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뜨거운 여름> 공연사진
연극 <뜨거운 여름> 공연사진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배우 '재희'는 공연을 앞두고 첫사랑의 부고 소식을 접한다. 이렇게 시작되는 연극 <뜨거운 여름>은 재희의 학창 시절과 청년기를 돌아보며 뜨거웠던 시간들을 재구성한다. 연극의 배경인 20세기 말 한국에서 히트를 친 음악들이 대거 등장하며, 각종 움직임과 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다.

<뜨거운 여름>은 2024년에 창단 20주년을 맞은 극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이하 '간다')가 이를 기념해 선보이는 작품들 중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다. '간다'는 이희준, 진선규 등 현재 다양한 매체에서 활약하고 있는 배우들을 배출한 극단이기도 한데, 이번에는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유선호를 발탁해 연극 데뷔를 도왔다.

지난 12월 개막한 <뜨거운 여름>은 2월 16일까지 서울 종로구 대학로 인터파크 서경스퀘어 스콘 1관에서 공연된다. 유선호를 비롯해 오의식, 김리현이 주인공 재희를 연기하고, 홍지희, 오주언, 심새인, 정선기, 차형도 등이 출연한다.

다양한 색채를 담아낸 재희의 성장 일기

연극은 학창 시절부터 청년기까지 재희가 겪은 일들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학창 시절 선생님과 부모님으로부터 받았던 억압, 그러다 마주하게 된 부모님의 진심과 인정, 갈등과 회복을 반복하는 친구 관계, 사랑과 이별, 그리고 직업으로 삼은 연극까지.

재희의 경험은 다큐멘터리처럼 사실적으로 묘사되기도 했다가 한 편의 쇼처럼 흥겹게 표현되기도 한다. 무대 세트를 배우들이 직접 표현하기도 하고, 학창 시절 재희가 즐기던 게임의 한 장면을 배우들이 움직임을 통해 구현하기도 한다. 국내 관객에게 익숙한 소재들이 많이 등장하지만, 신박한 표현 방법을 고안해낸 것이 <뜨거운 여름>의 매력이다.

그렇게 표현되는 재희의 경험에는 행복과 만족도 있지만, 고통과 슬픔도 짙게 묻어있다. 학창 시절 만난 '채경'과의 사랑과 이별, 대학 시절 만난 연인 '사랑'과의 일화에서 비롯된 상처는 깊이 남아있다. 재희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채경을 잊지 못하고, 연극 배우라는 직업 탓에 사랑의 어머니로부터 손가락질 당하기도 한다.

<뜨거운 여름>은 이처럼 파편적인 이야기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끝내 꿋꿋하게 공연을 만들고 출연하는 재희의 모습을 비추면서 하나의 주제를 완성한다. 바로 개인적 경험을 다듬어 치유의 서사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서사는 연극인 재희에게 창작의 토대가 된다.

이런 극의 전개를 지켜보며 한편으론 멕시코의 화가 프리다 칼로(Frida Kahlo)가 떠올랐다. 그의 그림은 재희의 공연과 마찬가지로 개인적 경험에 기반한 것이고, 그 경험에는 고통의 비중이 상당했다. 그는 교통사고와 남편의 문란한 사생활에서 비롯된 고통을 예술로 승화했다고 평가받곤 하는데, 재희의 경우도 시대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자신의 고통을 예술로 승화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한편, 극에서 재희가 첫사랑 채경에게 들려주는 바닷물 이야기가 인상적이었다. '바다는 3%의 소금 때문에 썪지 않는다'라며 우리도 자신만의 3%를 찾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재희는 용기가 바로 자신의 3%라는 말까지 덧붙인다.

자기만의 3%가 스스로를 썩지 않게 하고, 그렇게 내가 나다울 수 있게 만든다. 비록 한 장면에 국한되는 대사이지만, 극 전체에 걸친 재희의 행동을 뒷받침한다. 고통스러운 기억까지도 전부 받아들이며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좌절과 극복을 반복하며 성장하는 데는 재희만의 고유한 3%가 바탕이 됐다.

바로 이런 점에서 <뜨거운 여름>은 개인이 자신의 삶에 의미를 부여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고 있다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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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사회를 이야기하겠습니다. anjihoon_51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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