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첫 세계선수권 메달의 주인공으로 우뚝 올라섰던 차준환 선수.
박장식
차준환에게는 7일 중국 하얼빈에서 개막하는 동계 아시안 게임도 '첫 출전' 기회다. 2017년에는 주니어 연령이었기에 출전이 어려웠고, 4년 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대회 개최가 무산됐다. 차준환은 "선수 생활 하면서 꼭 경험하고 싶었던 대회들을 올해 한 번씩 나갈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며 웃었다.
이어 "사실 남자 선수, 특히 피겨 선수에게 아시안 게임은 좋은 성적을 거둬 금메달을 따면, 이어지는 올림픽도 온전히 부담 없이 잘 치를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외적인 요소를 생각하기보다는 내 상태에 집중해서 잘 치르는 것이 목표"라며 강조했다.
11일 쇼트 프로그램, 13일 프리 프로그램에 출전하게 될 차준환의 목표는 '퍼스널 베스트'(개인 최고점) 갱신. 차준환은 "아시안 게임을 통해서 한 단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자는 생각을 갖고 있다"는 각오를 넌지시 전했다.
바쁜 일정 속에서 어려움도 있지 않을까.
"지치는 일은 조금씩 생길 수밖에 없겠지만, 막상 시즌을 뛰면 힘들다고 생각할 시간조차 없더라고요. 그래서 현재에 충실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이거 끝나면 다음 대회는 이거구나'라는 생각으로 다음 대회를 맞이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차준환도 선수 이전에 사람이기에, 너무 지쳐 번아웃이 올 때도 있었다. 그럼에도 차준환은 "번아웃도 사실 너무 잘 하고 싶을 때 오는 것"이라며 "어느 정도 욕심을 내려놓으면서, 무던해지는 시점을 기다렸다"고 했다.
차준환과 동행하는 지현정 코치도 "준환이도 선수인 만큼 '내려놓으면 안 된다'는 욕심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며 "정확하게는 '내려놓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이 아닐까 싶다"며 덧붙였다.
"스무 살 때 IOC 선수위원 도전 결심"
차준환을 둘러싼 큰 소식도 있었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올림픽에서 선출되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선수위원 선거에 차준환 선수가 도전장을 내밀었다는 것. 한국 나이 스물다섯, 그의 도전에 체육계는 꽤나 크게 술렁였다.
차준환은 "스무 살 때, 정확히는 2020년 1월에 결심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당시 스위스에서는 2024 동계 청소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위한 프레젠테이션이 진행됐다. 차준환은 유치 연설을 위해 스위스로 출국했다.
"그 당시에 IOC 선수위원이었던 유승민 대한체육회장 당선인과 함께 유치 활동을 하면서 가졌던 경험이 동기가 됐어요. 그래서 그 때부터 지금까지 마음 한 켠에 생각을 두고 있었거든요. 올림픽은 항상 '성장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이 컸기 때문에, 이번 동계 올림픽 때 진짜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와서 신청하게 됐죠."
선수로서, 선수위원으로서 생활을 병행해야 하는데 어려움은 없을까. 차준환은 "선수와 IOC의 '중간 다리' 역할이니 현역 선수로서 가까운 자리에서 선수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며 "선수로 활동하면서 IOC 선수위원을 병행하는 것이 이로운 점이 훨씬 많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피겨 스케이팅은 종목 특성 탓에 다른 종목에 비해 선수 생명이 짧고, 이전 올림픽에 출전해야 한다는 조건도 있으니 도전 기회가 많지 않았다"고 설명한 차준환은 "기회가 왔으니 최선을 다해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스물다섯 살은 누군가에겐 '어리다'고, '경험이 없다'고 폄하하기도 쉬운 나이다. 하지만 차준환은 "분명한 장점"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세는 나이는 어리지만, 어릴 때부터 다양한 활동을 했기 때문에 도리어 장점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농도가 짙고 밀도가 높은 경험을 선수로서도, 다른 모습으로도 많이 겪었습니다. 동기부여를 얻을 수 있는 좋은 나이가 지금이라고 생각합니다."
"몸이 허락할 때까지 스케이트 탈 것"
▲스무살 때의 차준환 선수. 당시 2024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 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차준환은 5년 뒤 IOC 선수위원 도전에 나서게 됐다.
박장식
15년이 훌쩍 넘은 선수 생활을 거친 차준환 선수. 개인에게 도전이야 끝이 없겠지만, '선수'로서는 지금까지 뛰었던 기간보다 남은 기간이 짧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차준환은 "은퇴 시기는 정하지 않았다"며 "몸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스케이트를 타려 한다"고 다짐했다.
"부상을 안고 있는 부위가 스케이트에 닿을 수밖에 없는 부위라 꾸준한 관리가 필요해요. 쉬어가는 타이밍도 있으면 좋겠지만... 올림픽 시즌도 있기 때문에, 지금은 휴식을 이야기하기에는 쉽지는 않은 때입니다. 더 긴 선수 생활을 위해 조금이라도 휴식 기간을 가져야 한다면, 아마 올림픽 이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후회 없이 타는 것을 항상 목표로 했어요. 안무나 연기를 창작하는 모습도 좋아하기 때문에, 그런 목표를 잘 이어온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선수로서 남은 시간을 생각하기보다는, 현재에 충실한 선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현재에 충실할 것을 강조하는 차준환에게 끝으로 '현재'에 대해 물었다. 차준환은 "지금 당장 아시안 게임도 있고, 올 시즌 남은 경기들이 각자의 의미로 중요하다"며 "이 대회들에 집중한 뒤 다음 시즌, 올림픽 시즌을 위해 잘 준비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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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