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노팅엄 포레스트)
AFP=연합뉴스
포르투갈 출신의 산투 감독은 4년 전인 2021-22시즌을 앞두고 토트넘의 지휘봉을 잡은 바 있다. 산투 감독은 전임자들에 비해 떨어지는 인지도와 수비적인 전술로 부임 당시부터 의구심을 샀고, 실제로 경기 내용에서도 팬들의 기대치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즌 개막 이후 첫 한 달 간은 3연승 행진을 달리며 'EPL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할 정도로 초반 순항하는듯 했으나 이후 7경기에서 무려 5패를 당하며 급격히 순위가 추락했다.
결국 토트넘은 불과 부임 4개월, 리그 10경기 만에 산투 감독을 전격 경질하는 극약처방을 내렸고, 이후 안토니오 콘테 감독 체제에서 리그 4위까지 반등하며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까지 따내는 데 성공했다.
산투 감독은 토트넘에서 경질 당한 이후, 중동으로 자리를 옮겨 사우디 알 이티하드의 지휘봉을 잡고 1부리그(2022-23시즌)와 슈퍼컵 우승을 선사하며 곧바로 탈트넘 효과를 증명했다. 산투 감독은 울버햄튼 시절 잉글랜드 2부리그(챔피언십) 우승은 한번 경험해봤지만, 1부 우승은 사우디가 처음이었다. 그리고 2023년 12월에는 노팅엄 포레스트의 지휘봉을 잡으면서 유럽무대와 EPL로 다시 복귀했다.
노팅엄은 1865년 창단해 잉글랜드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구단이지만, 1998-99시즌 2부 강등 이후로는 오랫동안 2-3부를 오가며 약체로 머물던 팀이었다. 2021-22시즌 23년 만에 1부리그 복귀에 성공했으나 2022-23시즌 16위, 2023-24시즌 17위로 아슬아슬하게 강등권을 벗어나 1부에 잔류하는 데 겨우 만족해야 했다.
그랬던 노팅엄은 산투 감독과 함께하고 있는 2024-25시즌 현재, 14승 5무 5패 승점 47점을 기록하며 놀랍게도 리그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아직 한 경기를 덜 치른 2위 아스널(승점 47)과는 골득실 차에서 뒤질 뿐이고, 지난 시즌 우승팀인 4위 맨시티(승점 41)보다도 6점이나 앞선다.
올시즌 압도적인 선두를 질주하고 있는 1위 리버풀(승점 56)에게 현재까지 유일한 패배를 안긴 팀도 바로 노팅엄이었다. 직전 경기였던 지난 1일 브라이튼과의 리그 24라운드에서는 무려 7골(7-0)을 몰아치며 구단 역대 최다 점수 차 승리 기록을 수립하기도 했다.
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노팅엄은 강등후보로 더 유력하게 거론됐고, 이 정도의 돌풍을 예상한 이들은 아무도 없었다. 산투 감독은 지난 시즌 중반 노팅엄의 지휘봉을 잡아 팀 잔류에 성공한 데 이어 올시즌에는 탄탄한 수비축구를 바탕으로 우승 경쟁을 벌이는 팀으로 환골탈태시켰다.
노팅엄은 올시즌 24경기에서 27골만 내주며 우승후보 리버풀과 아스널(이상 21실점)에 이어 리그에서 세 번째로 최소 실점을 기록하고 있다. 산투 감독은 지도력을 인정받아 지난 2024년 10월과 12월, 벌써 두번이나 EPL 이달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불과 3년 전 자신에게 조기 경질의 아픔을 선사했던 전 소속팀 토트넘이 올시즌 엔지 포스테코글루 감독 체제에서 고작 14위(승점 27)에 머물고 있는 것과도 극명하게 대조된다.
정말 감독의 문제일까
▲1월 19일(현지시간) 영국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에서 열린 2024-2025 EPL 22라운드 에버턴과 원정 경기에서 토트넘은 2-3으로 또다시 패했다. 손흥민은 낙담한 듯 얼굴을 감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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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에서 잘리고 나서 더 잘나가는 감독들은 산투만이 아니다. 산투의 전임자였던 포르투갈 출신의 주제 무리뉴 감독은 토트넘에서는 2020-21시즌 중반 리그 컵대회 결승전을 코앞에 두고 성적 부진으로 경질의 쓴 맛을 본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이탈리아 세리에A로 건너가 AS로마에서 2021-22시즌 UEFA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초대 우승을 차지하며 녹슬지 않은 지도력을 증명했다. 또한 무리뉴 감독은 2024-25시즌에는 튀르키예로 진출해 페네르바흐체 SK를 2위로 이끌며 선두 갈라타라사이와 치열한 우승 경쟁을 펼치고 있다.
이탈리아 출신의 안토니오 콘테 감독은 2022-23시즌 중반 토트넘에서 경질됐다. 이후 1년여의 공백기를 거쳐 모국인 이탈리아 세리에A로 돌아가 2024-25시즌부터 현재 SSC 나폴리의 지휘봉을 잡았다.
김민재(바이에른 뮌헨)가 활약했던 2022-23시즌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나폴리는 김민재가 떠난 이후 2023-24시즌에는 10위까지 추락하며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올시즌에는 17승 2무 3패(승점 53)로 인테르를 제치고 선두에 올라 우승 탈환에 도전하면서 콘테 감독의 지도력이 다시 재조명받고 있다.
토트넘에서 마지막으로 우승을 경험해본 감독은 2007-08시즌 리그컵 우승을 견인한 스페인 출신의 후안데 라모스 감독이었다. 이후 8명의 정식 감독과 4명의 대행이 거쳐가는 16년 동안 아무도 토트넘을 무관에서 구해내지 못했다.
특히 '우승청부사'로 명망높던 무리뉴와 콘테조차 화려한 지도자 커리어에서 우승을 경험해보지 못한 몇 안 되는 클럽이 토트넘이었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하다. 토트넘 시절에는 끝내 무관에 그쳤던 마우리시오 포체티노(현 미국 대표팀 감독)도 이후 프랑스 PSG에서 리그와 컵대회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이들이 유독 토트넘에서만 부진했던 게 단순히 감독의 역량 문제만이 아니라, 이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구단의 문제'였다는 재평가가 나오는 까닭이다.
현재 리그에서 극심한 부진을 겪고 있는 토트넘은 올시즌 리그컵이나 유로파리그 우승에 실낱같은 희망을 걸어야하는 상황이다. 토트넘이 지금처럼 무관의 꼬리표를 좀처럼 떼내지 못하는 이상, 탈트넘 효과라는 꼬리표도 계속해서 따라다닐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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