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 3성에서 많이 쓰이는 '챵량'(敞亮)이라는 중국어 단어를 아시나요. '탁 트이다' 내지는 '시원하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단어를 누구보다도 많이 쓰는, 그리고 그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도시 하얼빈에서 8년 만에 동계 아시안 게임이 열립니다. 하얼빈으로의 여정을 탁 트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담겠습니다.[기자말]

 1월 2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선수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
1월 24일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결단식에서 선수들이 단체 사진을 찍고 있다.박장식

안중근의 단발마가 울려 퍼졌던 하얼빈에서 태극전사의 함성이 울려 퍼진다. 2025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이 2월 4일 사전 경기를 시작으로 7일 개막식을 열고 대장정에 들어선다.

2017년 일본 삿포로에서 열렸던 지난 대회 이후 코로나19, 유치 의향 도시 미비 등 문제로 인해 존폐 위기에 몰렸던 동계 아시안 게임. 하지만 8년 만인 2025년에 돌아오게 되면서 아시아의 겨울 축제로서의 명맥을 이어 나갈 수 있게 되었다. 대회 규모 역시 34개국 1250여 명의 선수가 출전할 정도로 커졌다.

대한민국에서는 빙상·설상을 비롯한 모든 종목에 총 149명의 선수를 파견한다. 특히 특정한 '효자 종목'에 메달 소식과 관심이 쏠렸던 8년 전과 달리 다양한 종목에서 더욱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다.

아이스하키, 아시아 축제 시작 알린다

 2023년 세계선수권 2부 리그 진출을 확정짓는 등, 5년 전에 비해 높아진 세계에서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2023년 세계선수권 2부 리그 진출을 확정짓는 등, 5년 전에 비해 높아진 세계에서의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박장식

오는 2월 4일부터 '아시아 겨울 축제'의 포문을 여는 종목은 빙상 위의 짜릿한 승부, 아이스하키다.

남녀 아이스하키 대표팀은 4일부터 첫 경기를 치른다. 김우재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4일 밤 9시(이하 한국 시간 기준)부터 하얼빈 아이스하키 아레나에서 '홈 팀' 중국과 첫 경기를 치르고, 김도윤 감독이 지휘하는 여자 대표팀 역시 4일 오후 4시 30분부터 하얼빈체육대학 빙상장에서 홍콩과의 첫 경기에 나선다.

남녀 아이스하키 모두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출전권을 얻어내지 못했기에 종합 스포츠 대회에서 남녀 아이스하키를 볼 유일한 기회가 이번 아시안 게임인 셈.

남자부는 아이스리그에 참가하고 있는 국내 유일 구단인 HL 안양 선수단을 중심으로, 고려대·연세대, 캐나다 주니어 팀의 선수들을 중심으로 대표팀을 꾸렸다. 김상욱, 신상우, 안진휘, 전정우 등 '평창 세대'와 함께 신구조화를 이룰 선수들의 활약, 특히 아시아리그 8회 우승에 빛나는 HL 안양 선수들이 쳐낼 '금빛 골'이 기대된다.

여자부 역시 국내 유일 실업 구단인 수원시청 선수들을 중심으로 나선다. 2018 평창 동계 올림픽 이후 꾸준한 성장을 거두면서 2023년에는 사상 첫 세계선수권 2부 리그 문을 두드리기도 했던 여자 선수단은 한수진·박종아·박예은 등의 활약으로 사상 첫 아시안 게임 메달을 목표로 달린다.

컬링, '전종목 석권' 가능할까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5G' 선수들. 컬링 슈퍼리그 초대 우승, 컬링 그랜드슬램 한국 첫 우승 등 다양한 기록을 써낸 선수들이다.
여자 컬링 대표팀 경기도청 '5G' 선수들. 컬링 슈퍼리그 초대 우승, 컬링 그랜드슬램 한국 첫 우승 등 다양한 기록을 써낸 선수들이다.박장식

컬링은 8년 전 아시안 게임 때와 다르게 선수들의 기량이 수직 상승한 대표적인 종목으로 꼽힌다. 대한컬링연맹은 이번 동계 아시안 게임 목표를 전 종목 3관왕으로 두고 지원에 나섰다.

믹스더블 컬링은 2월 4일부터 2월 8일까지 경기를 치른다.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의 첫 메달 소식 역시 믹스더블 컬링에서 나올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혼성 2인조 종목인 믹스더블에 출전하는 두 선수는 강릉시청 '팀 킴'의 김경애, 그리고 믹스더블에서 잔뼈가 굵은 강원도청 성지훈이다.

2016년 성지훈 선수가 연습생으로 경북체육회에 입단했을 때부터 팀 동료로서 인연을 이어 온 두 선수. 그렇기에 김경애·성지훈 두 선수가 한 팀을 꾸린 절대적인 시간은 짧지만, 서로의 플레이 스타일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에, 두 선수가 보여줄 '케미' 역시 빛날 전망이다.

