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저녁 민주노총 금속노조 주최로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빅토리> 상영회
20일 저녁 민주노총 금속노조 주최로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빅토리> 상영회성하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와 영화 <빅토리>가 만났다.

지난 20일 저녁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빅토리> 상영회는 특별했다. '남태령에서 거제까지 연대의 힘으로 노조법 개정' 슬로건처럼 영화를 통해 최근 윤석열 내란 규탄에 앞장선 민주노총 노동자들과 응원봉 세대가 공감과 연대를 나누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빅토리>는 1999년 거제를 배경으로 춤만이 전부였던 고등학생 필선'(이혜리)과 '미나'(박세완)가 댄스 연습실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에서 전학온 치어리더 '세현'(조아람)을 내세워 치어리딩 동아리 '밀레니엄 걸즈'를 만들어 활동하는 이야기다. 치어리딩 동아리의 본 목적인 축구부 응원뿐만 아니라 응원이 필요한 곳이라면 시장, 병원 그리고 아버지들의 일터인 조선소 파업 현장까지 달려간다.

2024년 8월 초 개봉해 50만 관객을 동원했으나 초반 극히 저조했던 흥행이 뒤늦게 입소문이 퍼지며 막판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를 만큼 저력을 보여줬던 작품이다. 밝은 영화지만 조선소 노동자들의 산재 위험과 현실, 우정과 사랑이 골고루 담겨 있다.

"영화 같은 일 벌어져"

이날 상영은 민주노총과 금속노조가 '남태령과 거제 사이에 가득한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는 의미로 자리를 마련했다. 2024년의 영화 속 '밀레니엄 걸즈'와 거제의 노동자들이 영화 <빅토리>를 함께 보고 소통하는 시간이었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상영에 앞서 "영화 같은 일이 현실로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많은 청년 동지들이 또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을 응원하고 힘을 주고 연대하는 모습이 12월부터 해서 지속되고 있다. 그것이 노동자들에게도 많은 힘이 되고, 투쟁에 계속 나설 수 있는 자양분이 되는 시점인 것 같다"고 인사했다.

윤석열 탄핵 집회에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앞장서면서, 응원봉으로 상징되는 젊은 세대들의 호감과 응원이 커지고 있는 데 대해 고무된 모습이었다.

특별하게 준비된 상영회인 만큼 관객들의 참여도 상당했다. 상영공지가 뜨자 순식간에 500명 정도가 신청해 150석이 금방 마감됐을 만큼 호응이 좋았다. 이는 상영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각 장면에 적극적으로 반응했고 GV(관객과의 대화)도 질문하는 관객들이 많아 다 받아주지 못할 정도였다. GV 도중 무지개무늬의 금속노조 깃발이 들어오자 환호와 박수가 나오기도 했다.

"파업은 응원하면 안 되나?"

 20일 저녁 민주노총 금속노조 주최로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빅토리> 상영회
20일 저녁 민주노총 금속노조 주최로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빅토리> 상영회성하훈

영화 상영 후 GV와 토크콘서트는 이송희일 감독의 진행속에 박범수 감독, 강새봄(조선소 노동자의 딸), 김형수 금속노조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장 등이 참여해 영화 제작 과정과 윤석열 내란 규탄 집회 과정에서 소회, 영화에 담긴 조선소 노동자들에 대한 현실 등을 이야기 했다.

박범수 감독은 "영화제작사에서 받은 시나리오가 빅토리라는 제목으로 80년대 배경으로 한 응원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서 좀 흥미로웠다. 그런데 2등 하던 학교가 응원부가 생겨 1등하는 이야기라 재미가 없어 처음에 거절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경을 90년대로 바꿨고 세기말인 1999년 감성을 넣어 각색해 진행할 수 있었다"며 "(응원부가) 잘 나가지 않는 축구부를 응원하는데, 포커스를 완전히 약자에 맞췄다"고 설명했다. "인물 한 명 한 명에 애정을 담아서 만드는 것에 포커스를 많이 맞췄다"는 것이다.

또 "노동자들의 투쟁을 영화 속에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에 투자자 등의 우려가 있었다"고 전했다. 박 감독은 "영화가 무거워진다는 이유로 싫어할 수 있다는 생각은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조금 줄여달라, 양을 줄여달라, 전면에 보이지 말아달라, 조선소에서 파업하는 데까지는 가지 말자' 이런 의견들이 굉장히 많이 나왔다"며 "영화 속 나온 대사처럼 저 역시도 '파업은 응원하면 안 되나'라는 말을 했을 때 사람들이 어느 정도 수긍을 해서 잘 해결된 것 같다"고 밝혔다.

김형수 거제통영고성하청지회장은 "조선소 노동자로 조선소가 나오는 모습에 좀 더 관심이 가고 어떻게 표현하셨나 보게 됐다. 산재사고와 구호가 사실적이었고 조선소 노동자를 그린 장면이 인상 깊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최근 남태령과 한남동에서 눈발이 날리는 과정에서도 은박종이로 몸을 감싸고 자리를 지킨 키세스 시위에 대한 감회도 밝혔다.

그는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왔다는데 도대체 누구냐 정체가 뭐냐? 이런 이상한 일이 벌어지나 생각했다. 젊은 사람들이 응원봉 들고 그렇게 많이 모였고,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유관순이라든지 이런 분들이 나이가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내가 살아갈 미래가 암울하다고 생각했을 때 청년 세대들이 들고 일어난 거 같다. 세상의 문제에 대해서 젊은 세대들이 이제 느꼈구나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김 지회장은 평소 갖고 다니는 응원봉을 흔들어 박수와 환호를 받기도 했다.

조선소 노동자의 딸인 강새봄씨도 "영화를 보고 되게 공감이 많이 됐던 것 같다"며 "조선소에서 일하면서 약간 기러기 아빠처럼 지내시는 모습들이 공감된 장면으로 꼽았다. 아울러 "영화 제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면서 "노동자들의 총파업이 승리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GV를 진행한 이송희일 감독은 "영화를 매개로 극장에서 펼쳐진 또 하나의 연대의 장으로 뜻깊은 자리였다"고 소회를 밝혔다. 박범수 감독도 "응원의 힘이 돌고 돌아서 이렇게 릴레이처럼 계속 저는 확장되고 이렇게 연대되고 커지면서 사회가 조금씩 따뜻해진다고 생각을 한다"며 "그런 것들을 영화를 보고 조금이라도 느끼시고 실천하신다면 이 영화를 만든 것에 대해서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20일 저녁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빅토리> 상영회
20일 저녁 서울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린 <빅토리> 상영회금속노조
빅토리 금속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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