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시리즈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신작 드라마 <스켈레톤 크루>가 디즈니 플러스에 공개됐다. 9편의 영화와 수많은 텔레비전 시리즈를 통해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스타워즈' 프랜차이즈는 최근 '영혼 없는' 후속작을 연달아 발표하면서 그 위상에 못 미치는 실적을 내는 듯했으나, 본작 <스켈레톤 크루>를 통해 기존 팬들과 신규 팬들을 동시에 만족시키면서 다시 한번 도약의 기회를 얻었다. <스켈레톤 크루>는 어떻게 스스로를 차별화했을까.
정석 전개에 영혼 있는 인물
▲영화 <스타워즈: 클론의 습격>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켈레톤 크루>는 복잡한 플롯이나 거대한 스케일의 이야기로 시청자를 사로잡으려 하지 않는다. 본작의 주인공은 이전 '스타워즈' 프랜차이즈에 등장했던 인물이 아니라, '앳 애틴'이라는 행성에 사는 4명의 아이들이다.
모험을 꿈꾸는 소년 '윔', 지도력 있는 소녀 '펀', 둘의 친구 '닐' 그리고 '케이비(KB)'는 낡은 우주선에 들어갔다가 오작동으로 인해 어딘지 모를 우주 밖으로 향한다. 자신이 나고 자란 곳을 벗어난 적 없는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놀라울 만큼 단순한 전제가 <스켈레톤 크루>의 주 내용이다.
본작의 아이들은 우주 해적에게 쫓기거나 전쟁이 극심한 행성, 관광업이 발달한 행성에 도착하는 등 고향 행성에서 할 수 없었던 모험을 만끽하는 등 전형적이면서도 신선한 '우주 활극'을 벌인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한 불신을 저버리고 하나의 대안 공동체를 구성하는데, <스켈레톤 크루>는 이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다. 새로운 설정을 뒤늦게 추가하는 등의 행위로 프랜차이즈에 혼란을 주는 대신, 주연 인물들을 통한 메시지 전달에 가중치를 두기로 한 것이다.
아이들의 '다름'
▲드라마 <스켈레톤 크루>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스켈레톤 크루>는 아이들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함께하는 모습에 집중한다. 작중 자신들의 우주선을 잃어버린 아이들은 짝을 지어 두 팀으로 나뉘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에 대해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된다.
'케이비'는 큰 사고를 겪은 후 기계적인 보강 장치에 의지해 살아간다. 그는 팀을 나누는 과정에서 절친한 친구 '펀'과 떨어지자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는 사고를 겪고 난 후에도 펀이 자신과 레이스나 운동 등의 활동을 함께해 주는 데 불편함을 느낀다. 이에 친구 윔이 "그건 너를 같은 힘을 가진 존재로 봐주니 좋은 것 아니냐"고 하자, 케이비는 "하지만 나는 정말 다른걸"이라 답한다.
힘들다는 사실을 드러내면 펀이 실망할까 봐 내색하지 않고 억지로 친구의 활동량에 맞춰 온 것이다. 우주선을 되찾은 뒤 케이비는 펀과 대화의 시간을 가지고, 진심 어린 사과를 들은 후 이전보다 더 끈끈한 우정을 다진다.
<스켈레톤 크루>의 이 장면은 기존 미디어가 장애를 가진 인물을 다루는 방식과 결을 달리한다. 지금껏 많은 작품이 장애의 '극복'에 집중하며 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똑같이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시혜적 시선을 유지해 왔다. 하지만 <스켈레톤 크루>는 장애인이 '할 수 없는' 것이 분명히 있으니, 그것이 일상을 방해하지 않도록 사회적·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스타워즈' 시리즈는 오래전부터 최첨단 의수나 허공을 떠다니는 휠체어 등의 기술을 영화 속에 녹여내는 등, 다양한 신체가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 왔다. 거기에 같은 장애가 있는 이라도 서로 다른 방법을 통해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며,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맞는 방법'은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켈레톤 크루> 속 케이비의 이야기는 그동안 '스타워즈' 프랜차이즈 속에서 간접적으로 이루어져 온 담화를 수면 위로 끌어낸 셈이다.
이러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는 장면은 어색한 '설명' 대신 작중 인물들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갔고, 결국 시청자에게 <스켈레톤 크루>의 주인공들에게 사랑에 빠질 기회를 제공한다.
작품성에 목숨 건 디즈니의 야심작
▲드라마 <스켈레톤 크루> 스틸컷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고전적이면서도 탄탄한 스토리와 사회적 메시지가 <스켈레톤 크루>의 뼈대라면, 세련된 연출은 본작의 갑옷이다. 독립적이고 개성 있는 스토리로 전 세계에 '아기 요다' 그로구 열풍을 일으킨 <만달로리안>의 핵심 에피소드를 연출한 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 감독이 돌아왔고, <미나리>와 <트위스터스>로 할리우드에서 두각을 드러낸 정이삭 감독도 7화의 메가폰을 잡았다.
앞서 디즈니는 다른 '스타워즈' 드라마 <애콜라이트>에서도 <애프터 양>, <파친코> 등으로 알려진 코고나다 감독에게 메가폰을 맡긴 바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작품에 자주 제기되는 '졸속 제작' 의혹에 명품 감독들의 적극적인 기용으로 맞선 것이다. 덕분에 <스켈레톤 크루> 역시 자칫 '어디서 본 듯한' 느낌이 들 수 있는 장면을 매번 색다르게 보여 주는 데 성공한다.
'스타워즈' 속 세계관의 인공지능 로봇 '드로이드'가 싸움에 나서는 장면은 '우주 해적'에 걸맞은 투박한 디자인과 위협적인 목소리 연출을 통해 긴장감을 극대화했으며, 그동안 시리즈에 몇 번이고 나왔던 광선검 역시 그 사용을 극도로 제한하는 동시에, 광선검 사용자 주변 사람들의 겁먹은 듯한 반응을 통해 위협을 실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 '스타워즈' 속의 익숙한 소재가 거장들의 손에 의해 재해석되고 있다.
이처럼 <스켈레톤 크루>는 '스타워즈' 시리즈의 명맥을 이어가면서도 기존 스토리라인과 지나치게 중첩되지 않는 줄거리를 통해 새로운 팬이 유입될 수 있도록 숨통을 틔워 주었다. 정석적이면서도 완성도 높은 스토리와 사회적 메시지를 세련된 연출로 풀어내 가히 '디즈니의 야심작'이라는 수식어가 아쉽지 않을 정도의 위용을 보여 줬다. '스타워즈'에 입문하고 싶으나 장대한 양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면, 혹은 깔끔하고 재미있는 우주 활극을 보고 싶다면 디즈니플러스에서 <스켈레톤 크루>를 감상해 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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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프픽션 신봉자. 이야기가 가지는 힘을 믿고 글을 씁니다.
졸속 제작 의혹에 맞서 디즈니가 내놓은 야심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