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된 설 특집 '손석희의 질문들'
29일 방송된 설 특집 '손석희의 질문들'MBC 화면 갈무리

MBC <손석희의 질문들>이 다시 돌아왔습니다. 지난해 여름 파일럿으로 방송된 이후 6개월 만입니다.

지난 29일 방영된 설 특집 <손석희의 질문들>은 비상계엄이라는 정치적 사안을 집중적으로 다뤘습니다. 특히 2023년 <100분 토론> 1000회 특집 이후 처음으로 성사된 홍준표 대구시장과 유시민 작가의 맞토론도 관심을 끌었습니다. 게다가 녹화가 아닌 생방송으로 진행돼 보는 내내 어떤 말이 나올지 귀를 기울이게 했습니다.

<손석희의 질문들>은 '역시 손석희'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로 깔끔한 진행과 날카로운 질문들이 돋보이기도 했습니다. 설날이면 가족 간에 빠지지 않는 정치라는 주제에 손석희와 홍준표, 유시민이라는 조합은 100분이 넘는 시간 동안 TV 앞을 떠나지 않도록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유시민의 깊은 분노

 29일 방송된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의 발언을 듣고 있는 유시민 작가
29일 방송된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의 발언을 듣고 있는 유시민 작가MBC 화면 갈무리

방송에서 유 작가는 홍 시장의 발언을 듣는 내내 답답해하거나 어이 없어 하는 표정을 자주 보였습니다. 홍 시장이 윤 대통령과 극렬 지지자들이 주장하는 논리와 별반 다르지 않는 이야기를 되풀이했기 때문으로 보입니다.

홍 시장은 "나는 부정 선거가 있었다, 없었다고 할 때 그 문제에 대한 증거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서 "내가 부정 선거가 있었다 없었다 말할 입장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이번 대통령조차도 부정선거에 대한 강한 의혹을 품었고, 이점이 계엄의 주요 이유가 됐다. 그런 걸 보면 국민의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국회나 감사원을 통해 선거관리위원회에 대한 특별 감사를 해야 되지 않겠냐"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유 작가는 "선거 안 해보셨나"라고 강하게 반문한 뒤 "투개표 현장에 한 번이라도 가 보고, 그 사람이 정상적인 사고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부정선거 음모론은) 믿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현장에서 수개표 다 하고 있다. 지금 전자개표기라고 하는 것은 투표지 분류기"라며 "선거를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이라면 이 주장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얼마나 터무니없는 것인지 안다"고 재차 강조합니다.

유 작가는 "홍 시장께서도 '나는 (부정선거) 증거가 없다'라고 말씀하시는 건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서 본인도 그렇게 동의하지는 않는 것"이라며 "나라를 이렇게 혼돈에 몰아넣는 이상한 주장에 대해서 온정주의적인 태도를 취하지 말고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유시민이 말하는 '여론조사 보는 법'

 29일 방송된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
29일 방송된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나온 여론조사 결과MBC 화면 갈무리

이날 방송에선 다양한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이를 중심으로 토론이 진행됐습니다. 일부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여당인 국민의힘에 유리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이를 두고 홍 시장은 "박근혜 탄핵 대선 때처럼 그런 식으로 정권을 거저 넘겨주는 그런 짓은 해서는 안 된다 그랬는데 이제 여론이 많이 바뀐 셈"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습니다.

유 작가는 "여론조사 등 어떤 데이터를 살펴볼 때 주의할 게 있다. 우리가 직관적으로 추론할 수 있는 판단과 (여론조사 수치가) 어긋난다면, 데이터가 왜 그렇게 나오는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물었습니다.

그는 "조기 대선을 물밑에서 준비하는 분들과 당권을 염두에 둔 주요 정치인들이 과격한 언사를 한다"면서 "극단적으로 생각하는 유권자가 많은 것처럼 보이는 건 (여당 정치인들이) 부추기는 메커니즘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앞서 유 작가는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도 토론 프로그램에서 국민의힘이 압승하는 여론조사가 민심과 다르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습니다.

민주주의, 관용의 한계는?

 29일 방송된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발언하는 모습
29일 방송된 '손석희의 질문들'에서 홍준표 대구시장이 발언하는 모습MBC 화면 갈무리

이날 토론에서 홍 시장은 의미심장한 말을 던졌습니다. 진영 논리가 민주주의를 망치고 있다는 주장이었습니다.

"한국 사회가 진영 논리로 갈라진 지가 한 20년가량 됩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진보 좌파-보수 우파 이렇게 각자의 진영 논리로 갈려진 지가 한 20년가량 돼요. 근데 자기 진영의 사람은 도둑놈이고 강도라도 지지하는 겁니다. 그런 진영 논리가 지금 한국 사회에 가장 심하게 나타난 거라고 봐요.

이 극단적인 진영 논리는 상대방의 주장을 인정 안 해요. 인정할 필요 없어요. 자기 진영 사람은 도둑이라도 '오케이'하는 그런 진영 논리가 한국 사회를 지금 지배하고 있어요. 극단적 진영논리, 일종의 집단적 광기입니다."

홍 시장의 주장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동시에 위헌·불법 비상계엄을 자행한 윤석열 대통령과 법원 폭동을 일으킨 자들을 옹호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도 충분히 적용할 수 있는 말입니다.

유 작가는 민주주의를 가리켜 '공존의 기술'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모든 다양한 의견, 나와 다른 생각을 존중하고 인정하고 같이 경쟁하면서 공존할 수 있다. 동시에 이 관용의 범위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그게 뭐든 다 인정해야 하는지 질문하게 된다"면서 "물리적으로 상대방을 제거하려고 하는 행위 또는 그런 행위를 하자고 하는 주장은 문제"라고 했습니다.

민주주의에서 이 정도 토론은 충분히 가능하고 할 수 있다고 봅니다. 다만, 민주주의의 원칙이자 기본적인 법치주의를 인정하지 않는 주장은 한남동 관저에서 나오지 않고 버텼던 윤석열 대통령을 떠오르게 해서 씁쓸했습니다.

한편, 오는 2월 4일 오후 9시 <손석희의 질문들>에는 우원식 국회의장이 출연해 계엄 당시와 그 이후의 정국 상황을 얘기할 예정입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에도 실립니다.
손석희의질문들 유시민 홍준표 토론 비상계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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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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