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쑥쑥'의 '18차 회의중 (with 제니)'
유튜브 채널 '쑥쑥'의 '18차 회의중 (with 제니)'안테나플러스

이제는 인지도 있는 연예인에게 유튜브는 홍보를 위한 '필수품' 같은 역할을 담당한다. 더 이상 TV 매체가 예전 같은 파급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다 불특정 다수를 향한 물량공세보단 확실한 대상층을 겨냥한 콘텐츠 생산 및 출연을 통한 홍보가 더 효과적인 수단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이렇다 보니 많은 이들의 유튜브 속 알고리즘에선 신작 홍보를 위한 다양한 영상이 날마다 쏟아지고 있다. 인기 유튜브 채널이 설날 연휴를 맞아 속속 휴방, 결방을 선택한 와중에도 지난 30일 오후 개그맨 양세찬을 앞세운 채널 '쑥쑥'에선 잠시 눈을 놀라게 한 콘텐츠가 등장해 구독자 및 초대손님의 팬들을 기쁘게 만들었다. 그 주인공은 케이팝을 대표하는 스타 제니(블랙핑크)였다.

오는 3월 발표 예정인 첫 솔로 정규 음반 < Ruby >에 앞서 31일 선공개되는 싱글 'Love Hangover' 홍보를 위해 자칭 "유튜브 업계의 소상공인"들을 찾아왔다. 지난해 5월 소리소문없이 개설돼 매주 각종 회의 영상을 비롯한 흥미진진한 콘텐츠로 소소한 인기몰이를 해온 '쑥쑥'에게 톱스타가 깜짝 방문한 것이다.

첫번째 외부 의뢰... 제니를 위한 기획 회의 마련

 유튜브 채널 '쑥쑥'의 '18차 회의중 (with 제니)'
유튜브 채널 '쑥쑥'의 '18차 회의중 (with 제니)'안테나플러스

'쑥쑥'의 대표 콘텐츠 중 하나인 일명 '회의중'으로선 첫 외부 의뢰였다. 그 결과 새 음반 홍보를 위한 콘텐츠 마련 기획 회의가 조촐하게 준비되기에 이른다. 지난해 tvN < 아파트 404 >로 호흡을 맞추면서 친분을 쌓았지만 후배임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스타'의 등장은 '쑥주'(양세찬의 채널 속 애칭)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었다.

촬영 전에 연락했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일요일 저녁에 전화하긴 그렇고... 그 전날 전화하기엔 속 보일 것 같고... 또 당일 전화하는 건 너무 늦었고... 그냥 오늘 매 맞자"라며 '걱정 인형' 다운 부담감을 드러냈다. 그래도 약 1년여 만에 반가운 재회가 이뤄지면서 제니 및 '쑥쑥' 제작진의 회의 또한 본격 시작됐다.

<아파트 404> 출연 때부터 꾸준히 음반 작업을 해왔다는 제니는 "열심히 만들었는데 세상이 많이 바뀌었더라. 팬 분들이 좋아하는 걸 하고 싶은데 그게 뭔지 잘 모르겠다"라면서 '쑥쑥'에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새롭게 설립한 회사에서도 거의 매일 비슷한 회의를 진행한다는 제니를 위해 양세찬과 제작진은 제법 귀가 솔깃할 만한 아이디어를 쉴 새 없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예능 매니저, 가사 설명... 기대감 높인 콘텐츠 생산 예고​

 유튜브 채널 '쑥쑥'의 '18차 회의중 (with 제니)'
유튜브 채널 '쑥쑥'의 '18차 회의중 (with 제니)'안테나플러스

일명 쿡방, 먹방에는 소질이나 관심도 없고 패션 유행을 선도하는 본인의 특징을 살리기엔 현실적인 제약(브랜드 계약 문제)이 뒤따르다 보니 당사자 입장에선 '홍보'가 나름의 고민거리로 자리 잡은 모양이었다. 이 과정에서 영상을 시청하던 구독자 및 제니 팬들의 기대감을 높인 아이디어가 '예능 매니저'였다.

낯가림이 있다 보니 막상 사람 많은 곳에 나가기 쉽지 않다는 제니와의 의견을 나누던 과정에서 "제가 한 마디 할 거 (양)세찬 오빠랑 함께 있을 때 30마디 하면 팬들이 얼마나 좋아하겠냐?"라는 말과 더불어 이 구상은 제법 구체화됐다. 현장 분위기도 살리면서 당사자의 부담감을 덜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획을 두고 '쑥덕이'(채널 구독자 명)들은 유명 프로그램 및 채널명을 언급하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전곡이 영어 가사이다 보니 그 속에 담긴 내용을 팬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점을 고려해 아티스트가 직접 의미를 전달하는 '가사 해석' 콘텐츠, 새 음반 언박싱에 ASMR 곁들이기 등 제법 현실성 있는 방안이 속속 등장했다. 30여 분에 걸친 화기애해한 분위기 속에 진행된 외부인과의 첫번째 '쑥쑥' 회의는 기분 좋게 마무리다.

착실한 채널 성장의 결과물

 유튜브 채널 '쑥쑥'의 '18차 회의중 (with 제니)'
유튜브 채널 '쑥쑥'의 '18차 회의중 (with 제니)'안테나플러스

물론 이번 제니의 방문은 채널 주인공과의 친분이 크게 작용했지만 수개월 전의 분위기와는 180도 달라진 '쑥쑥'의 위상을 보여주는 촬영분이기도 했다. "우리 뭐 만들지"라는 고민 속에 매주 회의를 진행하고 쉽게 결론 내지 못하는 모습은 현실 속 우리들의 일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덕분에 거창하진 않아도 쏠쏠한 재미를 담보하는 영상물이 하나 둘씩 쌓여가기 시작했다.

이날 회의에서 등장했던 안건의 수용 여부는 전적으로 제니 및 소속사의 결정에 달려 있겠지만 팬들 입장에선 제법 관심 있게 지켜 볼 수 있는 내용들이 쏟아진 덕분에 신작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크게 높일 수 있었다. 더불어 홍보가 필요 없을 것 같은 특급 스타조차 새 작품을 알리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늘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면서 조금이나마 케이팝 업계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는 계기도 마련했다.

거창하게 판을 키우기 보단 "우리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해보자"라는 평범한 발상은 어느덧 22만명 이상에 달하는 구독자 확보로 이어진 착실한 성장의 비결이기도 했다. 인기 토크쇼 <핑계고>를 방영중인 자매채널 '뜬뜬'과 더불어 '무자극 웹예능'의 노선을 추구하는 '쑥쑥'에게 이번 제니의 방문은 도약을 위한 전환점이 될 법한 일이었다. 스스로를 '걱정 인형'으로 지칭하면서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던 유튜브 채널의 결과물은 차곡차곡 알차게 쌓여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쑥쑥 웹예능 제니 양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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