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딩고 뮤직> 악뮤의 킬링보이스 관련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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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을 보며 불평하기엔 내 눈 앞에 더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들이 있다. 방학을 맞이한 두딸을 깨워 아침 먹이는 것을 시작으로 숙제 봐주기, 같이 놀기, 학원 시간 챙기기, 집안 청소부터 '돌밥돌밥(돌아서면 밥)'으로 쌓인 설거지와 빨래까지 넋 놓고 있을 시간이 많지 않다. 엄마들에겐 아이들 개학이 곧 방학이라지만 그래도 아이들과 복작복작 지내는 일상도 나쁘지 않다. 직장에서 소소한 커피 한잔이 쉼이 되어주듯, 내 일상에서도 틈틈이 쉼이 되어주는 시간이 있기에 더 그렇다. 일명 집안일 하며 유튜브 듣기.
요즘은 티비와 OTT를 넘어 유튜브 시청률이 압도적으로 늘었다는데 나는 유튜브를 '보기' 보다 '듣는' 편에 속한다. 특히 설거지 할 때나 집안 정리할 때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 놓으면 지난한 집안일도 할만하다. 마치 학창 시절 야자 끝나고 집에 가는 길, 워크맨으로 들었던 노래에서 느꼈던 해방의 냄새 같달까.
요즘 내가 가장 즐겨 '듣는' 유튜브는 구독자 500만 명을 보유한 <딩고뮤직>이다. 그 중 악뮤의 킬링보이스는 내 재생목록 1번이다. 재기발랄하고 청량한 국민 남매의 목소리를 라이브로 듣다 보면 마음이 말랑해진다. 찐남매의 자연스러운 분위기와 화음, 또 슬프기도 신나기도 마음을 울리기도 하는 노래를 듣다 보면 메마른 감성에도 촉촉함이 스며든다.
또 하나 최근 알게 된 나의 최애곡은 황가람의 '나는 반딧불'이다. 우연히 쇼츠를 통해 접했는데 그 이후로 홀딱 반했다. 기교없이 담백한 목소리로 불러주는 가삿말이 사람을 이렇게 울컥하게 할 줄이야.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소원을 들어주는 작은 별.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원곡자인 황가람이 부르는 노래 또한 절절하다. 무한반복 이 노래를 듣고 있노라면 내가 별이 아니어도, 빛나지 않아도, 가끔은 아이들에게 버럭버럭 하는 못난 엄마일지라도 다 괜찮은 것 같다.
유튜브 음악감상이 힐링타임이라면, 빨래 갤 때 유튜브 듣기는 내 마음이 꼭꼭 채워지는 시간이다. 빨래개기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집안일인데, 반듯하게 개켜 하나 하나 쌓여지는 빨래 더미들을 보면 헝클어진 마음까지 정갈해지는 것 같다. 화룡점정, 정갈한 마음으로 내가 좋아하는 강연자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어느 땐 감사와 행복, 어느 땐 잘살고 싶은 의지가 솟아오른다. 가끔은 시공간의 제약 없이 현자들의 이야기를 그것도 공짜로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감격스러워지기도 하고.
▲유튜브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관련 이미지.유튜브
그 중 아이들 어릴 적 처음 접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은 지금도 즐겨보는 채널이다. 얼마 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한 법륜스님은 대중의 고민을 즉석에서 풀어 답변해주는 '즉문즉설'로 유명하다. 수심가득 질문자들의 무거운 질문도 어찌나 유쾌하고 명쾌하게 답변하시는지 스님의 말씀을 듣다 보면 속이 뻥 뚫린다.
육아하며 들었던 법문 중 가장 기억이 남는 말씀은 "부모가 아이를 더 사랑합니까, 아이가 부모를 더 사랑합니까?"란 대목이었다. 서너살 어린 자녀들은 엄마아빠를 신뢰하고 사랑하니 찰싹 붙어있는 건데 그 시기 놀아주는 걸 귀찮아하고 잠도 안자냐고 자꾸 아이를 밀어내면 아이가 자라 중고생 사춘기가 되어 부모를 밀어낸다는 말씀에 정신이 번쩍 들었던 기억이 난다.
뜨끔하게도 "제발 좀 자라"는 말은 내가 아이에게 자주 하는 말이었다. 스님의 말을 듣기 전 나는 당연히 내가 아이를 더 많이 사랑하고 때로는 희생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아무 조건없이 그저 엄마라는 이유로 무조건 사랑을 주는 사람은 바로 아이였다. 아이를 통해 내가 얼마나 큰 안정감과 위안을 느끼고 있는지, 또 아이를 키우기에 내가 조금씩이라도 성장해가고 있는 중이 아닐까란 생각을 하며 많이 놀랐다.
요즘도 이런저런 문제로 어지러울 때마다 법륜스님의 말씀에 기대어 마음을 다잡는다. 이제 엄마와 함께 하는 것보다 친구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며 서운해 하지 않으려 한다. 스님 말씀대로 '육아의 최종 목표는 독립'이니까. 또 예기치 않게 환자가 되어 괴로울 때도 도움을 받았다. 스님은 몸이 아파서, 병이 들어서 너무 괴롭다고 비책을 청하는 상담자에게 '그래도 살아 있으니 아프구나" 생각하라는 말씀을 주셨다. 그랬다. 내가 겪는 아픔과 고통, 이 희로애락도 결국은 내가 살아있으니 겪는 거구나. 그런 깨달음 뒤에는 막연했던 나의 억울함과 고통도 조금씩 희미해졌다. 법륜스님은 유튜브를 통해 만나 나의 멘토가 되었다.
새해 새 마음으로 대청소 원한다면
최근 소소한 글을 쓰며 자주 듣게 된 유튜브 클립은 작가 '차인표'에 대한 것이다. 배우로만 알고 있던 차인표는 무려 15년 전에 썼던 소설이 옥스포드대 한국어 교재로 채택되며 소설가라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다. 배우 타이틀로 채택이 된건가 싶었던 그의 소설은 생각보다 엄청난 노력의 결과물이었음을 인터뷰 영상을 보고 알았다. 유명 배우였지만 15년간 무명 소설가로서 성실하게 집필 활동을 한 계기라던가 마음가짐은 글쓰기가 좋고 잘하고 싶으면서도 자꾸 뒷걸음질치는 내게 초심을 다지는 자극제가 됐다.
그에 따르면 소설가는 참 고독한 직업이라고 한다. 혼자 골방에 틀어박혀 글을 써야 하니 그럴 수밖에. 하지만 고독할지언정 외롭지는 않단다. 글쓰는 나를, 내 글을 응원해 주는 단 한사람만 있다면. 그리고 그 한사람이 그의 동반자인 배우 신애라였다고 하니 참 닮고 싶은 부부가 아닐 수 없다.
누군가 올 설, 긴긴 연휴 특별한 힐링을 원한다면 새해 새 마음으로 대청소를 해보는 건 어떨까? 법륜 스님이나 소설가 차인표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말이다. 가볍고 유쾌하지만 깊이 있는 대화 속에 풍덩 빠지는 기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집안은 물론 마음까지 말끔해지는 건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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