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플레이 <가족계획>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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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맥락에서 나는 쿠팡플레이 드라마 <가족계획>의 가족애가 애틋하면서도 당황스럽다. 게다 알고 보면 영수네 가족은 혈연으로 연결된 구성원이 단 하나도 없다. 그래서 가족이지만 가족 같지 않고 가족 같지 않으면서 가족이다. 어쨌거나 이들은 공식적으로 가족이고 보다 가족다워지기 위해 애쓴다.
동고동락이 슬로건인 이들은 가족다움을 획득하고 보유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서 격투로 피 칠갑을 하고 곧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이들이 허기를 달래기 위해 밥을 먹자고 하는 장면은 이것이 이들에게 가족의 의미임을 환기시킨다. 가족이 뭐 별거겠느냐, 밥을 같이 먹는 식구이지 하는...
'가족계획'은 1960-1970년대 정부가 산아제한을 하기 위한 정책이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아들 딸 구별 말고 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이상한 표어를 보고 자랐다. 이때 자녀가 둘인 집이 드물었다는 것이 바로 '가족계획'이 등장한 역설을 설명한다.
드라마 <가족계획>은 인구가 많을 때는 적게 낳으라 하고, 이제 너무 적으니 많이 나으라고 재우치는 정부의 내키는 대로 식 출산 관리 정책을 유쾌하게 비튼 제목이다. 또한 할아버지를 제외하면 영수네는 4인 가족인데, 이는 정부가 인위적으로 구성한 바람직한 가족 모델이라는 점에서 신랄한 익살이기도 하다.
이들 영수네 가족에겐 계획이 있다. 궁극적 목표일 수도 있는데 살아남는 것이다. 이들은 모두 말만 들어도 무서운 특교대 출신으로 각자 비장의 개인기를 가지고 있는 특별한 존재들이다.
엄마 영수(배두나)는 타인의 기억을 조작하는 능력이 있고, 아버지 철희(류승범)는 출중한 일당백의 무력이, 할아버지 강성(백윤식)은 격투 무기 제작에 깊은 조예가, 그리고 딸인 지우(이수현)는 존재 자체가 살상 무기일 정도의 폭발적 격투 능력이 있다. 아들 지훈(로몬)은 IT 천재다. 그리고 이들 모두는 부상으로부터 빠른 회복력을 보이는 어설픈 초능력자라 할 수 있는데, 그러고 보면 초능력 가족인 셈이다.
초능력 가족이라는 설정은 JTBC 드라마 <히어로는 아닙니다만>에서도 등장했는데, 이들이 혈연 가족인 반면 <가족계획>의 영수네 가족은 그렇지 않다는 점에서 이질적이다. 그리고 이런 이질성을 바탕으로 한 가지 물음이 생긴다. 영수네는 왜 이토록 가족이고자 하는가, 다시 말해 이들은 왜 그토록 가족다움을 소구하는가다.
특히 영수는 지우에게서 "친엄마도 아니면서 엄마 코스프레를 한다"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번번이 지우의 위악을 용서하고 오히려 미안해한다. 영수의 자애로움은 굉장한 미스터리다. 그는 엄마와 애착 관계를 형성하기도 전부터, 그러니까 엄마와 딸이 어떤 관계인지 터득하기 전부터, 특교대에서 길러지고 정예로 훈련됐다. 그런 영수가 아이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특교대를 탈출해 아이들에게 줄곧 "엄마가 지켜줄게"라면서 지극한 모성애로 보호·양육하는 엄마가 된다는 설정이 가능한가.
시즌2에 바라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