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경력이 있는 스포츠강사를 연기했던 <연애시대>는 20대 시절 손예진의 인생작으로 꼽힌다.
SBS 화면캡처
<연애시대>는 1996년 고 최진실-김승우 주연의 <고스트 맘마>로 데뷔해 2001년 이성재-고소영 주연의 <하루>로 대종상 감독상을 수상했던 한지승 감독의 드라마 연출 데뷔작이다. 각본은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와 <그녀를 믿지 마세요>의 시나리오를 썼고 훗날 JTBC 드라마 <청춘시대>의 각본을 쓴 박연선 작가가 집필했다(박연선 작가와 손예진은 2009년 영화 <백야행>에서 재회했다).
<연애시대>는 청춘 멜로나 로맨틱 코미디도 아니고 캔디형 여주인공이 백마 탄 왕자님을 만나는 신데렐라 스토리도 아닌 당시만 해도 한국 드라마에서 좀처럼 다루지 않았던 이혼남녀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출생의 비밀이나 재벌2세, 복수, 시월드 같은 자극적인 소재가 등장하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시청자들의 마음을 흔들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해준 '명작' 드라마로 오랜 기간 사랑 받았다.
<연애시대>는 아이를 사산한 후 이혼하게 된 두 주인공 유은호(손예진 분)와 이동진(감우성 분)이 서로가 아니면 안 되는 이유를 찾아가면서 재결합하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다. <연애시대>는 동 시간대에 <주몽>이라는 엄청난 경쟁작을 만나는 바람에 기대만큼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많은 고정 팬들을 확보하며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며 16.9%의 준수한 시청률로 막을 내렸다(닐슨코리아 시청률 기준).
1990년대부터 멜로 배우로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감우성은 2005년 연말에 개봉한 영화 <왕의 남자>로 정점을 찍은 후 차기작으로 <연애시대>를 선택했다. 감우성이 연기한 서점직원 이동진은 유은호의 표현대로 우기기 좋아하고 귀찮은 것을 싫어하며 이기적이고 무책임한 인물이지만, <연애시대>에 등장하는 많은 여성 캐릭터들이 호감을 느끼는 매력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2000년대의 감미로운 발라드 감성이 살아있는 OST는 당시 한지승 감독의 아내였던 가수 겸 작곡가 겸 피아니스트 노영심이 담당했다(두 사람은 2018년 이혼). <연애시대>는 드라마를 전반과 후반으로 나눴을 때 전반부의 엔딩곡은 진호의 '만약에 우리', 후반부의 엔딩곡은 스윗소로우의 '아무리 생각해도 난 너를'을 사용했다. 드라마에서 손예진이 불렀던 '고마워'는 노영심의 솔로 3집 수록곡이다.
손예진 연기인생의 '터닝 포인트'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다 우연찮은 기회로 연기를 시작한 경우를 제외하면 배우들은 대부분 대중들에게 알려질 때까지 짧게나마 무명 시절을 거치지 마련이다. 하지만 고교 시절 광고로 데뷔한 손예진은 서울 예대 재학 시절이던 2001년 MBC 드라마 <맛있는 청혼>에 캐스팅 되면서 곧바로 주연으로 데뷔했다(<맛있는 청혼>은 손예진 외에도 소지섭, 소유진, 지성, 권상우 등 신예 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손예진은 이후 드라마 <선희 진희>와 <여름향기>, 영화 <연애소설>, <클래식>,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에 잇따라 출연하면서 스타 배우로 급부상했다. 특히 2004년에 개봉한 영화 <내 머리 속의 지우개>에서는 알츠하이머에 걸린 수진 역을 맡아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하며 '멜로의 여왕'에 등극했다. 하지만 그가 연기한 캐릭터 대부분 '몸 약하고 조용하며 청순한 여성'에 집중돼 있다는 고민도 있었다.
<여름향기> 이후 한 동안 영화에 집중하던 손예진은 2006년 드라마 복귀작 <연애시대>를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20대 중반의 젊은 나이에 이혼 경력이 있는 씩씩한 체대 출신 스포츠 강사 유은호 역을 맡은 것이다. 캐스팅 당시만 해도 손예진에게 '이혼녀 캐릭터'는 어울리지 않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손예진은 섬세한 연기로 유은호의 복잡한 내면을 잘 표현하며 시청자들의 극찬을 받았다.
<연애시대>로 SBS 연기대상과 백상예술대상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그는 한층 넓어진 연기 폭으로 영화와 드라마를 넘나들며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했다. 드라마 <스포트라이트>에서는 열정 넘치는 기자를 연기했고 영화 <무방비도시>에서는 기업형 소매치기 조직의 리더로 변신했다. 청룡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긴 <아내가 결혼했다>의 주인아 역시 손예진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다.
이미 2000년대 많은 커리어를 쌓은 손예진은 2014년 생애 첫 액션 도전이었던 <해적: 바다로 간 산적>을 통해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여우 주연상 3관왕(백상·청룡·대종상)을 달성했다. 2018년 5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로 건재를 알린 그는 2019년 <사랑의 불시착>을 통해 케이블 드라마의 새 역사를 쓰면서 최고의 여성 배우임을 다시 한 번 입증했다.
준주연으로 연기자 데뷔한 이하나
▲일본 원작소설을 각색해 만들어진 드라마 <연애시대>는 2015년 일본에서도 드라마로 제작됐다.<연애시대> 홈페이지
2001년 <맛있는 청혼>을 통해 손예진이 무명 시절 없이 곧바로 주연으로 데뷔한 것처럼 <연애시대>에서도 연기 경력이 전무했던 이하나가 은호의 동생 유지호 역을 통해 주연급으로 데뷔했다. 지호는 외계인과 UFO 등을 신봉하는 4차원 소녀지만 사랑스런 매력이 돋보이는 캐릭터다. 드라마에서 몇 차례 나오는 노래하는 장면에서 수준급 실력을 뽐내는데 실제 이하나는 대학에서 보컬을 전공한 바 있다.
1991년 SBS 1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해 2000년대 초반부터 감초 배우로 빛을 보기 시작한 공형진은 <연애시대>에서 이동진의 절친 공준표를 연기했다. 준표는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의사지만 은호와 동진의 아이를 받다가 사산이 됐던 충격으로 아이 받는 것을 두려워한다. 동진과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만큼 은호-지호 자매와도 자주 어울려 지내는데 엉뚱한 매력의 지호를 좋아하게 돼 연인으로 발전한다.
<로맨스가 필요해2012>, <보이스>, <스위트홈>, <오징어게임2>까지 다양한 작품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진욱은 신인에 가까웠던 2006년 <연애시대>에서 민현중 역을 맡으며 시청자들에게 얼굴을 알렸다. 민현중은 은호와 동진이 결혼했던 웨딩홀 직원으로 인생에서 가장 큰 절망을 느꼈을 때 은호를 만나 용기를 얻고 은호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나 은호의 어른스런 충고를 듣고 짝사랑을 포기한다.
민현중이 전반부 동진의 질투심을 유발한 캐릭터였다면 후반부 은호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캐릭터는 문정희가 연기했던 동진의 중학교 동창 정유경이었다. 한식요리연구가라는 남자들이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직업에 차분하고 지적인 매력을 겸비한 유경은 동진과 결혼식을 올리며 은호를 울린다. 하지만 은호와 동진의 사이에 자신이 낄 자리가 없다고 생각한 유경은 고민 끝에 동진과의 이혼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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