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KBO리그 FA시장에서 이틀 연속 계약 소식이 들려왔다.

한화 이글스 구단은 8일 보도자료를 통해 FA자격을 얻은 내야수 하주석과 계약기간 1년에 총액 1억1000만원(연봉9000만+옵션2000만)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9일 오전에는 KIA 타이거즈가 보도자료를 통해 FA 내야수 서건창과 계약기간1+1년, 총액 5억 원(계약금1억+연봉2억4000만+옵션1억6000만)에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계약 FA는 이용찬과 김성욱,문성현 등 3명으로 줄었다.

계약 기간과 규모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하주석과 서건창의 FA계약은 선수가 만족하는 수준과는 한참 거리가 있다. 하지만 해를 넘기고 FA미아가 될 위기가 점점 커지는 상황이었기에 소속 구단 잔류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작년 KIA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기여했던 서건창이 최소한의 자존심을 회복한 데 비해 허울 뿐인 FA계약을 맺은 하주석은 올 시즌 험난한 여정이 기다리고 있다.

내야 유틸리티로 가치 인정 받은 서건창

 작년 유틸리티 내야수로 KIA의 우승에 기여했던 서건창은 1+1년 총액 5억 원에 KIA와 재계약했다.
작년 유틸리티 내야수로 KIA의 우승에 기여했던 서건창은 1+1년 총액 5억 원에 KIA와 재계약했다.KIA 타이거즈

많은 야구팬들이 알고 있는 것처럼 서건창은 누구보다 파란만장한 선수 생활을 보냈다. 고교 시절 프로 지명을 받지 못해 육성선수로 LG 트윈스에 입단했다가 2년 만에 방출된 서건창은 군복무를 마친 후 2011년 말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에 입단하며 두 번째 기회를 잡았다. 그리고 서건창은 2012년 신인왕을 시작으로 2014년 200안타와 정규리그 MVP, 골든글러브 3회 수상 등 화려한 전성기를 보냈다.

그렇게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간판 선수로 활약하던 서건창은 2021년 트레이드를 통해 '친정팀' LG로 이적했다. 서건창은 LG의 최대 약점으로 꼽히던 2루 자리를 책임질 적임자로 큰 기대를 받았지만 LG이적 후 2년 반 동안 189경기에서 129안타에 그쳤다. 전성기였던 2014년 128경기에서 201안타를 때려냈던 시절과 비교하면 서건창이 LG 이적 후 얼마나 부진했는지 금방 알 수 있다.

결국 서건창은 2023 시즌이 끝나고 LG에서 방출됐고 고향팀 KIA로 이적하면서 현역 생활을 이어갔다. 그리고 서건창은 작년 KIA에서 94경기에 출전해 타율 .310 1홈런26타점40득점 OPS(출루율+장타율) .820이라는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비록 한국시리즈에서는 2경기에서 4타수 무안타에 그쳤지만 KIA가 삼성 라이온즈를 꺾고 우승을 차지하면서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리기도 했다.

서건창은 시즌이 끝난 후 4수나 하면서 미루고 미뤘던 FA를 신청했지만 전성기가 지난 만35세 내야수 앞에 닥친 현실은 냉정했다. 실제로 서건창에게 주전 2루수 자리를 맡길 구단은 없었고 1루수로 활약하기에도 많은 나이와 부족한 장타력이 걸림돌이었다. 결국 서건창은 9일 1+1년 총액 5억 원의 조건에 KIA와 재계약하며 최소 2025년, 최대 2026년까지 KIA 유니폼을 입고 고향팀에서 활약하게 됐다.

물론 서건창 입장에서는 아쉬운 규모의 계약이었지만 KIA가 노장 서건창에게 총액 5억 원의 계약을 줬다는 것은 여전히 내야 백업 및 유틸리티 자원으로서 서건창의 가치를 인정했다는 뜻이다. 여기에 적은 금액이나마 계약금을 주며 자존심을 세워줬고 1+1년 계약에 1억6000만원의 옵션으로 서건창의 동기부여를 유도했다. 이제 서건창이 올 시즌 활약을 통해 다시 한 번 자신의 건재를 증명할 차례다.

부진 속 FA 신청했다가 구단에 백기투항

 지난 2년 간 89경기 출전에 그쳤던 하주석(오른쪽)은 FA를 신청하고도 1년 계약에 그쳤다.
지난 2년 간 89경기 출전에 그쳤던 하주석(오른쪽)은 FA를 신청하고도 1년 계약에 그쳤다.한화 이글스

물론 최정(SSG 랜더스)처럼 100억 원 이상의 초대형 계약을 기대하는 선수들도 있지만 FA를 신청하는 선수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바로 '다년계약'이다. 매년 겨울마다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해야 하고 성적이 부진하면 방출 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선수들에게 다년계약은 직장인들의 '고용보장'과 같은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하주석은 올해 FA시장에서 첫 번째로 단년계약을 체결한 선수가 되고 말았다.

1학년 때 선배들을 제치고 이영민 타격상을 수상했던 신일고 시절까지 거슬러 올라가지 않아도 하주석은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 연속 100경기 이상 출전했던 한화의 붙박이 주전 유격수였다. 2019년엔 5경기 만에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으로 시즌 아웃됐지만 2020년 복귀 후 2021년 138경기,2022년 125경기에 출전했고 2021년부터 2022년까지는 팀의 주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주석은 2022년 6월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심판 판정에 불만을 갖고 배트를 그라운드로 던지며 퇴장을 당했고 그 후에도 화를 참지 못해 벽을 향해 헬멧을 던졌다. 이 사건으로 1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은 하주석은 같은 해 11월 경찰의 음주단속에 적발되면서 70경기 출전정지 징계를 받았다. 하주석은 2023년 7월에 복귀했지만 25경기에서 타율 .114로 부진했고 작년에도 64경기 출전에 그쳤다.

대부분의 야구팬들은 최근 2년 동안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 하주석이 FA재수를 선택하리라 전망했지만 하주석은 예상을 깨고 FA를 신청했다. 하지만 음주운전 경력에 지난 2년 동안 89경기 밖에 뛰지 못한 하주석을 영입하려는 팀은 나타나지 않았다. 소속팀 한화마저 FA 유격수 심우준을 영입하며 더욱 입지가 좁아진 하주석은 결국 8일 1년 최대 1억1000만원의 단년계약을 맺으며 한화에 '백기투항'했다.

한화는 1루에 채은성과 김태연, 2루에 안치홍과 문현빈, 3루에 노시환, 유격수에 심우준과 이도윤이 버티고 있다. 여기에 작년 2루수와 유격수를 넘나들며 타율 .301 105안타3홈런35타점52득점을 기록했던 '묵이베츠' 황영묵도 있다. 현실적으로 올 시즌 하주석은 주전은커녕 1군 엔트리 생존조차 낙관할 수 없다. 더욱 슬픈 사실은 하주석이 향후 3년 동안 방출을 걱정하며 구단과 연봉 협상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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