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으로의 여정을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24일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선수단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24일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선수단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박장식

8일부터 13일까지 야부리 스키 리조트에서 열리는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의 설상 종목 경기. 하얼빈 도심에서 200km 떨어진 야부리 스키 리조트에서도 6개 세부종목 55명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설원 위를 누빈다.

눈 위에서 펼치는 자신과의 싸움,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등을 비롯해 알파인 스키, 그리고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까지, 관내 경기장이 없어 아쉽게 치러지지 못하는 썰매 종목을 제외한다면 올림픽 못지 않은 다양한 경기가 야부리의 설원 위에서 펼쳐지는 셈.

오는 2026년부터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거듭날 특별한 종목도 열린다. 산악 스키(스키 마운티어링)가 바로 그 주인공. 다른 설상 종목이 내리막길을 달리는 것과 달리, 산악 스키는 맨몸으로 산에 오르는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종목이다. 산악 스키에는 이번 하얼빈 대회부터 태극전사들이 나선다.

크로스컨트리·바이애슬론, '8년 만의 메달 사냥' 도전

평지, 오르막과 내리막을 스키로 질주하는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스키 마라톤'에 비유되는 종목이다. 총을 멘 채 크로스컨트리 트랙을 스키로 활주하면서도, 도중에 총을 표적에 맞게 쏘아야 하는 바이애슬론 역시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하는 종목이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는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나섰던 정종원, 이의진, 한다솜 등 국내를 대표하는 9명의 선수들이 이번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에도 출전한다. 야부리의 설원을 온몸으로 맞이하는 태극전사들이 '금빛 질주'에 도전할 수 있을 지도 주목된다.

바이애슬론의 경우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단 한 개의 동메달 기록만을 갖고 있기에 '메달 도전'에 의미가 크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귀화한 해외 선수 중 유일하게 이번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는 예카테리나 아바쿠모바의 활약을 기대할 만 하다. 1월 열린 회장컵에서 3관왕에 오른 아베마리야 역시 주목된다.

알파인 스키, 산악 스키... 설원 누빌 준비 완료

속도와의 싸움인 알파인 스키는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회전 종목만이 개최된다. 2017 삿포로 대회 금메달리스트 정동현은 지난 달 중국에서 열린 FIS 극동컵에서 이틀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등, 이번 아시안 게임에서 3개 대회 연속 금메달에 도전한다. 정동현에 이어 극동컵 2위에 올랐던 홍동관 역시 이번 아시안 게임에 나선다.

김소희 역시 주목할 만한 선수다. 2014년 소치 대회를 시작으로 평창, 베이징까지 세 번의 올림픽에 차례로 나섰던 김소희는 한국 여자 알파인 스키 선수 사상 최고 순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소희는 2월 8일 야부리에서 열리는 회전 종목에 출전한다.

아울러 이번 아시안 게임에 처음으로 등판한 산악 스키는 자신의 힘으로 산을 타고 넘는 종목이다. 스키 바닥에 천을 덧대 경사로를 직접 타오르고, 스키로는 힘이 부치는 높은 경사로는 아예 스키를 등에 메고 스키 부츠로 뛰어 올라가야 한다. 크로스컨트리 스키보다 더욱 자연에 가까운, 야성적인 매력이 있는 종목이다.

대한민국에서는 오영환, 정재원, 구교정, 정예지, 김미진, 김하나 등 여섯 명의 태극전사가 종합 스포츠 대회에는 처음으로 출전하는 산악스키 대표팀으로 역사의 한 페이지에 남는다. 산악 스키는 2월 9일 남녀 스프린트 개인전이, 2월 12일 혼성 계주가 펼쳐진다.

이채운·이승훈, 올림픽 앞두고 '좋은 기운' 받아갈까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랐던 이채운 선수.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올랐던 이채운 선수.박장식

프리스타일 스키와 스노보드 종목은 이번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의 설상 종목에서 메달이 유력한 종목으로 꼽힌다. 특히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2관왕에 오른 데다, 2023 세계선수권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하프파이프 금메달을 따냈던 이채운의 활약이 기대된다.

이채운의 장기는 회전축을 세 차례 바꾸며 뛰는 프론트사이드 트리플콕 기술. 이채운은 공식 경기에서 해당 기술로 4회전 점프를 수행한 단 둘 뿐인 선수이기도 하다. 특히 지난해 10월 스위스에서는 해당 동작을 수행하며 네 바퀴 반을 도는 데에도 성공, 명실상부 자신의 장기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한편 프리스타일 스키에서도 하프파이프가 기대를 모은다. 해당 종목에 출전하는 이승훈은 지난해 2월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2022 베이징 동계 올림픽에 출전했던 장유진(프리스타일 스키), 이나윤(스노보드)도 하프파이프에 출전할 예정.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는 프리스타일 스키·스노보드 선수들이 펼칠 점프가 기대된다.

'배추보이' 이상호, 김상겸, 정해림 등을 필두로 한 알파인 스노보드 대표팀이 출전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평행대회전, 회전 등 알파인 스노보드 종목을 비롯해, 스키 모굴, 스노보드·스키 크로스 등 다양한 종목이 이번 아시안 게임 세부 종목에서 빠졌기 때문이다. 이들 종목은 1년 뒤 올림픽을 기약하게 되었다.

종합 순위 2위 목표... '미리 보는 동계 올림픽'

대한민국 대표팀은 종합 순위 2위 수성을 목표로 대회 준비에 나서고 있다. 특히 앞서 열린 토리노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대한민국이 종합 2위를 달성한 만큼, 이번 대회 고른 종목에서의 활약이 겹쳐진다면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대할 만 하다.

특히 '미리 보는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으로서의 의미 역시 큰 이번 대회는 한국 선수들의 활약을 지켜보면서 올림픽에서 선전할 선수를 미리 만나는 좋은 기회다. 특히 쇼트트랙, 컬링 등에서는 개최국 중국과의 더욱 긴장되는 수싸움이 올림픽 못지 않은 긴장감을 선사할 것으로 보인다.

64개의 금메달이 걸린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대한민국 선수단 본진은 오는 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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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의 아시안 게임, 눈밭 위 '이 종목' 주목하라 https://omn.kr/2c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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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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