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SBS연예대상 시상식
SBS
2024년도 유재석은 SBS에서 국내 최장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인 <런닝맨>을 안정적으로 이끌었고, 배우 유연석과 호흡을 맞춘 토크-게임 예능<틈만 나면> 역시 호평을 얻었다.
이와 별개로 지상파 연예대상은 과거에 비해 그 인기와 위상이 점점 정체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3사 모두 일찌감치 유력한 대상 후보들로 거론된 인물들이 별다른 경쟁자나 이변 없이 수상의 영예를 거머쥐며 긴장감도 반감됐다. 굳이 대상만이 아니라 주요 수상자와 참석자들의 면면이 비슷하고, 시상식의 포맷이나 진행 구성도 예년과 큰 변화가 없어서 마치 '재방송'을 보는 듯 지루했다는 반응도 있다.
유재석이나 전현무처럼 방송가에서 10년~20년 이상 꾸준히 장기 집권하고 있는 예능인들의 성과와 역량은 존중 받아야 한다. 하지만 20대부터 활동해 왔던 인물들이 어느덧 40대 후반에서 50대를 훌쩍 넘겼음에도 여전히 매년 큰 경쟁자 없이 대상 수상 후보에 단골로 거론될 만큼 자연스러운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 있는 것도 방송가의 현실이다.
이는 최근 지상파 예능이 새로운 도전이나 과감한 실험보다 인기가 검증된 소재와 출연자에 의존하며 '매너리즘'에 빠진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다.
MBC의 <나 혼자 산다>·<전지적 참견 시점>·<놀면 뭐하니?>, KBS의 < 1박 2일 >·<펀스토랑>·<불후의 명곡>, SBS의 <미운 우리 새끼>·<런닝맨>·<동상이몽>·<골 때리는 그녀들> 등 각 방송사의 간판 예능은 짧으면 3-4년, 길면 10여년 이상 방송을 이어간다. 연말 시상식의 주요 수상자들도 이들 장수 프로그램의 출연자가 번갈아 가며 수상하곤 한다.
자연히 MC나 출연자들도 프로그램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 10여 년 이상 방송한 버라어티 예능에서는 현재 멤버들의 평균 연령대가 방송 초기 최고령자였던 멤버의 나이와 거의 같아진 경우도 있다. 활약하는 인물들이 변화가 없으니 연말 시상식마다 후보군도 매년 똑같을 수밖에 없다.
이는 매년 새로운 콘텐츠(드라마, 노래)로 평가받는 연기대상이나 가요대상과 가장 큰 차이점이다. 채널을 돌려도 인물이나 포맷 모두 수년 째 '그 나물에 그 밥'이라는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상황에서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식상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OTT와 유튜브의 약진 등으로 예능의 트렌드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더 리얼하고 자극적인 숏폼 콘텐츠나, 차별화된 콘셉트와 전문성을 내세운 서바이벌-오디션-연애 예능 등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오히려 이제는 탑 연예인들이 지상파를 벗어나 적극적으로 OTT와 유튜브에 진출하고 있으며, 오히려 기존 방송에서 보여주지 못하던 색다른 포맷에 자유롭게 도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제는 연예인이 아니어도 인플루언서나 특정 분야 전문가, 일반인 출연자들을 내세운 프로그램들이 크게 늘어나며, 과거처럼 메인 MC의 비중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시대를 맞이했다. 실제로 2024년에도 가장 화제를 모았던 예능은 <흑백요리사>·<나는 솔로>·<삼시세끼> 등 대부분이 지상파가 아니라 OTT와 케이블 채널에서 방송된 작품들이었다.
이처럼 시청자들의 외면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데도, 지상파 방송의 연말 시상식은 여전히 '자화자찬과 그들만의 축제'라는 올드한 포맷에서 크게 변화하지 못하고 있다. 고질적인 문제로 거론되는 공동 수상 남발과 급조한 티가 나는 일회성 수상 부문 신설 등은 상의 권위와 무게감을 스스로 퇴색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
여기에 올해는 이례적으로 MBC와 SBS 연예대상이 불가피하게 연말이 아닌 설 연휴 기간에 진행되면서 신동엽·지석진·김종국·하하·김구라·김준호·김종민·박나래 등 많은 인기 방송인들이 개인 일정과 건강 문제 등으로 시상식에 대거 불참해 더욱 아쉬운 모양새가 되고 말았다. 한편으로 이는 방송인들에게도 지상파 시상식의 권위가 더 이상 예전 같지 않다는 걸 보여준 상징적인 장면이기도 했다.
▲'2024 MBC 방송연예대상' 시상식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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