 영화 <노스페라투> 포스터.
영화 <노스페라투> 포스터.UPI 코리아

영화는 전반부와 후반부가 완벽하게 갈린다. 영화 2편을 보는 듯할 정도다. 전반부가 공포 미스터리 장르라면 후반부는 엑소시즘 재난 장르다. 전반부가 로버트 에거스의 장기가 발휘된 비대중적 느낌이라면 후반부는 상당히 대중적이다. 빨려 들어갈 듯하다가 한 번에 분출되며 해결된다고 할까. 하여 많은 부분에서 전형적이지만 오히려 적절했다.

올록 백작은 쥐 떼와 함께하는데 자연스레 전염병이 연상된다. 19세기 전 세계를 휩쓴 콜레라, 19세기 중반 페스트의 3차 대유행으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죽었는데, 영화를 보면 올록이 원흉이다. 수많은 콘텐츠에서 매력적으로 또 인간적으로 그려진 뱀파이어가 사실 영원한 어둠 속에서 깨어나 모든 이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는 악마라니, 그 자체로 충격이다.

평면적인 듯 입체적이고 전형적인 듯 비튼 면이 다분하다. 이 작품은 최고의 공포 영화를 넘어 '최고의 영화'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단 한 편의 작품에서 어떻게 이토록 다양한 걸 조화롭게 즐길 수 있을 것인가.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singenv.tistory.com과 contents.premium.naver.com/singenv/themovie에도 실립니다.
노스페라투 뱀파이어 팬데믹 불쾌 매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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冊으로 策하다. 책으로 일을 꾸미거나 꾀하다. 책으로 세상을 바꿔 보겠습니다. 책에 관련된 어떤 거라도 환영해요^^ 영화는 더 환영하구요. singenv@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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