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계에 때아닌 '어른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가황' 나훈아다. 그는 지난 10일 가수 인생을 마무리하는 콘서트에서 "왼쪽이 오른쪽을 보고 잘못했다고 생난리를 치고 있"다고 말한 후 왼쪽 손을 치켜들며 "왼쪽, 니는 잘했나"라고 발언했다. 이후 형제끼리는 어떤 이유로든 싸우면 안 된다는 어머니의 가르침을 언급하며 양비론적인 이야기를 했다.
나훈아의 발언은 곧바로 정치권의 반발을 가져왔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원이 의원은 "입 닫고 그냥 가라."고 맞받았고, 김영록 전남지사는 "좌우 문제가 아니다."며 비판했다.
비판이 일자 나훈아는 자신의 공연에서 정치인들을 향해 "어디 어른이 이야기하는데 XX들을 하고 있냐"라고 쏘아붙였다. 47년생인 나훈아는 자신의 생물학적 나이를 근거로 스스로를 '어른'이라 지칭한 셈이다.
어른의 정의
▲10~12일 59년 노래 인생의 마지막 콘서트를 서울 KSPO돔에서 연 가수 나훈아.
예아라·예소리 제공
그런데 과연 '어른'이란 무엇일까. 늘상 반복되는 질문이 다시 떠오른다. 생물학적으로 나이를 먹는다고 모두 '어른'이라 할 수 있을까. 어른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다르겠지만, 가수 이승환이 한 가지 답을 제시했다. 탄핵 정국에서 거침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제시했던 이승환은 13일 인스타그램에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의 포스터를 게시하며 "노인과 어른은 구분되어야"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경남 진주시에서 한약방을 운영하며 60년간 선행과 기부를 이어왔고, 지역 사회를 위해 헌신했던 김장하 선생을 언급하며 "닮고 싶은 참 어른의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직접적으로 나훈아를 언급하진 않았지만, 사실상 저격에 가까워 보인다. 이승환은 "얕고 알량한 지식, 빈곤한 철학으로 그 긴 세월에도 통찰이나 지혜를 갖지 못하고 그저 오래만 살았다면 노인"이라고 구분했다.
배우 김의성도 최근 '어른'에 관해 언급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후 "맛있다 민주주의"라는 짧은 글을 공유했던 그는 15일 인스타그램 계정에 넷플릭스 시리즈 '중증외상센터'에서 병원장 역을 맡은 자신의 사진을 게시했다. 그러면서 "딱 봐도 훌륭한 어른"이라는 코멘트를 달았다.
다시 참된 어른의 정의가 궁금해진다. 답을 찾기 힘들 때는 '소거법'을 쓰면 된다. 참된 어른이 아니라고 생각되는 모습을 지닌 사람을 지워나가는 방식이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장군인과 경찰을 동원해 국헌문란을 목적으로 폭동을 일으킨 윤석열과 "나 같아도 계엄 한다"며 그의 계엄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최소한 어른에서 제외해야 하지 않을까.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헌정 사상 처음으로 수사기관에 체포돼 피의자 조사를 받는 대통령이 된 윤석열은 마지막까지 경호처 뒤에 숨어 있었다. 법과 원칙을 수도 없이 외쳤던 그가 사법기관의 정당한 법 집행 앞에 비겁한 모습으로 일관한 것이다. 정말이지 어른스럽지 않은 행동이다. 가관이다.
▲김의성 SNS 캡처김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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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길을 가라. 사람들이 떠들도록 내버려두라.
나훈아가 불 붙인 논쟁, 딱 봐도 훌륭한 '어른'의 조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