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 3사가 이동통신사를 통한 입장권 판매 건에 대해 고객용 영수증을 제대로 교부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제작사 및 배급사에서 지난해부터 제기해 온 수익 정산 문제와 관련된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 7월 국내 영화계 직능단체 18개로 이뤄진 영화인연대는 국회 토론회를 열고 이같은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극장 3사가 담함을 통해 입장권 가격을 급격하게 올렸지만 배급사간 수익 정산의 기준이 되는 객단가(영화의 전체 매출액을 총 관객 수로 나눈 금액)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며,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입장권 수익 일부를 이통사가 가져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해당 사안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 중이다. 이동통신사 플랫폼을 통해 구매한 입장권 가격과 실제 극장에서 교부하던 영수증 간 금액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영화인연대 측이 발견했고, 극장과 이통사 간 이면 계약 가능성을 지적했기 때문이다. (관련 기사:영화 티켓 영수증 속 사라진 7천 원, '깜깜이'의 실체)

CGV는 발급 중단·롯데와 메가박스는 금액 미표기

 KT멤버십을 통한 영화 <하얼빈> 예매 내역. 좌측은 카카오페이, 우측은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영화 입장권의 정상 가격과 할인금액, 결제금액이 표기돼 있다.
KT멤버십을 통한 영화 <하얼빈> 예매 내역. 좌측은 카카오페이, 우측은 신용카드로 결제했다. 영화 입장권의 정상 가격과 할인금액, 결제금액이 표기돼 있다.이선필

실제 극장 어플리케이션이나 현장에서 구매가 아닌 이통사 플랫폼 이용시 평일 기준 14000원 중 할인을 받는다고 하자. 통신사 포인트 차감 등 4천원을 할인받아 1만원에 고객은 구매하지만 극장에서 발행하는 영수증에 찍힌 금액은 8500원, 7000원 등이다. 실제로 영화인연대는 CGV 등에서 발행한 영수증을 모아 증거 자료로 제시하자 극장들이 아예 영수증 발급을 중단해 버린 것이다.

<오마이뉴스>가 확인한 결과 CGV는 지난해 상반기까지 관객 요청이 있을 경우 이통사 플랫폼에서 구매한 입장권 영수증을 교부했지만 현재 중단한 상태였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는 지류 입장권을 영수증으로 대체하고 있었는데, 이통사에서 구매한 경우 금액이 표기되지 않고 있었다.

실제로 KT멤버십 어플로 극장 3사에서 상영 중인 <하얼빈>을 예매해 각 극장에 찾아가 영수증을 요청해 보았다. 서울 지역 CGV 한 곳에서 키오스크로 입장권을 발권한 후 매대에 문의한 결과 "현재 이동통신사 플랫폼을 통한 구입은 영수증 발급이 막힌 상황"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지난해까지 발급이 됐다"던 해당 직원은 "해당 이동통신사에 문의하면 받을 수 있다"고 안내했다.

롯데시네마와 메가박스에서 발권한 지류 티켓엔 금액이 찍혀 있지 않았다. 극장 어플이나 현장에서 직접 구매할 때 평일 14000원, 주말 15000원과 함께 할인금액이 표기되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롯데시네마의 한 직원은 "통신사를 통해 구매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고, 메가박스 직원 또한 "언제부터 통신사 구매 입장권에 금액이 안 찍혔는지는 모르겠지만, 입장권 자체가 영수증 개념이라 따로 영수증을 발급해 드리지 않고 있다"고 안내했다.

이런 상황에 대해 CGV 측은 "국회에서 문제제기가 있었고, 혼선 방지를 위해 영수증 발행을 중단한 게 맞다. 국정감사 이후 (지난해) 10월 말부터 중단한 것으로 안다"고 답변했다. 롯데시네마 관계자는 "입장권 하단에 보면 구체적 내용은 구매한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고 답했고 메가박스도 유사한 답변을 내놓았다.

누가 영수증 발급 주체인가

 서울 지역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 내부.
서울 지역 주요 멀티플렉스 극장 내부. 이선필

극장 안내대로 KT 고객센터에 문의해 영수증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해당 업무 요청 과정에서 혼선을 빚었다. 최초 문의에선 "우리가 바로 알 수 있는 건 포인트를 써서 예매를 했다는 것 정도다. 고객님이 차액을 카드로 했는지 현금으로 했는지도 안 나온다"며 KT 측은 "영수증 발급 방법을 확인해보겠다"고 응대했다.

고객센터는 "극장에선 본인들이 (영수증을) 발급한다고 하더라. 이게 예매고객센터가 따로 있는데 KT 업무라고 하기에도 극장 업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다"며 "일단 문의를 남겨 놓으면 이메일로 발급해 주겠다"고 답했다.

KT로부터 발급받은 영수증엔 '할인금액 0원'에 '결제금액 10000원'이 표기돼 있었다. KT멤버십 예매에선 '티켓금액 14000원', '상시할인금액 4000원'으로 적혀있던 것과 다소 다른 표기 방식이었다.

예매내역과 통신사 발급 영수증 간 금액 차이에 대해 KT 고객센터는 "우리가 발행한 영수증은 실제 카드 결제 영수증일 뿐이다. 할인 내역 등은 카드 금액에 포함되지 않기에 나오지 않는다"며 "영수증 결제 내역이 바뀐 건지 여부는 지금 당장 알 수 없다. 통신사에서 극장에 얼마 지불하는지 등은 내부 정책이기에 알려줄 수 없다"고 답변했다.

영화인연대 측이 꾸준히 이동통신사 예매 입장권의 영수증을 수집한 이유는 앞서 언급한대로 영수증에 찍힌 금액과 고객이 실제로 지급한 금액의 차이 때문이다. 이 '깜깜이 금액'을 이통사에서 챙기고 있다는 게 영화인들의 주장이다.

이어 영화인연대 측은 "과거엔 극장이 갑이었기에 이통사들이 할인금액을 전부 부담했었다. 입장권이 10000원이고 통신사 할인이 4000원이라면 고객에게 6000원을 받고 나머지 4000원을 그대로 극장에 송금했다"며 "하지만 이통사의 힘이 커지면서 일부를 극장에게도 부담을 지우기 시작했는데 그 금액을 지금까지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고 짚었다.

또한 이 관계자는 "고객이 낸 돈은 바로 확인할 수 있지만 극장이 얼마에 발권하고 있는지를 알려주지 않아서 그간 영수증을 하나하나 모아왔던 건데 극장이 발급을 중단한 것은 함께 문제를 해결하자고 제안한 영화인들 요구 자체를 보이콧 하는 것"이라며 "고객이 통신사와 거래했다지만 극장의 입장권을 구매한 것인데 극장이 영수증 발급을 하지 않는 건 상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극장 한국영화 멀티플렉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