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국회 상공엔 헬기가 뜨고 중무장한 국인들이 국회 본청에 등장했다. 문민정부에서 하나회 척결 후 우리나라에 '내란'이 일어날 거란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윤 대통령은 어떻게 군인들은 움직였을까?

지난 21일 방송된 MBC < PD수첩 >에서는 '용산의 장군들 - 尹을 위해 총을 든' 편이 전파를 탔다. 이날 방송에서는 군 내부 증언들과 함께 장군들의 공소장으로 내란을 추적했다. 취재 이야기 들어보고자 지난 22일 해당 회차 연출한 조철영 PD를 서울 상암 MBC 사옥에서 만났다. 다음은 조 PD와 나눈 일문일답 정리한 것.

"계엄은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다"

 조철영 PD
조철영 PD이영광

- 방송 끝낸 소회가 어때요?
"계엄이라는 게 하루아침에 일어나지 않았어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있었던 많은 일들이 결국 계엄이라는 것을 통해 보여주는데, 그것이 온 흐름을 잊고 있었던 부분을 다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고요. 하지만 아직 이게 끝난 게 아니고 취재거리가 좀 더 남아 있어요. 그래서 끝났다는 생각이 잘 안 드네요."

- 12.3 윤석열 내란 사태를 주도한 군 장군들에 대한 취재는 어떻게 하게 됐나요?
"12월 3일 계엄 터지고 PD들이 다 같이 3부작을 만들었잖아요. 너무 비현실적이다, 이게 말이 되냐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제일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건 군대가 동원된 거예요. 저도 군대를 나왔지만 21세기에, 군대가 아무리 까라면 까라고 해도 (어린) 애들은 안 움직이는데, 실제로 병력이 헬기에서 내렸고 선관위(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갔고 조직적으로 동원된 거예요. 이걸 취재하고 싶었어요."

- 프롤로그에서 지난해 4월 군 장군들이 한남동 관저에 모인 걸 재연을 통해 담았는데요. 이게 내란의 중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하나요?
"내란에서 굉장히 중요한 시점으로 생각하는 건 아니에요. 다만 이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 때 엄청나게 질문했거든요. 근데 당시에는 저도 이게 무얼 의미하는지 몰랐어요. 내란 사태가 발생하고 나서야 이 시점이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경호처장은 차관급이에요. 그리고 사령관들은 그보다 훨씬 높아요. 근데 차관급 정도밖에 안 되는 사람이 도합 9개의 별인 장군들을 자기가 사는 데로 불렀어요. 아무리 육군사관학교 선배라고 해도 너무 납득이 안 가는 거예요. 육사는 상명하복이 아직도 있나 했죠. 근데 그렇다는 사람도 있고 아니라는 사람들도 있어요. 그러면 이걸 뭐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 했어요.

그러니까 이 사람들의 영달, 아니면 자기가 잘못된 철학을 갖고 있었는데 그걸 실현시킬 수 있는 권력자 옆에 있는 사람 등의 요구가 맞았기 때문에 가능했단 생각이 들었어요. 충암고나 육사는 허울 좋은 거고 사실 내막은 서로 간의 니즈가 너무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에 아삼륙처럼 계속 다닐 수 있었고, 각자 보고해야 하는 라인이 있는 사람들이 보고도 안 하고 왔다는 거예요."

- 윤석열 정부 하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경호처장 시절부터 상왕 노릇을 했을까요?
"아무래도 육사 선배고, 윤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자기는 뛰었으니까, 캠프에서 대통령의 권력을 등에 업은 거죠. 또 대통령이 군대를 안 갔잖아요. 군대를 잘 모르니 '누구를 국방부 장관 시키는 게 좋겠어요?' 라고 물어보겠죠. 근데 그 국방 포럼에서 윤 대통령이 지금까지 해왔던 정책이 많이 나왔다고 해요. 그 얘기는 뭐냐면, 선거 캠프에 있었던 사람들이 주도적으로 군대 관련 일을 한다는 얘기예요. 그 사람들을 계속 데리고 간다는 거죠."

- 최화식 예비역 준장은 김용현 당시 경호처장의 경호법 개정 움직임을 보며 계엄 가능성을 떠올렸다고 방송에 나오던데, 경호법 개정도 계엄 준비 작업이 맞았을까요?
"최화식 준장은 김용현의 동기고 김용현을 잘 알고 군대도 잘 아시는 분이죠. 근데 그런 분이 느꼈을 때 경호법 개정을 2022년 11월 시도하는 순간부터 '이거 계엄 아니야'라고 생각했다면 뭔가 있는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게 계엄을 위한 준비 작업이냐 아니냐는 설왕설래가 있을 수도 있지만 경호법 개정의 골자는 유사시에 군대와 경찰의 일부 지휘 통제권을 경호처장이 갖는 거예요. 그러니까 자기가 군경을 통제하고 싶었던 거예요. 물론 계엄을 계획했다는 건 군에 있었던 분의 입장에서 봤을 때고요. 제 생각에는 박정희의 경호실장으로서 차지철이 되고 싶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육사·공사·해사에서 헌법 가르쳐야"