2월 9일부터는 여자 4인조 경기도청 '5G'(김은지·김민지·김수지·설예은·설예지)가 출격한다. 현재 월드 투어 랭킹 6위를 지키고 있는 경기도청 '5G'는 이번 아시안 게임 출전팀 중에서도 가장 세계 랭킹이 높은 팀이다. 그랜드슬램 우승·세계선수권 동메달 등 굵직한 기록을 쓴 여자 컬링이 18년 만의 금메달을 따낼 지도 주목된다.

같은 날 경기를 시작하는 남자 4인조 컬링 역시 의성군청(이재범·김효준·표정민·김은빈·김진훈)이 나선다. 평균 연령 22세로 구성된 의성군청은 지난 범대륙선수권, 유니버시아드에서 불안정한 경기력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눈빛이 달라지는 다섯 선수가 어떤 새로운 역사를 쓸지 기대가 모아진다.

박지원·김길리·김민선, '속도전'을 부탁해

 지난해 12월 열린 쇼트트랙 월드 투어 서울 대회에 출전했던 장성우(왼쪽), 박지원(오른쪽)
지난해 12월 열린 쇼트트랙 월드 투어 서울 대회에 출전했던 장성우(왼쪽), 박지원(오른쪽)박장식

'전통적 효자 종목' 쇼트트랙도 이번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가장 주목 받는 종목이다.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조직위원회에서도 이번 대회가 펼쳐지는 유일한 주말인 8일과 9일에 쇼트트랙 경기를 편성하는 등 이번 대회에서도 뜨거운 관심이 주목된다.

대한민국 대표팀에서는 남자부 박지원과 장성우, 여자부 김길리와 최민정 등이 이번 동계 아시안 게임에서 고른 활약을 펼칠 전망이다. 특히 앞서 1월 열렸던 동계 유니버시아드에서 김길리·김태성 등이 1500m에서의 대한민국 선수단 남녀 금·은·동메달 석권의 진기록을 달성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금메달을 두고 가장 큰 경쟁자로 올라선 중국의 '홈 견제' 역시 심할 전망이기에 주의가 필요하다. 판커신을 비롯해 한국에서 귀화한 린샤오쥔(귀화 전 임효준), 헝가리에서 귀화한 리우 샤오앙·리우 샤오린 형제 역시 이번 하얼빈 동계 아시안 게임 대표팀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는 '빙속 여제' 김민선이 금빛 질주를 예고한다. 종합 스포츠 대회 첫 메달을 노리는 김민선은 이번 대회를 시작으로 2026년 밀라노까지의 선전을 기대하고 있다. 2018 평창·2022 베이징 두 번의 올림픽에서 500m 은메달을 따낸 차민규 역시 이번 대회의 유력 메달 후보이다.

차준환·김채연, 8년 만의 '금빛 피겨 스케이팅' 부탁해

 지난 1월 초 열린 종합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피겨 스케이팅 김채연 선수.
지난 1월 초 열린 종합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피겨 스케이팅 김채연 선수.박장식

동계 종목의 꽃, 피겨 스케이팅 역시 전망이 '파란 불'이다. '피겨 프린스' 차준환과 '대기만성의 선수' 김채연이 금빛 연기를 예상케 한 가운데, 2024 강원 동계청소년올림픽의 2관왕 김현겸과 '기대주' 김서영이 함께 새로운 기록을 만들기 위해 하얼빈으로 출격한다.

명실상부 한국 남자 피겨의 대표 주자인 차준환은 8년 만에 열리는, 어쩌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수 있는 아시안 게임에서 '금빛 연기'에 도전한다. 이번 시즌 초를 아쉽게 보냈던 차준환은 올해 국내 대회와 유니버시아드를 통해 회복에 성공했음을 알린 만큼, 더욱 가벼운 모습으로 경기에 나설 전망이다.

역시 남자부에서는 무섭게 치고 올라오는 후배, 김현겸이 주목 받는다. 지난해 1월 열렸던 강원 동계 청소년 올림픽에서 남자 싱글, 단체전 금메달을 차례로 따내며 2관왕에 올랐던 선수다. 시니어 데뷔 시즌에 아시안 게임에 출전하는 김현겸이 이번 대회를 통해 좋은 자신감을 얻을 지도 관건이다.

김채연은 시니어 데뷔 무대로 나선 2023년 세계선수권에서 6위, 특히 프리 프로그램에서는 3위를 기록하며 화려한 데뷔를 알렸던 바 있었다. 2024년에는 사대륙 선수권 은메달, 세계 선수권 동메달을 따내며 '클린 요정'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었다. 그런 김채연이 하얼빈에서도 '클린 요정'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남녀 피겨 경기는 오는 2월 11일부터 13일까지 열린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하얼빈동계아시안게임 동계아시안게임 아시안게임 쇼트트랙 아이스하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대중교통 이야기를 찾으면 하나의 심장이 뛰고, 스포츠의 감동적인 모습에 또 하나의 심장이 뛰는 사람. 철도부터 도로, 컬링, 럭비, 그리고 수많은 종목들... 과분한 것을 알면서도 현장의 즐거움을 알기에 양쪽 손에 모두 쥐고 싶어하는, 여전히 '라디오 스타'를 꿈꾸는 욕심쟁이.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