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영화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똘끼' 충만한 피디들이 제작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과연 어떤 맛을 담아냈을까. 지난 15일 첫 공개된 글로벌 OTT 디즈니 플러스(이하 '디즈니+')의 신작 시리즈 <트리거>(연출 유선동, 극본 김기량)는 관록의 연기자 김혜수, 떠오르는 대세 배우 정성일을 앞세웠다. 특종 앞에선 결코 뒤로 물러설 줄 모르는 방송 제작진들의 애환을 흥미진진하게 담았다.

<트리거>는 KNS라는 방송사를 대표하는 간판 탐사보도 프로그램이다. < PD수첩 >(MBC), <그것이 알고싶다>(SBS) 등에 비견될 만하다. 오랜 기간 방영되고 수많은 상을 받았지만 지금은 회사에선 찬밥 신세다. 고된 제작 환경 때문에 수많은 피디가 사표 쓰고 나갈 만큼 기피 부서로 전락한 지 오래다.

하지만 담당 피디 오소룡(김혜수 분)은 늘 씩씩하게 사건 현장을 누빈다. 경찰과 검찰로 대표되는 공권력조차 외면하거나 혹은 악을 비호하는 위험천만한 사건 현장도 서슴지 않고 뛰어든다. 잔뼈 굵은 그녀에게 새로운 짐 하나가 떠밀려 내려왔다. 돌아이 기질 충만한 신참 피디 한도(정성일 분)다.

사이비 종교 집단 속으로 뛰어든 열혈 피디

 디즈니플러스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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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이 꽃 같은 세상에서'에선 공중화장실에서 발견된 좀비 형상의 시신을 시작으로 그 뒤를 뒤쫓는 오소룡 피디의 이야가 중심에 있다. 신도들을 감금하고 폭행을 일삼고 이른바 '좀비 마약'을 생산하는 범죄 집단인 신흥 사이비 종교 단체 '믿음동산'의 뒤를 추적하기 위해 소룡 피디는 사냥총 위협에도 굴하지 않는다.

그 무렵 KNS 드라마국에 들어왔지만 이런저런 사건으로 인해 떠밀려 난 30대 중반의 늦깎이 신입 피디 한도가 트리거 제작팀에 온다. 지하 한구석으로 배정받은 사무실의 분위기가 말해주듯이 KNS 내에서도 천덕꾸러기 신세인 이곳을 빠져나오고 싶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나.

우여곡절 끝에 믿음동산의 만행을 담은 방송이 전파를 탔고 곧바로 교주와 하수인 등은 경찰에 긴급 체포됐다. 그런데 이런 트리거팀을 음해하는 '닥터 트리거'라는 미지의 인물이 등장한다. 그는 방송사 게시판에 온갖 음해성 글을 올리면서 제작팀의 숨통을 조여오기 시작했다.

찬밥 부서로 발령 난 신참

 디즈니플러스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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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낙하'에선 길고양이 연쇄 사망 사건에 휘말린 한도를 중심으로 새로운 이야기가 그려졌다. 간신히 누명을 벗어나긴 했지만 평소 '사람은 배신하지만 동물은 배신하지 않는다'는 신조 속에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던 그는 범인의 행방을 뒤쫓는다.

이 과정에서 동네 학생의 도움을 받아 사건의 실마리를 찾아내는 듯 했지만 실상 실제 범인이 이 청소년이라는 게 밝혀진다. 사이코패스 기질을 가진 이 소년은 고양이를 넘어 어린이, 할아버지 등 사람을 향한 범죄 행각으로 악행의 범위를 확대한다.

이와 더불어 아들의 국회의원 당선을 계기로 권력의 중심에 발을 내딛고 싶어 한 KNS 사장 구형태(신정근 분)의 묘한 움직임도 있다. <트리거>는 고군분투하는 트리거팀과 방송사 주변의 다채로운 이야기를 그리며 다음 회차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방송쟁이들의 흥미진진한 정의 구현 이야기​

 디즈니플러스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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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5일 1회와 2회를 동시에 공개한 <트리거>는 매주 수요일마다 2편씩 공개된다. 총 12부작인데 매회 50분 안팎의 비교적 짧은 시간을 통해 군더더기 없이 강력한 흡입력을 보인다.

남들이 뒤에서 뭐라고 해도 이에 아랑곳없이 옳다고 생각한 일에는 물불 가리지 않고 뛰어드는 소룡 피디는 김혜수라는 배우를 만나 제대로 생명력을 발휘한다. 지난 2013년 인기리에 방영된 KBS <직장의 신> 이후 주로 무겁고 어두운 캐릭터를 자주 맡았던 김혜수로선 또 하나의 인생 배역이 될 만한 오소룡 만난 듯싶다.

지방대 출신 계약직 피디의 애환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강기호(주종혁 분), 오랜 기간 <트리거>팀에서 일하면서 눈치 만랩을 지닌 메인 작가 홍나희(장혜진 분), 늘 오소룡과 티격태격 앙숙 캐미를 선보이지만 온몸으로 팀의 든든한 우산 역할을 자처하는 CP 박대용(이해영 분) 등 또한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인다. 이들은 현실 속 세계의 불합리성과 크게 다를 바 없는 극 중 이야기를 탄탄하게 이끌어 간다.

다소 아쉬움이 있다면 실제 나이보다 10살 이상 어린 역할을 소화해야 하는 '언밸런스' 외모를 지닌 정성일의 고군분투 정도다. 한도는 이른바 '무대뽀' 정신으로 패러글라이딩에 몸을 맡긴 채 사이비 종교 소굴로 뛰어드는 오소룡과 극과 극 캐릭터의 합을 선보인다.

스릴러와 오피스 물 특유의 진지함과 적절한 코믹, 그리고 빠른 속도에 실린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지난해 디즈니플러스의 여러 시리즈물이 노출했던 약점들은 단번에 지워버린다. 공권력조차 등 돌릴 만큼 외면 받는 약자들의 편에선 '방송쟁이'들의 무모한 도전은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까. 일단 첫 두 편의 이야기에선 충분히 다음 회차를 기대해도 될 만큼의 만족감을 안겨줬다.

 디즈니 플러스 '트리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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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김상화 칼럼니스트의 블로그( https://blog.naver.com/jazzkid )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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