 MBC < PD수첩 > 방송화면 갈무리
MBC < PD수첩 > 방송화면 갈무리MBC

- 장군들의 공소장을 바탕으로 타임라인을 구성했잖아요. AI를 쓴 게 눈에 띄더라고요.
"고민이 많았죠. 김용현, 여인형, 윤석열 등의 사람들은 국민에게 너무 익숙해요. 공소장에 나온 걸 실감 나게 전달해야 하잖아요. 근데 또 대역배우 아니면 성우에 너무 과도한 연기를 부탁하는 것도 저널리즘에 맞지는 않거든요. 그러니까 최대한 감정도 빼고 그 사람의 목소리를 어느 정도 클로닝(복제)한 AI 정도면 목표 달성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 예전엔 연기가 아니라 그냥 읽는 정도였잖아요.
"저는 이 공소장을 읽으면서 일부러 이번에도 세트를 다 5공화국처럼 갔거든요. 시대가 변했는데 너무 똑같은 거예요. 제가 느낀 걸 전달 드리고 싶었어요. 그래서 다른 대역 배우들한테 시키지 않고 '이게 결국 군인들 몇 명 모여서 작당하는 게 5공화국 때랑 양상이 똑같다. 2024년에 막혔지만, 또 한 번 찾아올 수도 있다'는 걸 전달하고 싶었어요."

- 대통령의 사병으로 쉽게 전락할 수 있는 군을 국민의 군대로 바로 세우기 위해 뭘 해야 할 거냐고 방송에서 물었던데, 그 답을 생각해 보셨어요?
"우리는 하나회가 척결되면서 문민 통제도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어요. 그리고 우리가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거든요. 근데 시민들이 관심을 가져야 되고요. 되게 사소한 얘기가 될 수도 있는데 육사나 공사, 해사 내에서 헌법과 민주시민 교육이 들어가야 돼요. 헌법 교육이 강조돼야 되고 정치 교육이 강조돼야 돼요.

예를 들면 국회의사당 쳐들어갔던 게 굉장히 충격적이었던 이유는 입법과 행정, 사법으로 권력을 나눠줬는데 그 최고 권력기관에 들어간 거잖아요. 그런 교육이 되면 군인이 함부로 입법부를 칠 생각 안 하게 되는 거죠."

- 이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처벌은 물론이고 사면 해선 안 될 것 같아요.
"맞습니다. 저는 확실히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너무 역사를 통해 배운 게 없어요. 왜냐하면 그 역사의 굴곡들에서 항상 망각했거든요. 용서해 줬거든요. 이번에는 마지막 기회인 것 같아요."

- 훗날 '그래도 대통령 지낸 사람을 감방에 놔두는 게 맞냐'란 주장이 나올 것 같은데.
"대통령은 국민들의 대표고 영업사원 1호잖아요. 첫 번째가 잘못했을 때 일벌백계라는 얘기도 있잖아요. 이 사람은 더 세게 받아야 돼요. 본보기를 보여야죠. 대통령 했기 때문에 봐줘야 된다는 온정주의가 왜 사회 지도층이나 엘리트들에게 발현되는지 모르겠는데 의대생이 성추행했을 때 이 의대생 미래가 걱정되니 용서해 주자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봐요. 그 죄는 같은 무게가 주어져야 하고 내란죄는 무기부터 시작이에요. 그럼 이 사람 중형 받아야죠."

- 취재하며 느낀 점이 있을까요?
"만약에 처벌이 되지 않는다면 내란범들이 계속 나옵니다. 저도 내란범이 될 수 있어요. '내가 취재하다가 알게 된 군인들이 몇 명 있는데 윤석열 보니까 별로 안 살고 나오네' 하면 어떻게 할 건데요. 억지력을 가져가야 해요."

- 취재할 때 어려운 점은 뭐였어요?
"군인분들이 MBC < PD수첩 >을 특히 안 좋아해요. 근데 저는 이해도 돼요. 왜냐하면 북한이 주적이고 주적으로부터 우리나라를 보호하려고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저희가 싫겠죠. 그래서 인터뷰하기 힘들었어요."

- 어떻게 설득한 거예요?
"저는 군이 진심으로 걱정됐어요. 나 대신 나라 지켜달라고 세금 내서 굴리고 있는 군대가 내란도 내란이지만 이렇게 허약하면 당나라 군대나 마찬가지 아니에요. 북한에서 진짜 밀고 들어오면 나를 어떻게 지킬까요? 그래서 군인들에게 그런 걸 많이 읍소했던 것 같아요. 군이 진심으로 걱정됩니다."
조철영 PD수첩 내란 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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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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