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사진
EMK뮤지컬컴퍼니
그윈플렌에겐 정치가로서 실현하고자 했던 대의가 있었으나, 다른 귀족들에겐 그런 대의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자리 자체가 목적이요,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는 데에만 혈안이었다. 단순한 이야기로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정치가의 자질을 읽어낼 수 있다.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고전 <소명으로서의 정치>는 일찌감치 정치가의 자질을 천명한 바 있다. 베버는 대의에 헌신하는 열정, 책임감, 바라는 대로가 아니라 사태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는 균형적 현실 감각이 정치가에게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대의 따위는 찾아볼 수 없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귀족들에겐 정치가의 자질이 결여됐다. 그 눈을 뜨라는 그윈플렌의 요구는 외면하지 말고 현실을 직시하고, 그렇게 정치가로서의 목적 의식과 책임감을 가지라는 부탁의 말로도 읽힌다.
정치가의 자질을 판별하는 렌즈는 그윈플렌의 시대에도 유효했지만,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타당하다. 무엇보다 그윈플렌의 외침은 엄혹한 시대를 건너고 있는 오늘날 더 필요한 것인지도 모른다.
한편 그윈플렌의 요구는 높고 단단한 벽에 부딪혔을지라도 <웃는 남자>는 희망의 여지를 남겨둔다. 그윈플렌과 함께 우르수스의 손에 길러진 소녀 '데아'는 앞을 보지 못하지만,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조차 쉽게 볼 수 없는 무언가를 본다. 바로 '진심'이다. 그윈플렌의 진심을 바라봐준 데아는 그윈플렌에겐 물론이고, 양아버지 우르수스와 주변 인물들에게 희망이 되어준다.
우르수스는 "세상은 잔인한 곳"이라며 염세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동시에 "하지만 살아내야 해"라며 의지를 다진다(넘버 '세상은 잔인한 곳'). 그윈플렌 역시 이 세상이 잔인하다는 데 동의하지만, "잔인한 세상 용서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넘버 '모두의 세상').
▲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사진EMK뮤지컬컴퍼니
1월 9일 개막한 <웃는 남자>는 3월 9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공연된다. 박은태·이석훈·규현·도영이 주인공 '그윈플렌'을 연기하고, 민영기·서범석이 '우르수스'를, 이수빈·장혜린이 '데아'를 연기한다. 이외에도 김소향, 리사, 강태을 등 인기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탈자 신고
문화와 사회를 이야기하겠습니다. anjihoon_510@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