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지상파 방송 3사를 빛낸 '연예대상'의 주인공들이 모두 가려졌다.

지난 28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 2024 MBC 연예대상 >에서는 전현무가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 29일 서울 마포구 SBS 프리즘타워에서 열린 < 2024 SBS 연예대상 >에서는 유재석이 수상의 주인공이 됐다. MBC와 SBS 연예대상은 지난 연말 일어난 무안공항 여객기 참사로 애도 차원에서 방송이 연기돼 이번 설 연휴기간에 편성됐다.

20대 단독 대상, 이찬원

 지난 12월 KBS 연예대상 대상을 받은 이찬원.
지난 12월 KBS 연예대상 대상을 받은 이찬원.KBS

이번 지상파 연예대상에서 가장 화제가 된 순간에선 역시 이찬원의 대상 수상을 빼놓을 수 없다. 이찬원은 지난해 12월 열린 < 2024 KBS 연예대상 >에서 첫 대상의 영광을 누렸다.

트로트 오디션 스타 출신으로 가수, 예능, MC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찬원은, 특히 KBS와 인연이 깊은 것으로 유명하다. 이찬원은 성인이 되기 전부터 <전국노래자랑>에 출연해 유명세를 떨쳤고,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에 입상하며 정식 가수로 데뷔한 이후에도 <신상출시 펀스토랑>, <불후의 명곡> 등 인기 프로그램에서 활약했다. 지난해 추석에는 특집 단독쇼 <이찬원의 선물>을 선보이며 'KBS의 아들'이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무엇보다 이찬원은 예능계 베테랑들이 장기 집권하며 '고령화'된 연예대상에서 오랜만에 등장한 '20대 단독 대상' 수상자라는 점에서도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찬원은 1996년생으로 현재 만 28세다. 역대 연예대상 최연소 수상자는 2001년에 23세로 MBC 방송연예대상을 받은 방송인 박경림이다. 물론 2023 KBS 연예대상에서 2002년생으로 21세였던 유선호가 대상을 수상한 바 있지만, 실질적으로 개인상이 아닌 < 1박 2일 > 팀 단체 자격으로 주어진 것이어서 의미가 다르다. 이찬원은 방송 3사 연예대상 단독 수상자 중 남성으로는 최연소 수상자이자, 박경림 이후 무려 23년 만에 탄생한 20대 연예대상 수상자다.

반면 MBC와 SBS는 각각 전현무와 유재석이라는 익숙한 공신들에게 이번에도 수상의 영예를 안겼다. 전현무는 MBC에서만 2017년, 2022년에 이어 벌써 세 번째 수상이다. 2024년에 유독 가장 바쁜 한 해를 보낸 전현무는 장수 고정 멤버로 출연 중인 <나 혼자 산다> 와 <전지적 참견 시점>을 비롯해 <선을 넘는 클래스>·<송스틸러>·< 2024 아이돌스타 선수권대회 >등에서 종횡무진 활약했다.

유재석은 '국민MC'라는 독보적인 명성에 걸맞게 이번이 개인 통산 20번째 방송 대상이다. 유재석은 무려 올해를 포함해 SBS와 MBC에서 각각 8회, KBS에서 2회의 대상을 수상했고, 2013년과 2021년 백상예술대상을 포함하여 총 20회를 채웠다. 이는 한국 방송사에 전대미문의 기록이다.

세대교체 안 보이는 지상파 예능

 2024 SBS연예대상 시상식
2024 SBS연예대상 시상식SBS

2024년도 유재석은 SBS에서 국내 최장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런닝맨>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배우 유연석과 호흡을 맞춘 토크-게임 예능<틈만 나면> 역시 호평을 얻었다.

이와 별개로 지상파 연예대상은 과거에 비해 그 인기와 위상이 점점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3사 모두 일찌감치 유력한 대상 후보들로 거론된 인물들이 별다른 경쟁자나 이변 없이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며 긴장감도 반감됐다. 굳이 대상만이 아니라 주요 수상자와 참석자들의 면면이 비슷하고, 시상식의 포맷이나 진행 구성도 예년과 큰 변화가 없어서 마치 '재방송'을 보는 듯 지루했다는 반응도 있다.

유재석이나 전현무처럼 방송가에서 10년~20년 이상 꾸준히 장기 집권하고 있는 예능인들의 성과와 역량은 존중 받아야 한다. 하지만 20대부터 활동해 왔던 인물들이 어느덧 40대 후반에서 50대를 훌쩍 넘겼음에도 여전히 매년 큰 경쟁자 없이 대상 수상 후보에 단골로 거론될 만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 있는 것도 방송가의 현실이다.

이는 최근 지상파 예능이 새로운 도전이나 과감한 실험보다 인기가 검증된 소재와 출연자에 의존하며 '매너리즘'에 빠진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MBC의 <나 혼자 산다>·<전지적 참견 시점>·<놀면 뭐하니?>, KBS의 < 1박 2일 >·<펀스토랑>·<불후의 명곡>, SBS의 <미운 우리 새끼>·<런닝맨>·<동상이몽>·<골 때리는 그녀들> 등 각 방송사의 간판 예능은 짧으면 3-4년, 길면 10여년 이상 방송을 이어간다. 연말 시상식의 주요 수상자들도 이들 장수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번갈아 가며 수상하곤 한다.

자연히 MC나 출연자들도 프로그램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10여 년 이상 방송한 버라어티 예능에서는 현재 멤버들의 평균 연령대가 방송 초기 최고령자였던 멤버의 나이와 거의 같아진 경우도 있다. 활약하는 인물들이 변화가 없으니 연말 시상식마다 후보군도 매년 똑같을 수밖에 없다.

이는 매년 새로운 콘텐츠(드라마, 노래)로 평가받는 연기대상이나 가요대상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채널을 돌려도 인물이나 포맷 모두 수년 째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식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OTT와 유튜브의 약진 등으로 예능의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더 리얼하고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나, 차별화된 콘셉트와 전문성을 내세운 서바이벌-오디션-연애 예능 등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오히려 이제는 탑 연예인들이 지상파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OTT와 유튜브에 진출하고 있으며, 오히려 기존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하던 색다른 포맷에 자유롭게 도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제는 연예인이 아니어도 인플루언서나 특정 분야 전문가, 일반인 출연자들을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크게 늘어나며, 과거처럼 메인 MC의 비중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를 맞이했다. 실제로 2024년에도 가장 화제를 모았던 예능은 <흑백요리사>·<나는 솔로>·<삼시세끼> 등 대부분이 지상파가 아니라 OTT와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작품들이었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외면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도, 지상파 방송의 연말 시상식은 여전히 '자화자찬과 그들만의 축제'라는 올드한 포맷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공동 수상 남발과 급조한 티가 나는 일회성 수상 부문 신설 등은 상의 권위와 무게감을 스스로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올해는 이례적으로 MBC와 SBS 연예대상이 불가피하게 연말이 아닌 설 연휴 기간에 진행되면서 신동엽·지석진·김종국·하하·김구라·김준호·김종민·박나래 등 많은 인기 방송인들이 개인 일정과 건강 문제 등으로 시상식에 대거 불참해 더욱 아쉬운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한편으로 이는 방송인들에게도 지상파 시상식의 권위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2024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
'2024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MBC
연예대상 이찬원 유재석 전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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