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1 '다큐 인사이트'가 새해를 맞아 <빅퀘스트> 3부작을 마련했다. 그 중 지난 9일 방송을 탄 2부는 어느덧 대구 인구는 넘어섰고, 인천 인구에는 못 미치는 260만 명에 달하는 '외국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260만 시민의 등장, 우리는 준비됐나'(2024, 법무부, 통계청 기준)편.
OECD 국가 중 가장 가파른 증가 속도를 보이고 있는 외국인 비율, 우리 나라 인구의 5%를 넘어서고 있다(출처: 통계청). 다큐는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현주소를 보여주기 위해 그들이 머물고 있는 도시를 찾아 나섰다.
산업과 일자리를 지탱하고 있다
▲KBS 다큐인사이트 '빅퀘스트 2부 - 260만 시민의 등장, 우리는 준비됐나?' 편.
KBS1
첫 번째 전라남도 영암군, 외국인 비율이 18.6% 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우리나라 수출에 큰 일꾼 역할을 하던 조선업, 하지만 2009년 글로벌 위기를 겪으며 그곳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떠났다. 이제 다시 움츠렸던 기지개를 펴는 조선업계의 빈 자리를 채워주고 있는 건 외국인들이다.
한국에서 일하는 외국인 취업자들은 이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저출생과 노령화로 인한 산업적 공백을 메우고 있는 이들 또한 외국인이다. 특히 크고 작은 조선소가 밀집해 있는 영양군의 삼호읍은 외국인 주민의 비율이 35%를 넘는다. 그 중 1/5가 베트남인. 카메라는 베트남인 당만린을 찾는다.
우리나라는 '외국인 고용허가제'를 통해 비전문 인력을 도입하고 있다. 취업자의 절반이 광업, 제조업등에서 비숙련 노동자로 일하고 있다. 조선업계 신규 채용의 86%가 외국인, 이제 지방 중소업체는 외국인 근로자가 없으면 문을 닫아야 하는 현실에 이르렀다. 어느덧 그들이 우리 산업의 붕괴를 막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국가는 고용허가제를 통해 우리 산업의 부족한 인적 자원만을 채우고 '정주'를 제도적으로 막는 방식으로 제도를 운영해 왔다. 그런데 이제 산업의 각 분야에서 외국인 인력에 대한 의존도가 커지면서 4년 10개월이 넘으면 고국으로 돌아가야 하는 제도는 외려 우리 산업의 안정성 발목을 잡는 원인이 됐다.
소멸되는 도시를 살려라
▲KBS 다큐인사이트 '빅퀘스트 2부 - 260만 시민의 등장, 우리는 준비됐나?'편.
KBS1
두 번 째로 찾은 도시는 울산 광역시. 그곳에서는 길림성 연변 자치지구 출신의 황용석씨가 버스 기사로 일하고 있다. 국내 체류 외국인 1위, 외국인 중 25%를 차지하고 있는 건 '조선족'이라 불리는 한국계 중국인들이다.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들어온 이들은 한국인과 생김새도 비슷해 이방인같지 않다. 거기에 취업비자인 F-4를 받을 수 있는 여건이 상대적으로 용이해 버스 기사와 같은 서비스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물론 비슷한 외모와 말투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우리'로 받아 들여지는 건 쉽지 않다. 특히 이들이 함께 모여 살며 그 문화와 관습을 공유해가자(게토화 현상) 이에 대한 사회적 시선이 따가웠다. 실제 조선족을 비롯한 외국인의 범죄율이 내국인의 절반 임에도 불구, 영화 등 대중 문화에서 그려내는 조선족의 모습으로 인해 편견은 굳어져 갔다(출처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2011년~2020년 평균'). 70%가 넘는 외국인들이 차별을 받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는 이런 편견들이 다음 세대에 이르러서는 사회적 갈등의 비용 청구서로 우리에게 날아올 것이라 경고한다.
어느덧 외국인 근로, 종합 소득세가 연간 1조 6680억 원에 이르게 된 시점(출처: 2023, 국세청)이다. 외국인 근로자들은 부족한 인력 충원을 넘어 경제 활성화에 한 몫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역 소도시는 외국인들이 없다면 도시의 존립 자체가 어려워진다.
충북 음성은 우리나라에서 두 번 째로 외국인이 많은 곳이다. 주민 6명 중 한 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주말이면 외국인이 70%라는 미용실, 그들 덕분에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며 반색한다. 인구가 10 만 명을 밑돌아 '소멸 위험 지역'이던 이곳의 활기를 되살린 건 일자리를 찾아 온 외국인들이었다. 그들이 이곳에 와서 일을 하고, 그 번 돈으로 소비를 하여 부가가치를 창출해 지역 경제가 활성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순기능만 있는 건 아니다. 실제 외국인 상주 인구 비율로 봤을 때 비수도권 인구 비율이 41.1%로, 50%가 넘는 외국인들이 수도권에 몰려있다(출처: 통계청, 2024).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외국인들도 일자리와 문화가 풍부한 수도권을 선호하는 것이다. 지방 도시에서 일을 구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탈율이 늘어나는 이유다. 이를 방지하기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가 시급한 형편이다.
차이와 차별을 넘어 '함께'
▲KBS 다큐인사이트 '빅퀘스트 2부 - 260만 시민의 등장, 우리는 준비됐나?'편.KBS1
2023년 출생아 100명 중 5명은 다문화 가정에서 태어났다(출처 : 통계청). 어느덧 외국인과 한국인, 외국인과 외국인 사이에서 태어난 자녀들이 30만 명을 넘었다. 이들에 대한 교육과 정체성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숙제로 대두 되고 있다.
몽골 부모에게서 태어난 초등학교 4학년 초희, 부모님은 한국 살이가 녹록지 않아 몽골로 돌아가려 했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초희의 떠나지 못했다. 몽골 사람이라는 부모님과 달리 한국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는 초희. 이처럼 한국에서 나고 자란 외국인 자녀들의 정체성 문제는 잠복된 사회적 갈등의 요소이다.
이중 언어 사이에서 정체성 혼란을 겪으며 성장하는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외국인 부모들의 속은 타들어간다. 다문화 가정 자녀의 대학 진학률은 우리나라 국민에 비해 낮은 건 물론, 점점 감소 추세다(2018년 49% ->2021년 40.5%, 여성 가족부). 한국어에 능숙하지 못할 뿐아니라, 일을 해야 하는 부모들 밑에서 자라 상급 학교 진학을 못하면 다시 좋은 일자리를 얻지 못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김해 합성초등학교 전교생 202명 중 절반이 이주 배경(학생 또는 부모가 외국 국적을 가졌거나, 외국 국적을 가졌던 적이 있는 경우)을 가진 학생들이다. 이런 학생들이 30%를 넘으면 이주 배경 밀집학교가 되는데, 2018년에 비해 2023년 40% 증가했다.
합성초등학교에서는 한국어가 서툰 학생들을 위해 한국어 반을 운영 중인데, 한국어를 못하는 학생들이 늘어나 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한 늘어나는 학생들을 소화할 교사 인력 수급 문제도 대두되고 있다. 외국인 학생의 '적응'에만 초점을 맞춘 대응, '차이'와 '차별'을 넘어선 기존 교육 패러다임의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재 우리나라가 가진 경제적 구조와 시스템에서 늘어나는 외국인들, 그들과의 공존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과연 우리는 그 '공존'에 대해 받아들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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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인구 넘어섰다, 이들과의 공존은 이제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