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세의 시작? 슬럼프?'

MMA의 세계는 냉정하다. 정해진 시간 동안 치고받고 구르며 승부를 겨루는 룰의 특성상 승자가 기쁨을 독식하는 가운데 패자는 쓰디쓴 고배를 마시며 아쉬움을 곱씹어야 한다. 어지간한 경우가 아니면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는 없다. 잘했어도 지면 고개를 숙이고 다소 아쉬웠어도 이기면 환호한다.

철저하게 승자 위주의 종목이다. 놀라운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연승을 이어나가는 파이터에게 환호와 박수갈채가 쏟아지는 이유다. 그렇지만 야생의 세계가 그렇듯 영원한 승자는 없다. 나이가 들어 혹은 부상 등으로 기량이 떨어지게 되면 금세 밑에서 치고 올라오는 새로운 맹수에게 당하고 만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가 연패인데 숫자가 늘어날수록 수렁은 더욱 깊어진다. 자연스레 과거의 위상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가기 일쑤다.

한때 UFC 미들급(83.9kg)을 지배했던 전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35‧뉴질랜드/나이지리아)도 그런 과정 속에 들어간 듯하다. 패배를 몰랐던 혹은 한번 지더라도 연패는 없었던 시절이 무색하게 3연패 수렁에 빠져버렸다.

아데산야는 절망하지 않는다

 나수르딘 이마보프(사진 오른쪽)가 이스라엘 아데산야에게 펀치를 적중시키고 있다.
나수르딘 이마보프(사진 오른쪽)가 이스라엘 아데산야에게 펀치를 적중시키고 있다.UFC 제공

UFC 미들급 랭킹 2위 아데산야(24승 5패)는 지난 2일(한국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 anb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아데산야 vs. 이마보프'대회 메인 이벤트에서 5위 나수르딘 이마보프(29‧프랑스)에게 2라운드 30초 오른손 오버핸드훅에 이은 그라운드 타격을 맞고 KO됐다.

아데산야는 반드시 연패를 끊겠다는 듯 경기 시작부터 앞다리에 무게를 싣고 전진했다. 잽과 카프킥이 들어가며 타격전에서 앞섰다. 이마보프가 여러 차례 테이크다운을 시도했으나 모두 막혔다. 이때까지만 해도 아데산야가 클래스를 보여주는 듯 싶었다.

2라운드 들어서 상황이 급반전됐다. 이마보프의 노림수가 적중하며 경기는 단숨에 끝났다. 아데산야가 왼손잡이 자세에서 오른손잡이 자세로 바꿀 때 가드가 빈다는 걸 캐치한 이마보프는 전광석화 같은 오른손 오버핸드훅을 적중시켰다.

제대로 충격을 받은 아데산야는 휘청거리며 쓰러졌고 이마보프는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재빨리 쫓아가 그라운드 펀치를 꽂아 넣어 경기를 끝냈다.

한 시대가 끝났다. 아데산야는 2018년 UFC에 데뷔한 뒤 미들급 12연승을 달리며 무적의 챔피언으로 군림했다. 2022년 알렉스 페레이라에게 TKO로 패해 타이틀을 뺏겼지만 5개월 만에 바로 KO승으로 왕좌에 복귀했다. 집권은 영원할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곧바로 션 스트릭랜드에게 판정패하며 타이틀을 내려놓았다.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현 챔피언 드리퀴스 뒤 플레시에게도 서브미션으로 패하며 대권으로부터 멀어졌다.

그런 점에서 이마보프와의 승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했지만 안타깝게도 패배를 추가하며 3연패 늪에 빠지고 말았다. 35살의 나이를 고려하면 다시금 정상에 오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아데산야는 절망하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자신의 SNS 계정을 통해 "난 여전히 살아 있다. 이런 건 게임의 일부다. 주사위를 굴렸는데 1이 나온 것일 뿐이다. 곧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다시 돌아오겠다"고 전했다.

그의 패배는 또 다른 신성을 탄생시켰다. 이마보프(16승 4패 1 무효)는 전 챔피언 아데산야를 포함 1년 만에 4연승을 거두며 유력한 타이틀 도전자 후보가 됐다. 이마보프는 경기 후 가진 인터뷰에서 "내가 아데산야보다 더 나은 타격가임을 증명했다. 이제 내게 필요한 진짜 보너스는 타이틀전"이라고 선언했다.

물론, 이마보프가 바로 타이틀 도전 기회를 받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 주 호주에서 열리는 'UFC 312: 뒤 플레시 vs. 스트릭랜드 2'대회서 스트릭랜드가 뒤 플레시에게 먼저 도전한다.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는 다음 차례는 함자트 치마예프라고 공언한 바 있다.

'쿵푸 파이터' 페이지, 늦은 나이에 상승세 가속 페달

 마이클 페이지는 타격전에서의 우위를 앞세워 샤라 마고메도프를 1, 2라운드에서 압도했다.
마이클 페이지는 타격전에서의 우위를 앞세워 샤라 마고메도프를 1, 2라운드에서 압도했다.UFC 제공

코메인 이벤트 미들급 경기에서는 '베놈' 마이클 페이지(37‧잉글랜드)가 샤라 마고메도프(30‧러시아)에게 생애 첫 패배를 안겨줬다. 쿵푸 파이터로 유명한 페이지는 특유의 통통 튀는 스텝을 밟으며 마고메도프의 공격을 피해내며 기습 공격을 성공시켰다.

마고메도프는 2라운드까지 페이지의 얼굴에 공격을 한 대밖에 넣지 못할 정도로 고전했다. 3라운드 페이지의 체력이 떨어지자 마고메도프가 기어를 올렸지만 승부를 뒤집을 순 없었다.

미들급으로 올라와 무패 신예에게 첫 패배를 안겨 줬지만 다음 행선지는 웰터급이다. 페이지는 "내 몸이 아직 완전히 미들급에 적응하진 못했다. 웰터급에서 할 일이 있으니까 지켜봐 달라"고 전했다.

상대가 전 UFC 라이트헤비급(93kg) 챔피언 유리 프로하스카라면 한 단계 더 체급 월장을 감행할 의지도 있다. 페이지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두 토네이도가 충돌하는 것과 같은 흥미진진한 경기다. 프로하스카라면 라이트헤비급까지 올라가서라도 싸우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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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사우디아라비아 이스라엘아데산야3연패 쿵푸파이터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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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디지털김제시대 취재기자 / 전) 데일리안, 전) 홀로스, 전) 올레 , 전) 이코노비 객원기자 / 농구카툰 크블매니아, 야구카툰 야매카툰 스토리 / 점프볼 '김종수의 농구人터뷰', 농구카툰 'JB 농구툰, '농구상회' 연재중 / 점프볼 객원기자 / 시사저널 스포츠칼럼니스트 / 직업: 인쇄디자인 사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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